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007 뺨치는 토익 부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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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영상장치 옷깃에 숨겨… “300만원 내면 답 실시간 전송”

패딩 속에 설치된 토익부정시험용 무선영상장치. 무선기기의 발달만큼 부정행위도 진화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패딩 속에 설치된 토익부정시험용 무선영상장치. 무선기기의 발달만큼 부정행위도 진화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고교 시절 전기를 전공한 정모 씨(33)는 지난해 11월경 전자상가에서 부품을 구입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촬영해 외부로 송출하는 소형 무선영상장치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토익 고득점자였던 이른바 ‘시험 선수’ 이모 씨(31)의 패딩 점퍼 옷깃 안에 이 장치를 교묘하게 설치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치러진 262회 토익시험. 정 씨는 인터넷에서 모집한 응시생으로부터 1인당 3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부정행위를 주도했다. 이 씨는 고사장에서 문제의 답변을 실시간으로 외부로 송출했고, 정 씨는 이 씨의 답안을 무선수신기로 응시생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각각 맡았다. 응시생들은 귓속에 설치된 소형 무전기로 답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김모 씨(25) 등 6명이 부정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과 직장인 등이었다. 이들은 한국 토익위원회에서 수시로 인터넷에 토익 부정 응시를 검색하던 중 정 씨의 불법 모집을 확인하고 수사를 의뢰한 끝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7일 무선영상으로 토익 부정행위를 알선한 혐의(업무방해)로 정 씨를 구속하고 일당인 이 씨와 토익 응시생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조중혁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이 장치를 이용하면 시험문제와 답안을 고화질로 고사장 밖으로 보낼 수 있어 국가고시 등 다른 시험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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