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김태효 사안’ 줄줄이 안갯속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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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이 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으로 낙마함에 따라 그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던 주요 외교안보 현안의 추진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기획관은 외교안보 관련 부처와는 별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프로젝트를 챙겨왔기 때문이다.

김 기획관은 대통령민정수석실의 진상조사 전에 자진 사퇴함으로써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의 불씨를 살려두려 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책임지고 떠날 테니 협정은 그대로 추진해 달라는 제스처인 셈이다. 하지만 그가 청와대를 나오면서 협정 체결의 동력도 함께 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조차 협정 체결을 기피하는 상황이고 정부 안팎에서도 “이 대통령 임기 내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김 기획관이 주도했던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도 같은 운명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1000km로 연장하기 위한 미사일지침 개정은 연초 이 대통령이 직접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진했으나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 내에서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국방부와 미사일기술 비확산에 초점을 두는 국무부 사이에서 조율을 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김 기획관은 그동안 이 업무를 사실상 혼자 틀어쥐고 해당 부처에도 진척 사항을 알려주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기획관이 4월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및 관련 부처와 협의했으나 귀국한 후 외교부나 국방부 어디에도 결과를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책임자 없는 업무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김 기획관이 깊숙이 개입했던 북핵 관련 업무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에도 속도감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북측과 비밀접촉을 했던 김 기획관은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 등 모종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외교부는 6일 청와대의 진상조사 발표를 기점으로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다. 김성환 장관은 다음 주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로 했다. 한때 당초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출석 일정 때문에 출장을 취소하자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일단 조사결과가 나온 만큼 외교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회에 출석해 성실하게 답하는 한편 외교 결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12일 당일치기로 ARF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 외통위는 ARF 기간인 11일 현안보고를 받는 데 이어 13일에도 업무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김 장관은 11일 오후 출국해 12일 하루만 ARF에 참석하기로 했다. 나머지 행사엔 김성한 2차관이 참석한다. 국회 보고 과정에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장관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김태효#외교안보#한일 정보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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