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질문 끝없을 땐 “두 가지만 먼저 대답할게, 나머지는 저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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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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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한 질문에 숨겨진 아이의 심리와 모범답안

일러스트레이션=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아이들은 새로운 정보에 늘 목말라 있다. 또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구체적인 답을 원한다. 다만 부모가 자녀 나이대의 언어를 사용해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초등학생에게 정자 난자와 같은 보통명사까지 에둘러 표현할 필요는 없다.

아래에 7가지 질문이 있다.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가 5∼10세(이하 만 나이 기준) 자녀를 둔 부모 10명을 인터뷰하고 관련 도서를 참고해 선정한 ‘난감한 질문’들이다. 여기에 숨겨진 아이들의 심리는 무엇일지, 그리고 부모들이 참고할 만한 모범답안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답안의 내용은 김유숙 서울여대 교수(교육심리학), 박부진 명지대 교수(아동학),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황준원 강원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의 조언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아동발달전문가 벳시 브라운 브라운의 ‘아이의 난감한 질문, 엄마의 현명한 대답’(예담·2010년), 김경희 전 연세대 교수(아동가족학)의 ‘아이마음 코칭’(웅진리빙하우스·2011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고무라사키 마유미의 ‘아이의 숨은 능력을 끌어내는 코칭대화’(마리북스·2008년) 등도 참고했다.

Q1 아기가 어떻게 엄마 배 속에 들어갔어요? 아기는 어디로 나와요?


아이의 심리> 아이들은 보통 3∼5세 정도에 자신의 성기에 관심을 갖는 등 성적 호기심이 고조된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오스트리아의 지크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이 시기를 남근기(phallic stage)라고 불렀다. 아이들은 자신의 성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과 행동을 하고,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갖는다. 남아는 엄마에 대한 사랑 때문에 아빠에게 질투나 경쟁심을 느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여아는 남근을 선망하고 아버지를 애정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겪기도 한다. 부모들이 충분한 대답을 못하면 아이들은 성이란 언급해서는 안 되는 부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연령에 맞는 그림책 등을 보여주면서 정확한 용어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이 시기가 지나면 자칫 초기 성교육을 할 기회를 놓쳐 버릴 수도 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않은가.

A1 아기가 엄마 배 속에 들어가 있는 게 신기하고 궁금했구나. 아기는 처음에 아주 작은 ‘아기씨’로 엄마 아빠 몸에 있었단다.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해서 꼭 껴안고 잠을 자면 아빠 아기씨가 엄마 몸속에 들어가서 엄마 아기씨와 만나게 돼. 그리고 엄마 배 속에서 열 달 동안 자란단다. 엄마 몸에는 소변 나오는 곳과 대변 나오는 곳 사이에 구멍이 하나 더 있는데, 다 자란 아기는 거기로 나오게 돼.(초등학교 저학년에겐 자궁, 음경, 질 등 정확한 신체 명칭을 사용하고, 고학년이라면 성관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게 좋다.)

Q2 왜 나랑 아빠는 다르게 생겼어요?(남아의 경우)


아이의 심리>이 역시 프로이트가 말한 남근기의 심리적 기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예쁜 엄마와 결혼하려면 아빠처럼 크고 멋진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아빠를 통해 성 정체감을 획득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때 “넌 아빠와 닮은 곳이 하나도 없다”든가 “아빠를 닮아서 머리가 나쁘다”고 하면 아이가 성 정체감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A2
사람의 몸은 유전자라는 물질을 통해 외모나 성격을 만들어 간단다. 넌 엄마 아빠가 함께 만들었으니까 어떤 건 엄마를, 어떤 건 아빠를 닮았어. 그리고 어떤 건 시간이 지나면서 닮아가는 것도 있단다. 너도 중학생이 되면 아빠처럼 목소리도 굵어지고 턱수염도 나고 키도 커질 거야.

Q3 엄마 아빠는 왜 동생만 사랑해요?


아이의 심리>프로이트의 제자이자 ‘개인심리학’이란 개념을 도입한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알프레트 아들러(1870∼1937)는 아이의 성격이 출생 순서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한 경험 때문에 대부분 온화한 반면 둘째(특히 첫째와 셋째의 가운데)는 태어날 때부터 형 또는 언니라는 경쟁자를 의식해 야심과 권력욕이 강하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과도한 형제간의 경쟁심이나 질투, 앙심을 ‘형제간 경쟁심(sibling rivalry)’이라고 일컫는다. 심지어 첫돌이 갓 지난 아이들도 형제간 차별에 민감해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과도한 경쟁심리를 줄이려면 부모가 형제를 비교하거나, 장난으로라도 “엄마는 누구 편” 같은 말을 해선 안 된다. 동생이 생기면 대부분의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빼앗겼다는 마음이 생긴다. 괜히 심술을 부리거나 짜증을 내는 등 퇴행의 행동도 보인다. 부모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서다. 따라서 먼저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출발하는 게 좋다.

