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신상발언에 與의원들 “도망가지 말라”

동아일보 입력 2013-09-05 03:00수정 2013-09-0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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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회의 체포동의안 처리 안팎 4일 오후 4시 25분 강창희 국회의장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 이 의원은 통진당 의원들과 함께 본회장을 빠져나왔다. 이 의원은 국회 로비에 있던 기자들에게 “한국의 민주주의 시계가 멈췄다. 정치가 실종되고 국가정보원의 정치가 시작됐다”고 말한 뒤 질문엔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통진당 의원들은 투표 전 잇따라 발언대에 나서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아달라고 호소하면서 국정원을 비난했다. 1980년대 주사파 학생운동권이었던 하태경 의원이 투표 전 의사진행발언에서 통진당을 향해 “이 의원을 감싸며 자폭하겠다는 건 국회에 영원한 흠집을 남기는 일이다. 아끼는 당원들과 같이 쓰레기통에 묻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을 감옥으로 보내고 다시 태어나라”고 촉구했다. 이에 자리에 앉아 있던 통진당 의원들이 하 의원을 향해 “그만하고 내려와”라고 고함을 질렀다.

뒤이어 나온 통진당 오병윤 의원은 발언을 끝내고 돌아가는 하 의원을 향해 “하태경 의원”이라며 불렀고, 하 의원이 돌아보지 않자 “말 들으세요. 예의가 없네요”라고 쏘아붙였다. 오 의원은 “전라도 광주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이유 하나로 수십 년간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면서 “기회만 되면 종북(從北)이라고 떠드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오 의원 발언 도중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궤변 늘어놓지 마”라고 고함치자 오 의원이 “김태흠 의원, 좀 심하시더라고요”라고 받아쳤다. 오 의원이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법리 적용이 맞는지 살펴서 잘 처리해 달라”고 하자 한 새누리당 의원은 “걱정하지 마. 잘 처리해 줄게”라고 받았다. 이석기 의원이 신상발언을 할 때는 여당쪽 의석에서 “자리로 들어와”라는 말이 나왔고, 발언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가려 하자 “도망가지 말라고”라는 고함도 들렸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 의원을 ‘피의자’로 불렀다. 김 의원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러 나와 “나는 이석기 피의자를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인정한 적 없다. 그 흔한 악수도 한 번 한 적 없다. 왜냐하면 그는 대한민국의 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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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오전 이 의원을 제외한 통진당 의원 5명은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리는 본관 제3회의장 앞에서 참석하러 오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인사를 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에 반대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상규 의원은 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다가오자 “남춘이 형! 파이팅”, “선배님! 잘 봐 주십쇼”라고 외치기도 했다. 3군사령관 출신의 민주당 백군기 의원은 통진당 의원들이 ‘국정원 녹취록에 대한 입장 발표문’을 건네자 쳐다보지도 않고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일찍부터 국회 주변에서 삼엄한 경계를 폈다. 오전 11시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통진당 집회가 예정돼 있고, 여기에 통진당원 수백 명이 참석한다는 첩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국회 주변에 38개 중대 2600명을 배치하고 경찰 버스 수십 대를 동원해 국회 외벽을 에워쌌다. 국회 정문 앞 큰길 건너편에는 살수차까지 동원했다.

민동용·권오혁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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