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투표 남경필 1표차 앞서자 “어?”… 결선투표때 친박 결집

  • Array
  • 입력 2012년 5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 새누리 원내대표 이한구-정책위의장 진영 선출

새누리당은 9일 국회에서 19대 당선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이한구-진영 의원을 선출했다. 진영 신임 정책위의장, 직전 원내대표인 황우여 의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이한구 신임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새누리당은 9일 국회에서 19대 당선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이한구-진영 의원을 선출했다. 진영 신임 정책위의장, 직전 원내대표인 황우여 의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이한구 신임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9대 국회의 첫 새누리당 원내사령탑을 ‘박근혜의 경제 가정교사’(이한구 신임 원내대표)와 ‘박근혜의 비서실장’(진영 정책위의장) 출신이 맡게 됐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대표적 경제정책통이고, 진영 의장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옛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결과적으로는 ‘예상대로’ 친박계가 원내지도부를 장악했지만 경선 과정에서는 흥미진진한 접전이 벌어졌다. 그만큼 친박계 일색인 당 분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는 것이다.

○ 남경필-김기현 뜻밖의 선전

1차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현장은 술렁거렸다. 쇄신파의 남경필 원내대표-김기현 정책위의장 후보가 1표 차로 ‘이한구-진영 후보’를 눌렀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경선에 뛰어들었던 ‘이주영-유일호 후보’는 26표밖에 얻지 못해 탈락했다. 이어 결선투표에서 이-진 후보는 6표 차로 남-김 후보를 힘겹게 눌렀다.

당초 원내대표 경선전이 시작됐을 때 당내에선 ‘친박계 핵심들이 이주영 후보를 지원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주영 후보는 중립 성향이지만 지난해 정책위의장을 맡아 ‘박근혜표’ 서민정책을 앞장서 추진하면서 박 위원장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조’ 친박계인 이한구 후보가 갑자기 출마하면서 경선 구도는 복잡해졌다. 경선에 개입하지 말라는 박 위원장의 ‘엄중 경고’ 때문에 당내 절대 다수인 친박계 의원들은 제대로 의견 교환을 못했고, 결국 ‘자유 투표’를 한 셈이 됐다. 이 과정에서 이주영 후보의 몰락과 남 후보의 선전이라는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박 위원장이 8일 진 후보의 지역구(서울 용산)에 있는 노인복지관을 방문한 것이 ‘박심(朴心)’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도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정말 ‘박심’이 작용했으면 이-진 후보가 더 큰 차이로 이겼을 것 아니냐”며 친박계의 조직적인 표 결집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 합동토론회 영향력

실제로 이날 경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친박계 핵심부의 ‘오더’가 아니라 이번 경선에 처음 도입된 합동토론회였다. 그동안 원내지도부 경선에선 후보들이 각각 3분 동안 정견 발표를 한 뒤 바로 투표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1시간 40여 분 동안 합동토론회를 거친 뒤 정견 발표를 했다.

19대 당선자 150명 중 절반(50.7%)을 차지하는 초선 당선자 76명은 대부분 ‘정치 신인’이어서 각 후보에 대해 잘 몰랐고, 후보들도 낯선 초선 당선자들과 접촉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 초선 당선자는 경선장에 들어가면서 “누구를 찍을지 결정 못했다. 합동토론회를 보고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각 후보도 이런 점을 의식한 때문인지 합동토론회에 무척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한구 후보는 ‘준비된 원내대표’라며 “국민의 신뢰와 당내 네트워크를 동원할 수 있는 원내대표단이 당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후보는 “계파와 지역을 뛰어넘어 본선(대통령선거)까지 힘을 모아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선 아직 부족하다. 그 부족한 플러스알파를 남경필이 채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영 후보는 “정책위의장 때처럼 원내대표가 된 이후에도 보여줄 것”이라며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 후보끼리 신경전도

상대 후보에 대한 날선 질문도 이어졌다. 남 후보는 대구 출신인 이한구 후보에게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근혜 위원장과 지역적인 차별성이 약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주영 후보도 이한구 후보에게 “‘경제민주화가 뭔지 모르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한구 후보가 “바로잡고 싶다. ‘경제민주화가 뭔지 모르겠다’가 아니라 ‘김종인(전 비대위원)의 경제민주화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당선이 확정된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 원내대표는 “당내 화합을 제1의 가치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국회가 전투하는 데는 아니다. 격투기가 아니라 육상 경기를 하는 걸로 생각하겠다”고 대답했다. 당내에선 이 원내대표가 ‘터프한’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자기 색깔’과 고집이 강해 대야 관계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이한구#새누리당#원내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