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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물성예찬]<3>타자기 수집 마니아, 석금호 산돌커뮤니케이션 대표

입력 2012-03-23 03:00업데이트 2012-03-23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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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감성을 나눈다, 짙게… 부드럽게… 탁·탁·탁
독일 AEG사의 제품. 1920년대 생산된 것으로 추정.(왼쪽) 미국 콘티넨털 제품. 100년 된 것으로 추정.(가운데) 일본에서 생산한 미국 브랜드 제품. 브랜드명은 확인 안됨.(오른쪽)
2000년부터 수집하기 시작한 타자기 중 일부를 공개한 석금호 산돌커뮤니케이션 대표. 석 대표는 타자기에 대해 “인간의 감성이 전달되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기계장치”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런 ‘석가이버’가 ‘가장 따뜻한 기계’라고 부르는 애장품이 있다. 사옥 곳곳에 전시돼 있는 그 애장품이 무려 150대를 헤아릴 정도란다. 지난해 4월 인도 뭄바이의 마지막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지구상에서 더는 생산되지 않게 된 물건, 타자기다.

가장 아낀다는 타자기 6대를 창고에서 꺼내 바닥에 펼친 뒤 손으로 하나를 가리키며 그가 입을 열었다. “몸체가 녹색 계통의 투톤 색으로 만들어졌는데 색깔이 굉장히 세련됐죠? 100년 넘은 미국 레밍턴 타자기인데 이동성을 고려해 콤팩트하면서도 굉장히 정교합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타자기를 본 적이 없어요.”

이어 글자판이 평면으로 만들어진 타자기가 눈길을 끌었다. ‘MIGNON’이라는 브랜드명이 몸체에 박혀 있는 타자기로 독일 골동품상을 통해 우편 구매했다고 했다. 글자판을 손으로 치는 전통적 타자기가 아니라 금속공이를 이동시켜 글자판을 겨눈 다음에 버튼을 누르면 해당 문자가 찍혀 나오는 독특한 방식의 타자기였다. “1920년대쯤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품인데 저도 이런 건 처음 봤어요.”

석 대표는 1980년대 초 리더스다이제스트 아트디렉터로 일할 때 한글 서체를 일본에서 수입한다는 데 충격을 받아 한글 글꼴 디자이너로 나섰다. 1984년 설립한 회사는 직원 43명, 연매출 40억 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자 글자나 인쇄와 관련된 물건을 모으기 시작했다.

타자기 수집은 2000년에 시작했다. 그가 ‘가장 따뜻한 기계’라고 생각하는 타자기에 대한 짙은 향수 때문이기도 했다. “촉감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기계로서는 인간과 감성을 나누는 유일한 존재가 타자기 아닐까요. 자판을 두드리는 강도에 따라 인쇄되는 글자 하나하나가 다르니까요. 강하게 치면 글자가 짙게 찍히고 부드럽게 치면 글자도 부드럽죠. 사용자의 감성이 타자기를 통해 그대로 글자에 나타나죠.”

그는 타자기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시기를 ‘인간과 기계가 가장 가깝게 만났던 시기’로 정의했다. “자판을 두드릴 때 ‘탁탁탁’ 경쾌한 타음(打音)이 따뜻하죠. 타자기를 치는 소리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소리도 없어요. 젊은 시절 타자기로 연애편지도 많이 썼습니다.”

타자기는 서체 개발에도 영감을 줬다. 그의 회사가 개발한 250여 종의 서체 가운데 ‘타자기 서체’ 등 몇몇은 그가 수집한 타자기를 치다가 개발했다.

이렇게 아날로그 기계를 사랑하는 석 대표는 한편으로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먼저 써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얼리어답터’이기도 하다. ‘디지털을 적극 활용해 아날로그를 향유’한다. 수집한 상당수의 타자기를 미국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를 통해 구입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디지털은 차갑지만 편리하죠. 디지털 기기로 편리함을 얻고, 옛날 물건을 통해서는 아날로그의 따뜻함을 즐깁니다. 어느 한쪽을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요?”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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