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CAR]디젤차의 조용한 혁명처럼 전기차의 혁신도 성큼성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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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디젤 엔진은 트럭용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았다. 승용차에 디젤 엔진을 얹는다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낯선 일이었다.

하지만 수입차 점유율이 10%를 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차는 2L 디젤엔진을 장착한 BMW의 ‘520d’다. 처음 디젤 세단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수입차 타는 사람이 연비 생각하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디젤 승용차는 연비 이외에도 우수한 순간 가속력과 파워 등의 장점 덕분에 실용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자동차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디젤 엔진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차가 서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 대신 회전력과 가속 성능이 다른 차에 비해 좋은 편이고 시속 60km 이상에서는 소음과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다는 장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지금 자동차 연료의 새로운 혁명이 시작됐다. 바로 전기로 달리는 ‘전기차’다. 전기차는 모터로 바퀴를 굴린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와 비슷하지만 기름으로 가동되는 엔진 없이 오로지 전기 모터만을 동력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잡종(Hybrid)’이 아니라 ‘순종(Throughbred)’이라고 부를 만하다. 전기차는 이산화탄소 등의 대기 오염 물질을 내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야 전기를 이용해 충전할 경우 별도의 전력 생산 없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개발과 기반시설 구축 및 보급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연료전지차(압축수소를 분해할 때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해 달리는 자동차)보다 더 빨리 대중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하다.

전기차는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사활을 걸고 집중하는 분야다.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다양한 전기차 전용 모델이 등장해 판매되고 있다. 전용 충전소도 생겼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관련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쉐보레는 몇 년 전 GM이 선보인 전기차 볼트를 국내에서도 시험 운용하고 있고 르노삼성은 모회사인 르노가 개발한 SM3 Z.E.를, 기아는 경차 레이를 개조한 레이EV를 국내에 소개했다. SM3 Z.E.의 경우 전기차 지원 정책이 강력한 제주도에서 190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BMW는 최근 뉴욕과 런던, 베이징에서 전기차 전용 모델 i3를 동시에 발표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i3는 전기차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벼우면서도 강성이 좋은 카본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으로 차체를 구성했으며 생산 단계에서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풍력발전을 이용하는 등 지금까지의 개념을 뒤집은 전기차다. 완전히 충전하면 150km를 달릴 수 있으며 20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급속 충전할 수 있는 등 실용성이 큰 편이다. 이 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삼성SDI가 울산 공장에서 만들어 납품한다. BMW의 총괄 책임자 허버트 디스는 “카본 차체를 사용한 i3의 안전도는 5시리즈급이지만 만약의 사고 시에 드는 수리비는 1시리즈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는 기존 차량을 개조해 만든 전기차와 달리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차인 데다 아이폰과 연동해 충전소를 찾거나 잔여 주행 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카셰어링 등에 필요한 데이터도 공유가 가능해 더욱 많은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도 내년 5월부터 선보일 계획이며 가격은 3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0년간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가 오염시킨 대기를 전기차가 단기간에 정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구가 한숨을 돌릴 시간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디젤 엔진에 대한 편견이 순식간에 사라졌듯이 전기차도 어쩌면 금세 우리 곁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신동헌 남성지 ‘레옹’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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