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벤치마킹… ‘합의’뿐이던 경제특구 조성 ‘실행’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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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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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中, 나선-황금평 공동개발 가속화 합의

장성택-천더밍 공동개발 합의서 서명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에 앉은 이)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이 14일 베이징 국빈관인 
댜오위타이에서 나선 지구와 황금평 경제특구 공동개발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장성택-천더밍 공동개발 합의서 서명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에 앉은 이)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이 14일 베이징 국빈관인 댜오위타이에서 나선 지구와 황금평 경제특구 공동개발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북한과 중국이 14일 나선 지구와 황금평·위화도 개발에 합의한 것은 양측이 해당 지역을 경제특구로 조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 북-중은 2010년 12월 ‘황금평·나선특구 합작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지난해 6월 착공식을 열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개략적인 합의만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선 지구와 황금평·위화도를 전담할 각각의 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중국이 나선에 전기를 직접 공급하기로 하는 등 두 지역 개발을 본궤도에 올려놓을 구체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관리위원회는 남북 간 경제특구인 개성공단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2004년 10월 투자 유치, 기반시설 관리, 기업 설립 및 등록을 처리하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따라서 나선과 황금평·위화도 관리위원회가 통신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토지 분양 작업에 착수하면 해당 지역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공급 계획도 중국이 나선 지구 개발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장 등 제조업체가 해당 지역에 입주할 것을 전제로 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양측은 두 지구의 중점 개발 사업도 합의했다. 나선 지구에서는 원재료와 장비, 첨단기술, 경공업, 서비스업, 현대농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황금평·위화도는 정보산업, 여행문화, 아이디어 산업, 의료 가공업 단지로 개발해 지식집약형 신흥 경제지구로 만들 계획이다.

양국 간 합의는 김정은 체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경제개발 계획을 중국이 지지하겠다는 ‘정치적 승인’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나선 지구와는 달리 황금평 개발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북한의 불만을 샀다. 하지만 이번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기존 갈등을 봉합하고 정치 경제적 유대를 한층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올해 권력 교체를 앞두고 주변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중국의 정책 의지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무부는 발표문에서 “나선과 황금평 개발 협력을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것은 전통적인 중-북 우호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교류와 협력을 증진할 것”이라며 “이는 양국의 경제 발전과 지역의 안정 및 번영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북한도 체제 안정을 위해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경제 회복을 추진 중인 만큼 이번 합의를 통해 외자 도입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는 ‘나선무역구법’ 수정안과 ‘황금평 위화경제구법’을 제정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북한 광산업에 진출했다가 쫓겨난 중국 시양(西洋)그룹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대북 투자의 최대 걸림돌이 법과 제도의 불안정성이었다.

다만 중국이 북한의 요구를 통 크게 수용했지만 그동안 고수해 왔던 ‘기업 주도와 시장 원리 원칙’을 상무부 발표문에 다시 포함시킴으로써 무조건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북한이 민간 기업의 투자를 유인할 제도적 환경을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투자와 개발이 어려울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북한#중국#나선 황금평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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