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김동성 해설위원 “쇼트트랙은 변수투성이… 후배들, 지레 기죽지 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남자대표팀 격려하는 나가노 올림픽 금메달 김동성 해설위원

한국 쇼트트랙 간판스타였던 김동성 KBS 해설위원이 22일 서울 강남의 한 제과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위원은 “올림픽 메달은 신만이 안다”며 한국 쇼트트랙 선수단의 선전을 기대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국 쇼트트랙 간판스타였던 김동성 KBS 해설위원이 22일 서울 강남의 한 제과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위원은 “올림픽 메달은 신만이 안다”며 한국 쇼트트랙 선수단의 선전을 기대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때 저보고 전관왕이 가능하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대회에서 금메달은커녕 메달 하나를 못 땄어요. 그게 바로 올림픽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대들보 구실을 했던 김동성 KBS 해설위원(34)의 말이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김 위원은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1500m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아폴로 안톤 오노(32·미국)의 할리우드 액션 때문에 실격을 당했다. 1000m에서는 상대 선수와 충돌해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2002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때 미국의 안톤 오노(오른쪽)가 김동성을 추월하려다 실패하자 김동성에게 밀린 듯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고 있다. 동아일보DB
2002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때 미국의 안톤 오노(오른쪽)가 김동성을 추월하려다 실패하자 김동성에게 밀린 듯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다음 달 개막하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22일 만난 김 위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올림픽은 누구도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 특히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후배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다.”

○ 짠하면서 대견한 후배 안현수


한국 선수단의 가장 큰 라이벌은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다. 안현수는 최근 유럽선수권에서 4관왕에 올랐다.

김 위원은 “내가 대표팀 주장이었을 때 현수는 고등학생이었다. 러시아로 귀화한 뒤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는 현수를 보면 짠하다는 생각과 함께 대견한 마음이 든다”며 “나도 미국에서 5, 6년간 살아봐서 외국 생활의 고단함을 잘 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큰 부상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한 현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현수가 충분히 메달은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풍부한 경험에 초반 스피드까지 갖춘 안현수는 단거리인 500m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김 위원은 “현수급의 세계적인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가 있다. 2, 3바퀴를 남기고도 언제든 레이스를 뒤집을 수 있는 ‘한 방’이 있다. 요즘 현수의 스케이팅에서는 연륜과 함께 경기 전체를 꿰뚫는 넓은 시야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 팬들의 응원이 절실할 때


김 위원은 한국 남자 선수들에 대한 걱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좋은 환경을 찾아 러시아로 떠난 안현수의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공정한 대표선발전을 거쳐 태극마크를 단 한국 남자 선수들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현수를 응원하는 것처럼 우리 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응원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위원은 “개인적으로 2002년 올림픽 후 큰 상처를 받았다. 모든 것을 놔 버리고 싶을 때 많은 팬들의 성원이 있었다. 올림픽 직후에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5개의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국민의 응원 덕분이었다”고 회상했다.

○ 관전 포인트는 심석희의 메달 개수


최고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에 대해 김 위원은 “심석희가 과연 몇 개의 금메달을 딸지가 궁금하다. 2006년 토리노에서 진선유가 3관왕에 올랐는데 심석희는 여자 쇼트트랙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두 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여자 1500m에서 우리 선수 3명이 나란히 금, 은, 동메달을 따는 모습도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부진을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남자 선수들도 언제든 금메달을 딸 수 있다. 설혹 금메달을 못 따도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