A3 엄마 아빠가 동생만 사랑한다고 생각했구나!

동생과 상관없이 엄마 아빠는 변함없이 널 사랑한단다.(아이의 아기 시절 사진 등을 보여주며 당시 부모가 얼마나 기뻤는지 얘기해주는 것도 좋다.) 동생은 아직 갓난아기라서 혼자서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갈 수가 없어. 그래서 엄마 아빠가 좀 더 많은 시간을 돌봐야 해. 네가 어릴 때도 그랬단다.

Q4 엄마도 죽게 되나요? 저도 죽나요?

아이의 심리>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이제 아이가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인식하고 그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발달학적으로 5세 이전에는 죽음을 잠이나 외출처럼 인식한다. 6, 7세가 되면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10세부터는 거의 성인과 유사한 개념을 갖춘다. 그런데 부모들이 부담스러운 나머지 “나중에 크면 알게 돼”라는 식으로 반응하면 죽음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낳을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아이들의 대표적인 오해는 △죽은 사람의 신체적 고통에 대한 집착(배가 고프지 않을까, 땅속에서 춥지 않을까) △죽은 이에 대한 죄책감(내가 엄마 말을 안 들어서 엄마가 죽었다)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열심히 기도하면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등이다. 이런 생각이 지나치면 불안이나 적응장애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니 죽음의 의미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는 편이 낫다.

A4 세상의 모든 사람은 태어나 너처럼 어린이로 자라. 그리고 어른이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기도 낳는단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지나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더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죽는단다. 그건 엄마도, 너도 마찬가지야.(아이가 혼자 남겨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한다면 “엄마 아빠가 그렇게 빨리 죽지는 않아. 엄마 아빠가 옆에서 우리 공주님이 잘 클 수 있도록 돌봐주고 지켜줄 거란다” 등의 말로 안심시켜줄 필요도 있다.)

Q5 엄마와 아빠는 왜 함께 살지 않나요?

아이의 심리>부모의 별거 또는 이혼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 연령에 따라 크게 다르다. 3∼5세 때는 부모의 이혼을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기 쉽고, 자신도 유기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무력감을 가진다. 6∼8세 아이들은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자신이 유기되거나 거부당했다고 느낀다. 재결합에 대한 환상도 강하다. 9∼12세는 이혼에 대해 좀 더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님) 나이다. 이 시기엔 분노나 슬픔의 감정을 숨기고 사랑스럽고 긍정적인 면을 보이려 애쓴다.

아이들은 이런 스트레스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데도 별거나 이혼 사실을 자녀들과 미리 공유하는 부모들은 거의 없다. 갑자기 부모 중 한 사람이 집을 떠난 뒤에야 남은 사람이 엄마 아빠는 이제 함께 살지 못한다고 선언하는 게 일반적이다. 자녀의 처지에서 보면 이건 너무 충격적이다. 부부가 별거나 이혼을 결심하면 늦지 않게 아이에게도 그 사실을 알려야 하고, 또 절대 아이의 탓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A5 엄마 아빠는 이제 함께 살지 못하지만 이건 네 탓이 아니라 부부간의 문제란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했어. 하지만 지내면서 서로 맞지 않는 부분들이(돈이나 외도 때문이라는 등의 표현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한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다) 생겼고, 그래서 앞으로는 함께 살지 않기로 했어. 그렇지만 아빠는 지금도 나중에도 네 아빠고, 엄마도 계속 엄마인 것은 달라지지 않는단다. 언제든 아빠나 엄마와 통화하거나 만날 수 있어. 우린 비록 따로 살더라도 변함없이 널 사랑할 거야.

Q6 공부는 왜 하는 거예요? 책은 왜 읽어야 해요?


아이의 심리>취학 전의 유아들이라면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묻는 질문일 것이다. 이때는 책을 통해 여러 궁금증을 풀 수 있다는 것과 배움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하면 된다. 다만 공부든 독서든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처럼 인식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 이 질문을 초등학생이 했다면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의도를 파악해 봐야 한다. 초등학생의 질문에는 ‘공부는 꼭 해야 한다’ ‘책을 읽는 게 꼭 필요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아이는 지금 공부를 무척이나 하기 싫고, 책도 읽기 싫은 상황일 수 있다. 선생님이나 부모의 강요 때문에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느라 적잖은 스트레스에 시달릴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우선은 공부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에 공감해주고, 그런 다음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게 좋다.

