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허각, 소속사 대표에게 고소당할 뻔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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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1일 1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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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상도 꺾지 못한 가수 근성 ‘무대는 나의 힘’
● ‘결혼하고파~’ 음악과 결혼, 두 마리 토끼 사냥

가수 허각. 사진제공|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
가수 허각. 사진제공|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
“정말이지 난 너를 고소하고 싶어. 계속 이러면 널 고소할 거다.” (홍승성 큐브 엔터테인먼트 대표)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고소’라는 말에 기자는 깜짝 놀라 귀를 의심했다. 해맑게 웃으며 ‘고소’라니…. 소속사와 무슨 분쟁이라도 있는 걸까.

알고 보니 홍 대표가 건강을 안 지키고 몸을 혹사 시키는 소속 가수를 걱정하는 마음에 ‘고소’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고. 사장과 가수 계약 관계가 아닌 부자지간 같은 훈훈한 모습에 기자도 절로 유쾌해졌다. 그는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홍 대표와 계약을 맺고, 현재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격인 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최진호 대표)에 걸 그룹 에이핑크 등과 함께 소속되어 있다.

Mnet ‘슈퍼스타 K2’(이하‘슈스케2’) 우승자 가수 허각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 4월 두 번째 미니앨범 ‘LACRIMOSO(라크리모소)’로 팬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라크리모소’는 스페인어로 눈물이 난다는 뜻이다.

타이틀 곡 ‘나를 사랑했던 사람아’는 슬픈 이별에 가슴속으로만 우는 남자의 감성을 애틋하게 표현한 허각표 발라드다. 이는 음원 발표와 동시에 실시간 음원 순위 1위를 기록하며, 공개 이후 줄곧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사실 라이브에 부담이 큰 곡이에요. 3옥타브 이상의 고음 음역대를 쭉 이어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혹자는 ‘또 발라드냐?’라고 하지만, 저는 이제 겨우 시작하는 신인인걸요. 제가 가장 잘하는 곡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나른한 오후, 가만히 있어도 졸릴 법한 봄 날씨와 바쁜 스케줄로 지치고 힘들 법도 했지만 허각은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며 할 말이 많은 듯 거침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 “내가 아픈 게 아픈 게 아니야”

허각은 복귀를 앞두고 건강이 좋지 않았다. 불면증이 심해졌고, 운동 중 인대가 찢어지고 연골이 깨졌다.

“건강 챙기기에 무딘 편”이라는 그는 다치고 나서 많이 아프지 않아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다음 날은 체력훈련으로 15층 높이의 회사 건물을 네 차례나 오르락내리락했다.

“정말 하나도 안 아팠어요. 며칠 뒤 150명의 PD가 앉아있던 ‘대한민국 피디 대상’에서 노래했었는데 ‘슈스케2’ 결승 무대보다 더 떨렸어요. 그 순간 다친 곳이 심하게 아팠어요. 그 후 병원을 찾았는데 연골이식수술을 권유받았죠.”

깜짝 놀란 사람은 소속사 대표 홍승성 씨였다. 홍대표는 자기 관리 능력이 부족한 그를 크게 혼냈다.

하지만 허각은 “가수가 되기 전 힘들 때와 비교하면 이런 고통은 복에 겨운 투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노래도 건강해야 오래 부를 수 있다”는 홍 대표의 권유를 받아들여 담배도 끊고 건강을 챙기고 있다.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 보일러 수리공 ‘하늘 날다’

허각은 노래만큼이나 영화를 좋아한다. 쉬는 날이면 세 편의 영화를 쉬지 않고 볼 정도. 간접적인 경험이 가능한 영화가 무대 위 감정 몰입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그때그때 다르지만, 이별 경험을 토대로 할 때가 잦죠. 사실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영화만 봐요. 영화를 보다 보면 제 맘에 뭔가 와요. 노래 부를 때 가사를 풀어놓고 머릿속으로 생각하곤 하는데 영화가 큰 도움이 되죠.”

허각은 ‘슈스케2’에 출연하면서 ‘목소리에 한국적 한(恨)의 정서가 짙게 녹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덕분에 134만 대 1,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가수가 될 수 있었다. 그간의 노력이 기적을 만든 것.

