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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대기업 취업 자물쇠 비밀번호는 ‘OPEN’

입력 2012-12-12 03:00업데이트 2014-02-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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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rtunity 보다 많은 구직자들에게 기회 ‘P’ersonality 영어성적보다 인성평가 중점
‘E’xecutive 경영진이 직접 면접에 참여 ‘N’ovelty 경험-특기 살리는 참신한 전형
대한상의 조사 113개 대기업 채용 트렌드는 ‘스펙 탈피’
크게보기최근 대기업 채용 트렌드 조사해 보니…
“‘스펙’이 좋아도 탈락하는 지원자가 많습니다. 갖춘 건 많은데, 그걸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는 거죠.”(김흥식 LG그룹 상무)

“스펙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면접에서 감동을 받고 선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정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뭘 시켜도 열심히 하겠다’ 싶었죠.”(장동철 현대자동차그룹 이사)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서강대에서 연 토크콘서트에서 취업준비생들을 만난 4대 그룹 인사담당 임원들이 한 얘기의 일부다. 이들은 채용 과정에서 스펙의 중요성에 대해 “회사는 가능성을 보고 사람을 뽑는 거지, 슈퍼맨을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함께 주요 대기업 113곳을 상대로 채용 방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여 11일 발표한 결과에서도 같은 트렌드가 읽혔다. 구직자들은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지만 막상 기업들은 인재를 보는 기준으로서 스펙의 한계를 절감하고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대기업들의 최근 채용 추세에 대해 ‘O.P.E.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보다 많은 구직자에게 기회(Opportunity)를 주고 △인성(Personality)에 중점을 두며 △경영진(Executive)이 면접에 참여해 △참신한(Novelty) 방법으로 구직자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0.8%가 학력, 학점, 전공, 나이 등의 자격과 관련해 모두 또는 일부를 제한하지 않는 ‘열린 채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류전형이나 대인면접 등 기존 채용 방식으로는 차별화된 우수 인재를 발굴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54.0%)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하반기(7∼12월)에 인턴사원을 모집하면서 출신 학교, 전공, 학점, 영어 점수를 고려하지 않는 대신 모집 분야별로 과제를 내줬다. 2010년 상반기(1∼6월)부터 인턴제도를 시작한 SK그룹은 ‘바이킹형 인재’를 내세우고 있다.

대한상의 조사에서도 절반(48.7%)에 가까운 기업이 다양한 경험과 특기를 지닌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인턴십 수료자에게 정규직 전환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을 최고로 꼽았다. 또 ‘열린 채용’을 실시한다는 기업의 73.8%가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SK그룹 인사담당자는 “인턴십 도입 이후 유능한 지방대생의 입사가 늘었고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인재들이 지원하는 등 기대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인턴십 도입이나 인·적성 검사, 면접 강화도 구직자 입장에서는 준비해야 할 ‘또 하나의 스펙’일 뿐”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구직자는 “기업이 인성을 보겠다며 인·적성 평가를 도입하면 관련 문제집을 사서 풀고, 면접이 강화되면 ‘면접 족집게 과외’가 유행하는 게 현실”이라며 “출신 학교나 학점으로 평가하지 않는 건 긍정적으로 보지만 솔직히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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