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제대로 망가진 이병헌 “궁녀들 앞에서 바지 내릴 땐 나도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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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2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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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해\'로 코믹연기에 도전한 배우 이병헌.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영화 \'광해\'로 코믹연기에 도전한 배우 이병헌.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이병헌(42)이 영화 ‘광해’에서 제대로 망가졌다. ‘이병헌’과 ‘코미디’는 마치 물과 기름처럼 한 데 섞일 수 없는 조합같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고정관념은 곧 깨지고 만다. ‘이병헌이 이렇게 코믹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연기는 자연스러웠다.

영화 초반 이병헌은 왕 광해를 연기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진중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 중반쯤 이병헌은 천민 하선으로 변신해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이병헌의 트레이트마크인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도 찾아볼 수 없다. 하선으로 변신한 이병헌은 경박한 목소리 톤에 원색적인 농담, 어리버리한 행동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병헌은 “영화 ‘광해’가 상업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왕을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코믹 연기의 수위를 맞춰나가는 게 힘들었다. 너무 유치하거나 원색적인 코미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고민은 기우였다. 영화 ‘광해’는 수위를 넘지 않는 선에게 관객들에게 색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 은은한 감동까지 전달하며 ‘광해’와 ‘하선’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 ‘광해’뿐 아니라 ‘레드2’의 출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병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민정과 공개연애를 선언한 이유에서일까.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보였다.

이병헌.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병헌.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이병헌 이런 모습 처음…‘방뀌 끼고, 욕하고’

-영화를 본 소감은.
“내가 출연한 영화이지만 좋았다. 특히 함께 출연한 류승룡이 영화를 본 뒤 감탄을 해 신선하고 새로웠다. 이 친구가 흡족해했다는 생각에 내 마음도 편했다.”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나.
“물론 부담은 있었다. 하지만 이중적인 잣대로 평가 받고 있는 광해를 연기하는 게 즐거웠다. 왕 광해와 왕의 행세를 하는 하선을 합친 게 진짜 역사속의 광해가 아닌가 싶다. 폭군의 모습은 광해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고,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나, 외교 정책 같은 부분은 하선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욕을 하고 방귀를 뀌는 등 이번 영화에서 제대로 망가졌다. 그런 연기가 낯설었을 텐데.
“바지를 내릴 때는 나 역시도 민망했다. 촬영 초반에 민망한 경험을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괜찮더라. 어떻게 보면 되게 원색적이고 유치한 코미디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수위를 잘 조절해서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요즘 욕을 쓰더라.
“그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내가 현대의 욕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려고 일부러 중간마다 현대어를 사용했다.”

-영화에서 1인 2역을 소화했다. 감정선을 조절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
“하선과 광해를 따로 연기했으면 덜 어려웠겠지만, 하선을 데려다가 광해 흉내를 내보라고 하니까 힘들더라. 또 순서대로 촬영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하루는 광해가 됐다가 다른 날은 하선이 되는 등 뒤죽박죽으로 찍어서 조금 힘들었다. 감독님과 상의를 하며 수위를 맞춰 나갔던 것 같다.”

이병헌.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병헌.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영화 ‘광해’ 출연 여부, 두 달 반 동안 고민했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냥 느낌이 오면 영화를 하는 편이다.

-그럼 이번 영화도 느낌으로 선택한건가.
“이번 영화의 출연을 결심하는데 두 달 반 정도 걸렸다. 광해 역에 감정이입하는 게 힘들었다. 영화 ‘광해’는 선군의 모습을 감동적인 스토리와 코믹한 요소들을 섞어서 만든 상업영화인데, 이런 코믹한 요소들이 자칫 수위를 넘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쓴웃음 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을 많이 했다.”

-오랜 고민을 했는데도 광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럼에도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선택했다.”

▶ “할리우드 진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좋은 시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영화 '레드2'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할리우드의 톱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소감은.
“주연까지는 아니다(웃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사를 영어로 해야 되니까 내 의도와는 다르게 표현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다.”

-언어에 대한 어려움은 없나.
“예전에 ‘지.아이.조’를 촬영할 때 감독님이 말을 되게 빨리하더라. 그럴 때는 좀 힘들다. 아는 척을 하지 말아야 한다.(웃음)”

-할리우드의 톱 배우들과 연기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만 할 것 같다.
“ ‘지.아이.조2’를 찍을 때 만해도 ‘내 인생에서 기이한 경험이구나’ ‘보너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열심히 해야지’라고 각오를 다졌다. ‘내 일 중의 하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좋은 시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핸드 프린팅을 할 때는 느낌이 달랐다. ‘동양인이 이들에게도 통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뻤지만 책임감도 있었다. 마냥 즐거워 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나할까. 무거운 감정이 들었다. 내 세대에 정점을 찍지 못하더라도 내 후배들에게는 정말 좋은 조언자가 돼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을 것 같다. 간단하게 이민정과의 만남에 대해 한 마디만 해달라.
"공개 연애를 하던, 공개를 하지 않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사실 공개 연애보다 연인 이민정과의 이야기가 계속 화제가 되는 게 부담스럽다. 지금은 정신이 없어서 이벤트를 못해주고 있다. 앞으로는 많이 있지 않을까 싶다."

동아닷컴 홍수민 기자 sumini@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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