A6 네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도 궁금하고 공부하는 것도 힘든가 보구나. 엄마는 네가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만큼 컸다니 기뻐. 모든 것을 경험하기에는 우리는 갈 수 있는 장소도 시간도 한정적이잖아. 그래서 우리는 직접 해보지 않고도 많은 것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는 거란다. 너도 나중에 하고 싶은 게 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꿈이 종종 바뀌지? 그래서 다양한 걸 배우면서 내게 맞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거란다.

Q7 왜요? 왜요? 왜요?(꼬리물기식 질문)

아이의 심리>아동기에 나타나는 인지양식 중에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한 가지 정답만 추구하는 ‘수렴적 사고’와 다양한 해결책이나 답을 모색하는 ‘확산적 사고’가 있다. 후자는 창의성, 융통성, 독창성 등과 관련된다. 이런 사고를 가진 아이들은 부모가 답을 제시하더라도 계속 질문하는 경향이 있다. 아동의 창의성이나 논리적 사고를 확장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질문인 셈이다. 다만 긍정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부모의 적잖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말이 쉽지 계속 질문이 꼬리를 물면 부모로서도 이만한 고역이 없다. 그래서 질문의 개수나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미리 합의하는 게 좋다. 직접 대답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도 괜찮다.

그런데 집요함이 너무 지나치다면 아이의 불안심리나 강박성향도 고려해 봐야 한다. 완벽주의 성향이 높거나 불안한 아이들은 자기가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자꾸 이전 단계를 곱씹는 것이다. 그러면 표현 방법을 약간씩 바꿔서라도 확실히 알고 넘어가게 해야 한다. 이런 성향을 무시해 버리면 아이는 자신의 불안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해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 꼬리물기식 질문은 아이들이 엄마와의 소통을 애타게 바란다는 뜻일 수도 있다. 목적은 ‘답’이 아니라 ‘대화’인데 엄마가 똑같은 대답만 반복하면 아이는 엄마와의 소통에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A7
오늘 궁금한 게 참 많구나. 엄마도 다 알려주고 싶은데 지금은 당장 엄마가 바쁜 일이 있어. 제일 궁금한 거 딱 두 가지만 더 대답하고 엄마도 할 일을 먼저 할게. 나머지 질문은 저금해 두었다가 내일 꺼내 볼까?
■ 집안일 하다가도 말 걸어오면 눈 맞춰주세요

어린 자녀가 질문할 때 부모는 흔히 어떻게 답변을 할지 고민에 빠진다. 그런데 내용에 상관없이 반드시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대화의 태도다. 올바른 대화 습관을 가져야 자녀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자신의 메시지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①듣는 자세=설거지를 하던 중 자녀가 말을 걸어왔다고 하자. 이때는 “듣고 있으니 그냥 얘기해”보다는 잠시나마 눈을 맞추고 “설거지만 끝내고 얘기할까”라고 해야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다. 아이의 말 가로채지 않기, 대화할 때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장구치기, 가볍게 스킨십하기 등도 자녀와의 대화를 보다 원활하게 이끈다. 반면 턱을 괴거나 팔짱을 낀 채 말을 듣거나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으면 아이들은 ‘엄마는 나와 얘기하는 게 귀찮은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②말소리나 크기=이런 것도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 예를 들어 항상 큰 소리로 혼내는 엄마가 고함을 치면 아이는 그 내용보다는 큰 소리 자체에만 반응해 그저 ‘엄마가 화났나 보다’라고만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선 효과적 메시지 전달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따라 엄격한 어조와 상냥한 어조를 적절히 사용해야 대화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짧고 간결하게 말하기,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하기, “왜?” 사용 줄이기(아이들이 말끝마다 “왜?”라고 물어볼 때의 난감함을 떠올려 보라) 등도 반드시 기억하는 게 좋다.

③부모도 질문을
=아이가 대화를 위해 질문하는 것처럼 부모도 질문을 통해 아이와 소통하는 것이 좋다. 지금 기분은 어떤지, 동화 속 주인공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등을 물어보자. 그리고 모든 말을 맺을 때 “네 생각은 어때?”란 한마디만 덧붙여보자. 그러면 아이도 일방적인 지시를 받는다는 거부감을 갖지 않을 것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아이의 질문#아이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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