하지만 진정 그를 전율케 한 순간은 ‘슈스케2’ 우승이 아닌 음악방송에서 1위를 했을 때라고.

“가수가 되기 위해 우승한 것도 기뻤지만 꿈을 이루고 가수들과 경쟁에서 1위를 했다는 게 제겐 꿈만 같았어요. 방송 후 지방 스케줄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어요. 비행기에서 완전 대성통곡을 했어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말도 안 되죠. 제가 어렸을 때 TV 보면서 임창정 형이 1등 하는 거 보면서 꿈을 키웠는데 제가 그 자리에서 1등을 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거냐고요.”

그의 성공 이후 쌍둥이 형 허공도 M.net ‘보이스코리아’에 출연했지만, 중간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허각은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걸 누구를 탓하겠느냐”라고 했지만, 목소리에서 형을 생각하는 애틋함이 느껴졌다.

허각은 자신의 매력을 무엇이라 생각할까.

“얼마 전 ‘보이스코리아’에서 길 형이 이런 심사평을 했어요. ‘허공 씨한테는 노래를 잘 불렀다 못 불렀다 평가하는 것을 떠나 그 곡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라고요. 쌍둥이니까 똑같지 않을까요? (웃음)
가수 허각. 사진제공|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
가수 허각. 사진제공|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

▶ 허각은 스포츠카 사이에 우뚝 선 세단?

허각은 현재 ‘비스트’, ‘포미닛’ 등 아이돌 그룹에 주력 중인 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있다. 그는 회사 내 유일한 발라드 가수다.

그는 지금 소속사에 들어오기 전 홍 대표와 한 시간이 넘는 미팅을 했다. 미팅에서 홍 대표는 계약과 관련한 이야기는 모두 빼고 설교만 늘어놓았다고 한다.

“한 시간 정도 계속 듣다가 답답해서 제가 먼저 ‘아이돌 회사에서 발라드를 부르는 저를 왜 찾으셨나요?’, ‘제게 한 시간 정도 조언해주셨는데 저를 쓰겠다는 건가요?’라고 질문을 던졌죠. 그러자 ‘ ‘당돌하네. 맘에 드니까 얘기하지 왜 하겠느냐. 무조건 믿고 따라와라’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그 말에 믿음이 갔어요. 바로 계약 했죠.”

허각의 꿈은 선배 가수 이승철, 이문세, 인순이처럼 노래 잘하고 롱런하는 가수가 되는 것.

그는 ‘슈스케2’의 심사위원 이승철이 말한 ‘노래에 대한 절실함 잊지 않기’와 ‘스타라는 계급장은 대중이 달아 주는 것’이라는 조언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직접적으로 어떠한 말을 않아도 음악만으로 감정과 이야기가 전달된다는 걸 느끼면 온몸에 전율이 돋아요. 그렇게 노래 부르는 행복을 느껴요. 음악적 스킬이 부족하더라도 제 마음과 듣는 분의 마음이 통했다면 좋은 무대라고 생각해요.”

▶ 붕어빵 같은 내 아를 낳아도!

허각에게 연애 계획을 묻자 ‘결혼 계획’을 설명했다. 아직 짝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하루빨리 결혼에 골인하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최대한 빨리 하고 싶어요. 전 어려서부터 제 가정을 빨리 갖는 꿈이었어요. 빨리 저와 닮은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연애는 오래 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가정이 생기면 남자가 책임감이 더 생긴다고 하잖아요. ‘붕어빵 같은 자식을 위해 목청 터지게 노래해야겠다’라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어요.”

“무대 크기나 관객 수를 떠나 전국·전 세계 단위의 장기적인 공연을 하고 싶어요. 토크 콘서트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누구보다 저를 이해하고 호흡도 잘 맞는 형과 함께 노래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오래오래 노래하고 싶어요. 더는 바라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허각은 팬들에게 인사도 잊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닌 저를 가수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래로 보답하겠습니다.”

박영욱 동아닷컴 기자 pyw06@donga.com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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