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부르는 아동 포르노, 美 다운만 받아도 10년刑… 한국은 처벌 한건도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통영 아름양 살해범도 음란물狂
김점덕, 야동 70여편 보관… “짧은 분홍치마에 성충동”

16일 경남 통영에서 한아름 양(10)을 성폭행하려 끌고 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점덕(45)은 기존 아동 강간살해범들과 공통점이 있다.

2008년 안양 초등생 살인사건의 범인 정성현은 780편의 포르노 영화와 미성년자의 누드 사진 441장을 소장한 포르노광이었다. 대낮에 초등학교에 들어가 1학년 여학생을 납치한 뒤 강간 살해한 김수철도 범행 전날 아동 포르노를 52편이나 봤다.

김점덕 역시 집 컴퓨터에 보관 중인 '야동' 70여 편 중 상당수가 아동 포르노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한 양이 학교까지 태워 달라고 해 트럭에 태웠는데 분홍색 짧은 치마를 입고 있어 성관계를 갖고 싶었다"고 했다. 아동 음란물 탐닉으로 생긴 변태적 욕구가 범행 동기로 작용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 아동 포르노는 범람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아동 포르노는 범죄를 유발하는 반사회적 콘텐츠임에도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온라인 웹하드나 자료 공유(P2P) 사이트에 가면 10대 청소년들이 나오는 음란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동 포르노를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아동' '롤리타' '초딩' 등의 낱말은 금지어로 지정해 놓았지만 누구나 쉽게 편법으로 검색이 가능한 게 현실이다.

성인용 PC방에도 아동 음란물을 찾는 40, 50대가 몰린다.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한 PC방을 취재팀이 찾았다. 손님들이 원할 경우 각자 밀폐된 방에 들어가 손쉽게 아동 포르노를 시청할 수 있었다. 컴퓨터를 이용해 '로리타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꼬맹이와의 섹스' '청순중학생 체감기' 등의 제목이 달린 음란물이 다수 올라왔다.

영국 인터넷감시기구인 IWF(Internet Watch Foundation)는 한국을 세계에서 5번째로 아동 음란물이 많이 유통되는 나라로 분류하고 있다. 경찰이 2010년 국내 웹하드 업체 3곳을 음란물 유포 혐의로 수사했을 때도 누리꾼들이 이 업체들에서 아동 음란물을 내려받은 건수가 4만 회에 이르렀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아동 음란물은 만 19세 미만 청소년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동영상 또는 사진을 뜻한다. 이 법에 따르면 아동이나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수출입한 자에 대해 5년 이상의 징역, 배포하거나 전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순 소지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성인 음란물을 배포한 경우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과 비교해 아동 포르노를 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처벌 조항이 실제로 적용된 적은 거의 없다. 경찰이 아동 음란물 유포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건 2010년 파일공유 사이트 6곳을 적발한 게 유일하다. 개인이 아동 포르노를 내려받은 혐의로 처벌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원상 연구원은 "살인이나 성폭행 등 강력범을 조사하다 우연히 드러나는 경우는 있지만 아동 포르노를 소지한 사람을 직접 적발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 미국에선 아동 음란물 내려받기만 해도 무기징역

미국은 지난해 11월 아동 포르노를 내려받은 2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될 정도로 처벌 의지가 강하다. 아동 포르노를 컴퓨터에 내려받기만 해도 통상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성인 음란물에는 비교적 관대하지만 아동 포르노는 아동 성폭력으로 이어져 치명적인 해악을 끼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라덴 사살 이후 그가 차지하고 있던 FBI의 '10대 중대 수배자' 명단에 아동 포르노를 만들어 유포한 전직 교사를 올리기도 했다. 캐나다는 강력한 처벌은 물론이고 아동 음란물 사건 담당 경찰관을 대상으로 두세 달에 한 차례씩 정신과 상담을 받도록 하는 등 불가피하게 아동 포르노를 접하는 직업군까지 철저하게 관리한다.

● 아동 포르노가 아동 성범죄를 불러

아동 성범죄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아동 포르노라는 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아동 음란물은 성인 남성이 교복 입은 10대 청소년을 성추행하면 처음엔 여성이 거부하다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응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런 콘텐츠에 길들여지면 상대의 고통을 감지하는 공감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웅혁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동 음란물 중독자들은 '피해 청소년도 결국엔 성폭행 상황을 즐길 것이고 내심 성관계에 호기심이 많다'는 왜곡된 믿음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아동 음란물 애호가 중 상당수가 성인과의 관계 맺기에 실패한 사회적 낙오자여서 범죄 유혹에 취약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종갑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장은 "아동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는 성인은 자기 또래의 이성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해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어린이나 노인을 성적 파트너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붙잡힌 김점덕도 2005년 62세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피해자가 반항하자 돌로 내리쳐 부상을 입힌 적이 있다.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성범죄 전력자에 대한 소홀한 사후 관리가 아동 성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점덕은 강간상해죄로 4년을 복역하고 2009년 5월 출소했지만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성인 상대 성범죄자는 지난해 4월 이후 확정 판결을 받은 자부터, 아동 상대 성범죄자는 2010년 1월 이후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만 신상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성범죄 유죄 판결자 가운데 신상정보 공개 대상은 35%에 불과했다.

김점덕은 단순 우범자로 분류돼 경찰이 3개월에 한 번씩 동향을 점검해 왔다. 경찰은 범행 이틀 전 김점덕의 동태를 파악하고도 특이점을 찾지 못하고 방치해 성폭력 우범자 관리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채널A 영상] 통영 초등생 살인범 컴퓨터에 200개의 음란물이…


#김점덕#통영 아름양 살해#아동성범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