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련에도 정세보고한 통진당 간부… 2000년대초 日 출장때 포섭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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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간부 전식렬 씨(45)가 북한의 대남공작조직 225국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공작원에게 국내 동향과 당내 정세 등을 보고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225국은 원래 남한체제 전복이 목적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총련과는 어떻게 엮이게 됐을까.

수사기관은 전 씨가 2000년대 초중반 사업상 일본을 자주 왕래했을 때 총련에 포섭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럴 것이다. 총련의 은밀하고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한국인을 포섭해 체제를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총련 간부 출신 김광희 씨(73)가 2005년에 펴낸 ‘우리 조선총련의 죄와 벌’이라는 책을 보면 그가 직접 포섭한 사례와 방법이 나와 있다. 아주 드문 증언이다. 김 씨에 따르면 총련의 주요 포섭 목표는 한국에서 온 유학생. 처음엔 총련 이름을 숨기고 간담회를 열어 재일동포 차별 문제와 한반도 분단사태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눈다. ‘싹수’가 보이면 총련의 간부가 직접 접근해 포섭한다. 쉽지는 않아 성공은 20명에 한 명꼴이었다고 한다.

김 씨는 40대 중반의 한국 대기업 기술연수생을 포섭해 니가타로 밀항한 북한공작선에 태워 북으로 보낸 경험도 소개했다. 나이든 학생의 고독을 파고들었다고 한다. 김 씨는 우수한 재일동포 고교생을 골라 사상교육을 시킨 뒤 서울대로 유학시킨 경험도 있다고 했다. 1971년의 일이다. 이 학생은 북한 서적과 전단(삐라) 살포에도 동원됐다.

북한 서적 뒤에 은밀히 끼워놓은 연락처를 보고 일본 하코네로 온 젊은이를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시킨 일도 있다고 한다. 철저히 사상교육을 시킨 뒤 300만 엔 정도의 공작금까지 줘서 ‘여당 제1당’으로 선거에 내보냈는데 당선됐다고 한다. 1970년대이니 민주공화당을 의미하는 것 같다. 사실 여부는 모르겠으나 돈을 주며 “이 돈을 갖고 간다는 것은 네 목숨을 내가 갖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했다는 등 서술이 아주 자세하다.

전 씨가 북한 225국과 총련에 동시 보고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225국은 총련의 지도기관이어서 같은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총련이 활발하게 포섭공작을 하던 1970년대는 북한이 한국과 치열한 국력경쟁을 할 때이고, 돈과 조직도 풍부했다. 하지만 지금의 활동력은 거의 바닥이다. 그러나 제 발로 접근하거나 손만 대면 넘어올 듯한 친북한 인사를 총련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북한과의 연결망도 튼튼하다. 여전히 경계해야 할 이유다.

심규선 기자 ksshim@donga.com
#통진당#조선 총련#총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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