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설국열차’ vs 김용화의 ‘미스터 고’ 여름 극장가 빅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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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억 vs 225억 역대 1, 3위 제작비… 한국 찍고 美-中겨눈다

그야말로 빅뱅이다.

제작비 455억 원인 ‘설국열차’와 225억 원을 들인 ‘미스터 고’가 국내 여름 영화시장에서 2주 간격으로 개봉해 맞대결을 벌인다. ‘미스터 고’는 17일, ‘설국열차’는 다음 달 1일 개봉한다. ‘설국열차’는 ‘마이웨이’(2011년·214만 관객 동원)의 역대 최대 제작비 기록(280억 원)을 훌쩍 넘었다. ‘미스터 고’도 두 영화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한다. 올여름 한국 영화사는 다시 쓰이게 된다.

○ 전 세계 ‘K무비 열풍’ 불까


두 영화는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다.

‘설국열차’는 지금껏 한국 영화가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다. 박찬욱 감독이 설립한 모호필름이 제작하고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두 감독은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크리스 에번스, 틸다 스윈턴, 옥타비아 스펜서 등 일급 할리우드 스타를 기용하고 대사도 영어라 현지 관객에게 거부감이 없다.

현지 배급사는 ‘킹스 스피치’ ‘킬빌’ ‘무서운 영화’ 시리즈로 유명한 메이저 배급사 와인스타인 컴퍼니다. 2000∼3000개 이상의 스크린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가 이처럼 미국에서 대규모로 개봉하는 것은 2007년 ‘디워’ 이후 처음이다. ‘설국열차’는 개봉도 하기 전에 200억 원이 넘는 선(先)판매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성공한다면 수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스터 고’는 중국 시장을 노린다. 김용화 감독이 연출하는 이 영화는 중국 인기 아역배우 쉬자오(徐嬌)를 기용했다. 중국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화이브러더스가 이 영화에 500만 달러(약 57억 원)를 투자해 현지 50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중국 회사가 투자해 현지 외국영화 스크린쿼터 제한에서도 자유롭다.

○ 국내서 1000만 영화 두 편 동시에 나올까

두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의 기대는 뜨겁다. 봉 감독은 ‘괴물’(1301만 명) ‘살인의 추억’(525만 명) ‘마더’(301만 명)를 연출한 흥행 보증수표. 김 감독도 ‘오! 브라더스’(315만 명) ‘미녀는 괴로워’(662만 명) ‘국가대표’(849만 명)로 흥행 능력을 검증받았다. 대중성이 뛰어난 두 감독의 출사표를 보며 영화계는 ‘1000만 영화 두 편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기대한다. 한국 영화는 2004년 초반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한 시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적이 있다.

‘미스터 고’는 한국영화 최초로 디지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국내 최초 ‘온전한 3차원(full 3D)’ 영화이기도 하다. 중국 서커스단에서 활약하다가 한국 프로야구 팀에 입단한 고릴라 링링이 주인공. 김 감독은 2011년 컴퓨터그래픽 회사 덱스터필름을 설립해 3년째 링링 창조에 매달려 왔다. 조연 연기로 인기가 높은 성동일이 링링의 에이전트로 나온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이 원작이다.

‘설국열차’는 장마르크 로셰트 작가의 프랑스 만화 ‘르 트랑스페르스네주’가 원작이다. 1986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작품. 2005년 서울 홍익대 앞 만홧가게에서 이 작품을 발견한 봉 감독은 3권 분량의 책을 선 채로 다 읽었을 만큼 푹 빠져들었다. 봉 감독의 각색을 거친 영화는 갑자기 빙하기가 닥친 지구의 유일한 생존 공간인 설국열차에서 생존자들이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설국열차#미스터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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