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자손 몫 유산은… 시효 지나도 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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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특례법 우선 적용 첫 판결

6·25전쟁 때 북한에 끌려간 주민이 남한에서 실종 처리돼 상속권이 소멸된 지 수십 년이 지났어도 상속 당시 생존 사실이 확인됐다면 상속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행법에 북한 주민이 상속회복 소송을 낼 수 있는 기한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은데, 상속권 행사 기간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본 첫 판결이다. 민법에는 상속권이 없어진 지 10년이 지나면 상속권을 회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2012년 제정된 ‘남북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특례법)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서영효 판사는 6·25전쟁 때 의용군으로 북에 끌려간 뒤 1977년 남한에서 실종 처리된 이모 씨의 딸(45·탈북자)이 “(아버지가 받았어야 할) 할아버지 재산의 상속분을 돌려 달라”며 친척들을 상대로 낸 상속재산 회복 청구소송에서 “충남 연기군의 선산 지분(5만8000여 m²의 315분의 45) 소유권을 이전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서 판사는 “상속권 회복을 위한 구제수단 사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남북 분단의 상황을 고려할 때 남한 민법에 존재하는 소멸시효(10년)는 북한 주민에게는 원천적으로 미칠 수 없다”며 “특례법을 민법에 우선해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북한에 거주하는 배우자와 자녀, 그 후손이 남한에 사는 배우자나 부모에게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를 시효 제한 없이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 씨처럼 남한 가족의 재산을 두고 북한 주민과 자손들의 상속재산 회복 청구 소송이 잇따를 수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에 이산가족을 둔 인구는 71만6000여 명(2005년 기준)이고, 이 중 형제자매를 둔 사람은 7만6000여 명, 자녀 7000여 명, 배우자 4000여 명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특례법#북한 자손 상속#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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