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 바란다/10대 제언]국회, 평균 54일 개점휴업… 이번엔 법정시한內 원구성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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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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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언 1: 입법기관인 국회부터 법 지켜라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국회 개원 이후 평균 54일 동안 개점휴업. 여야 협상을 통한 원 구성의 관행이 정착된 13대 국회 이후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등 개원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국회법 제1장 제5조에 따르면 총선 후 첫 본회의는 임기 개시(5월 30일) 뒤 7일 안에 열어야 한다. 이때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국회가 일을 하기 위한 기본 틀인 상임위 구성은 첫 본회의부터 3일 안에 마쳐야 한다. 하지만 입법기관인 국회는 단 한 차례도 이를 지킨 적이 없다.

18대 국회는 2008년 5월 30일 임기 시작 이후 의장단 선출에 41일, 상임위원장 선출까진 88일이 걸렸다. 야당이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을 조건으로 국회 등원을 거부하며 원 구성 협상을 보이콧했기 때문.

법률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국회 등원을 소수당이 정치적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무기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다. 어느 당이 소수당이든 마찬가지였다. 강장석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국회의 기본적인 업무 수행은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며 정책적 이견은 제도 안에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법에 따라 6월 5일 원 구성을 마치는 것은 ‘법을 지키는 국회’ 이미지를 심는 첫걸음이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뒤 결산 심사(8월 30일), 국정감사(정기국회 이전 완료), 예산 심사(12월 2일) 등 헌법 또는 법률에 명시된 국회의 의무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 제언 2: 자기 이름의 ‘브랜드 법’ 발의하라
전체 의원이 ‘알토란 법안’ 딱 1개씩만 내도 300개

18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1만2219건이다. 이 중 가결된 건 1663건에 불과하다. 법안을 발의조차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무조건 발의하고 보자는 식의 접근도 문제라는 비판이 많다.

의원들이 임기 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걸 수 있을 만큼 공을 들인 브랜드법안 1개씩만 내도 19대 국회에서 ‘알토란’ 같은 법안이 300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일반 국민이 떠올릴 만한 대표적인 브랜드법안은 정당 후원회 금지, 기업을 포함한 법인의 정치 후원금 금지 등으로 깨끗한 정치 문화 정착에 기여했다고 평가받은 2004년 ‘오세훈법’이나 폭력 국회를 불식시키기 위한 필리버스터 제도 도입의 내용을 담은 ‘박상천법’ 정도다.

전문가들은 동료 의원들의 법안 발의에 서명을 할 때 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려면 10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준비 중인 법안을 들고 다니며 서명을 부탁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동료 의원들은 대충 취지만 듣고 그 법에 서명을 해주곤 한다. 심지어 보좌관에게 알아서 서명해주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장훈 교수는 “법안의 발의부터 통과까지 의원들이 자신의 법안을 책임질 수 있는 ‘법안책임제’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제언 3: 지역민원-이익단체에 당당하라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 로비에 휘둘리지 말아야

감기약 해열제 등 가정상비약을 편의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우여곡절 끝에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2일)에서 통과됐다. 국민 70% 이상이 찬성하는 법이지만 약사 6만 명의 눈치를 보느라 의원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 올 초 정부에서 이 법을 추진하자 새누리당 소속의 한 중진 의원은 “동네에서 지역민들과 가장 접촉면이 넓은 약사들을 버리고 4월 총선을 어떻게 치르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19대 당선자들에게는 벌써부터 이익단체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을 들고 오기도 하고 새로운 민원들도 쏟아낸다고 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민생법안 처리가 중요해지고 내용도 복잡해지면서 전문직종인의 국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이 출신 직종의 로비 창구가 될 위험도 늘 상존한다. 보건복지위에는 약사 의사 간호사 출신이, 환경노동위에는 노동단체 출신들이 주로 자리를 잡는다. 이익단체의 단체장들이 공천을 받는 비례대표의 경우 자신의 정치기반인 이익단체의 요구에 휘둘릴 우려가 늘 크다.

지역 민원도 쏟아지고 있다. 영남의 한 의원은 “지역 공약 때문에 벌써부터 정부에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도록 운을 떼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소속 지역 및 단체들과의 생생한 소통과 민원 로비 창구의 경계선에 서 있다. 자칫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특정 지역과 이익단체의 대변자 노릇을 하다 4년 임기를 날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제언 4: 200여 개 특권 거품 걷어내라
4년내내 특별대접… 방탄국회-무차별 폭로에 악용

금배지를 달면 비행기 출발 두 시간 전 공항에 갈 필요가 없다. 관용여권을 발급받아 출국 수속을 밟지 않고 곧장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급히 공무로 나갈 경우에 발급하는 것이지만 국회의원이면 누구나 의전상 특권으로 여긴다.

의원은 다른 공직에선 누릴 수 없는 특권이 적지 않다. 헌법상 보장된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대표적인 특권이다. 하지만 이런 특권이 남용되면서 국회는 ‘방탄 국회’ ‘무차별 폭로의 장’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의원 한 사람에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 세비와 보좌진 월급, 사무실·차량 유지비, 입법활동 지원비 등을 포함해 연간 6억여 원에 이른다. 여기에 KTX, 선박, 항공기(비즈니스석)가 무료다. 2010년 통과된 헌정회 지원법에 따라 65세 이상 전직 의원은 월 120만 원의 종신연금을 받는다. 금배지를 다는 순간 200여 가지의 특권을 갖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환경 변화와 국민 눈높이, 직무 연관성을 따져 특권을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의원의 특권은 국민의 이익과 의정활동의 효율 증진이라는 대전제가 깔려야 한다”며 “동료 감싸기, 당파 이해를 위해 악용되는 불체포·면책 특권을 민주화 체제 이전의 잣대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회 윤리특위를 강화해 특권을 오·남용했을 때 징계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 제언 5: 부끄러운 의원 겸업 포기하자
적지 않은 세비 받으면서…18대 의원 43%가 겸직

현행 국회법(제40조의 2)에 따르면 상임위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한 영리목적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겸직은 허용하되 상임위와 관련된 직업 활동만 못하게 한 것이다. 예컨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소속된 의원들은 변호사 수임활동을 할 수 없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많다. 상당수 변호사 출신 의원은 수임 활동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로펌에 고문 격으로 이름을 올려놓는다. 해당 로펌은 소속된 의원의 이름을 팔아 수임활동을 벌이고 의원들은 그 대가로 활동비를 받는 경우가 많다. 본인 이름의 변호사 사무실을 계속 열어놓은 채 사무장으로 하여금 수임활동을 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소속 상임위와 무관하게 모든 국회의원은 겸직할 수 없도록 법이나 규칙을 개정하거나 19대 의원들이 스스로 이를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변호사뿐만이 아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18대 의원의 42.8%가 겸직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의 겸직 허용이 △의원 본연의 국회 활동에 소홀할 수 있고 △소속된 단체나 회사에 유리한 법안이나 정책을 추진할 우려가 있으며 △국회의원 명예가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윤종빈 교수는 “적지 않은 세비를 받으면서 겸직을 한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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