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타격 순서는…” 김정은의 심리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4일만에 北최전방 또 시찰… 공격대상-방법 구체적 지시
軍 “현재로선 도발징후 없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백령도를 마주 보는 북측 해안기지를 방문해 백령도 내 한국군의 주요 시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 타격 순서까지 직접 지시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11일 아침 서부전선 전초기지인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해 “명령을 내리면 적들을 모조리 불도가니에 쓸어 넣으라”고 말했다며 12일 이같이 보도했다. 월내도는 백령도와 11km 떨어져 있다.

이 신문은 김정은이 한국군 해병 6여단의 백령도 배치 상태를 보고받은 뒤 전파탐지초소와 포발견탐지기(대포병레이더), 하푼 발사기지, 130mm 방사포(다연장로켓·MLRS), 155mm 자행곡사포(자주포) 중대 등 타격 대상의 순서와 동원화력(진압밀도)을 규정해 줬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7일 연평도와 인접한 무도방어대를 방문했을 때도 화력 타격 지시가 있었으나 이번처럼 구체적이지 않았다.

김정은은 “현재 우리의 화력밀도가 대단히 높다. 백령도의 대상물을 3중, 4중으로 타격할 수 있고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싸움의 날, 처참하게 짓이겨지는 적진을 방어대장이 직접 사진을 찍어 최고사령부에 전송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방어대 지휘관들은 “(2010년 연평도를 포격했던) 무도 영웅 포병보다 잘 싸워 백령도 역시 불바다로 만들고 해병 6여단을 최후 무덤에 처넣겠다”고 보고했다.

김정은은 백령도 타격을 담당하는 641군부대 산하 장거리포병 구분대도 방문해 “적 함선이 군사분계선에 접근할 때는 경고사격을, 침범할 때는 강력한 조준격파사격을 가하라”고 지시했다. 새 해상작전규정을 명령한 것인 만큼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도발 개연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에는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을 일으킨 김격식 인민무력부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 등이 수행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 지역을 관할하는 변인선 4군단장이 수행자 명단에 없어 그 이유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위협을 ‘대남 심리전술’로 분석하면서 “현재로서는 북한이 도발할 징후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심리전술에 우리 국민이 동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백령도#김정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