[톡톡경제]“은행장 결재 모든 서류 사전에 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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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감사의 파격 행보에 술렁술렁

신수정 기자
신수정 기자
올해 초 KB국민은행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된 정병기 감사의 파격 행보를 놓고 은행 안팎에서 말들이 많습니다. 정 감사는 재무부 은행제도과를 거쳐 재정경제부 회계제도과장, 기획재정부 국유재산과장·감사담당관, 은행연합회 감사를 역임한 관료 출신입니다.

최근 국민은행 감사위원회가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올라가는 모든 결재 서류를 정 감사를 거치도록 직무규정을 개정했습니다. 보통 시중은행의 감사는 기본사업계획 수립, 직원 징계 등 사전감사 대상으로 분류한 주요 업무를 주로 살펴봅니다. 행장의 모든 결재 서류를 사전에 감사가 들여다보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정 감사의 ‘튀는’ 행보는 은행을 발칵 뒤집어놨습니다. 일부에서는 “은행장을 무시하는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고 비판합니다. 정 감사가 사전에 행장을 비롯한 은행 경영진과 아무런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직무규정을 개정하고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입니다. 한 임원은 “은행을 위한 정당한 감사권 행사라기보다는 행장을 좌지우지하기 위한 군기 잡기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정 감사를 잘 아는 한 고위 관료는 “그 사람이라면 능히 그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관직에 있을 때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비로소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할 뚝심 있는 감사가 나왔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지난해 국민주택채권 위조, 도쿄지점 불법대출 등 은행에 각종 사고가 터졌던 만큼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서라도 이전보다 엄격한 감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성낙조 노조위원장은 “사고 예방 차원에서도 감사는 사후에 하는 것보다 사전에 하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은행장이든 상근감사위원이든 추락한 은행의 명성을 회복하고 ‘리딩뱅크’의 명예를 되찾는 게 공통된 목표일 겁니다. 대다수의 은행 직원들도 내부 불협화음이 지나쳐 고객에게 경영권과 감사권 충돌로 비치는 것을 가장 꺼리고 있습니다. 감사를 포함한 국민은행 경영진이 은행 쇄신의 제1원칙을 ‘고객 신뢰’에 두고 서로 소통하며 건전한 견제를 해 나간다면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요.

신수정·경제부 crystal@donga.com
#국민은행#이건호 국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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