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뛰고 싶지만…” 울어버린 박재홍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선수협회장 사퇴 조언에 비겁해지기 싫어서 은퇴”

프로야구에서 알아주는 호타준족이었다. 그러나 은퇴를 선언한 박재홍(40·전 SK·사진)은 홈런도 도루도 아닌, 볼넷이 가장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장 박재홍은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어 “선수협회장 자리를 내놓으면 선수생활 연장에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비겁해지고 싶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그만두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박재홍은 2011년 12월부터 프로야구선수협회장을 맡아 내부 비리로 얼룩졌던 선수협 투명화에 앞장섰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선수들 목소리를 대변하는 과정에서 구단 관계자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17년간의 프로생활을 마감하며 가장 아쉬운 건 역시 300(홈런)-300(도루)에 실패한 것. 1996년 현대에서 데뷔한 그는 KIA, SK를 거치며 통산 300홈런 267도루를 기록했다. 그는 “남은 도루 33개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자로 시청자들 마음을 훔치는 걸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2010년 한국시리즈 1차전 5회 2사 만루에서 (SK) 김성근 감독님이 삼성 오승환을 상대로 대타로 내보내 주신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다음 타자에게 계속 찬스를 이어준 게 그해 팀 우승에 보탬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홍은 이 타석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동점을 이끌어 냈다.

선수생활 은퇴와 함께 선수협회장에서 물러나는 박재홍은 기자회견 자리에 전임회장으로 비리에 연루됐던 손민한(전 롯데)과 함께했다. 박재홍은 “(손)민한이가 지난 일을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고 선수생활을 다시 시작하려는 게 못마땅했던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야구 선배로서 마지막 사과 기회를 열어줘야겠다는 생각에 함께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손민한도 전임 회장으로서의 역할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박재홍#은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