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스마트폰 ‘인터넷 소설’에 빠진 여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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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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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 6학년인 C 양(12)과 대화를 하던 중 그의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C 양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남자친구 사진을 보여주며) 제 남친, 훈남이죠? 반에서 10등은 할 정도로 공부도 잘 하는 친구예요. 그런데 제 남친이 저랑 사귀게 된 과정은 썩 쉽지 않았어요. 사실 저희 반 ‘일대’(싸움을 가장 잘하는 학생을 뜻하는 은어)도 저를 좋아하고 있었죠. 제 남친은 ‘이대’(두 번째로 싸움을 잘하는 학생)였고요. 결국 둘이 저를 차지하기 위해 주먹다짐을 벌였는데요. 현재의 제 남친이 이기면서 저를 쟁취했고 반 남학생들 사이에서 일대로 인정받게 됐답니다.”(C 양)

힘도 세고 공부도 잘하는 ‘훈남 엄친아’ 남자친구를 자랑한 C 양.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요즘 초중학교 여학생들이 즐겨 본다는 인터넷소설 속의 학원 연애 판타지(환상)를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인소’(인터넷소설의 줄임말)를 읽지 않는 이를 찾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소설이 등장한 것이 최근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학생들도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소를 즐기는 게 ‘대세’가 된 듯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텍스트 파일을 손쉽게 재생할 수 있는 데다 스마트폰끼리 무선으로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하면 친구들끼리 인소를 편하게 공유할 수 있다.

인소를 읽는 주 연령대는 초등 5학년부터 중학 3학년까지. 이들은 주제에 따라 인소를 부르는 용어도 달리한다. 행복한 애정스토리를 담은 소설은 ‘해피인소’, 주인공이 슬픈 결말을 맞는 소설은 ‘새드인소’라 부른다. 실제 연애담인 ‘럽실소(러브실화소설)’, 다소 농도 짙은 수준의 애정묘사가 담긴 ‘수위인소’도 있다. 여학생들이 주로 읽는 장르는 ‘해피인소’와 ‘공포인소’. 하지만 성인 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애정·성(性)묘사가 짙은 ‘수위인소’도 온라인상에서 활발하게 유통된다. 이들 수위인소에는 ‘엄빠주의(엄마, 아빠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 메시지가 따로 붙기도 한다.

온라인상에서 인기 있는 인소의 제목을 살펴보면, ‘나쁜 남자가 끌리는 이유’ ‘잘난 척하는 입술로 내게 키스해’ ‘위험한 과외’ ‘19살 부부의 동거일기’ 등 자극적인 제목을 지닌 것이 상당수 눈에 띈다.

여가시간에 가끔 인소를 읽는다는 초등 6학년 홍모 양(12)은 “건전하지 않은 인소를 읽는 친구들이 종종 있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선정적인 소재는 스스로 가려낼 능력이 있을 것”이라며 인소에 대한 어른들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백순천 서울 선일여중 교사는 “인소 읽기에 빠질수록 친구나 가족과 소통하지 않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려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학생들이 인소에만 빠지지 않도록 학부모와 교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지금 성인 세대도 청소년기에 순정소설을 열독하며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인소 문화’도 하나의 여가활동쯤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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