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터놓고 톡]<2> ‘원전 추가 건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아일보 입력 2012-02-28 03:00수정 2012-02-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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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발전단가 석유의 18%” vs “관리비용 따지면 가장 비싸”
日후쿠시마 사고 1주년 앞두고 논란 가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발생 1주년(3월 12일)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원전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야당은 원전 중심인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16일 민주통합당의 전·현직 국회의원 33명은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출범시키고 정부의 원자력 확대정책 폐기와 신규 원전 건설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통합진보당은 19일 올해를 ‘탈핵(脫核) 원년’으로 정하고 2040년까지 모든 국내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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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6, 27일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야권이 ‘원전 폐쇄’를 이슈화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취임 4주년 기념회견에서 원전 추가건설 과제를 임기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추진할 뜻을 명확히 밝혔다. 지난해 말 원전을 현재의 21기에서 35기로 늘리겠다는 내용의 ‘5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0∼2024년)’을 그대로 추진해 원전 의존 비율을 현재의 31%에서 48.5%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 세계는 국가별로 원전 정책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등은 현실적으로 원전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 공급원이 없기 때문에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9일 원자로 2기 추가 건설을 34년 만에 승인해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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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독일은 지난해 일본 원전 사고 직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현재 운영 중인 원전 17기를 2022년까지 모두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현재 54기의 원전 중 51기의 운영을 중단했고, 205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년을 맞아 원전을 둘러싼 논란이 국내외적으로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원전 추가 건설이 필요한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이래서 문제있다”


원전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원전 사고가 광범위하고 치명적이며 지속적인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원전을 확대하자는 것은 잠재적 ‘원자폭탄’을 안고 살자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 원전이 값싼 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 때문에 에너지 낭비적인 사회구조를 고착시키고,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축소시킨다는 점도 지적했다.

○ 원전의 안전성 확신 자체가 위험 요소


이들은 과학기술자들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지나친 확신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최고의 원전 안전국이라고 자랑하던 일본도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것처럼 원전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거나 상상 이상의 자연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미래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무조건 안전하다고 얘기하기보다는 안전과 관련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원전의 안전기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전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독일처럼 원전을 완전히 폐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 사용 후 관리 비용 포함 안 된 값비싼 에너지원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은 “원전은 방사성폐기물 처리 비용 등 운용 및 관리 비용을 포함한다면 가장 비싼 에너지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비용을 발표한 적이 없다. 윤 교수는 “지금처럼 원전의 경제성을 계산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경제성을 논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우라늄 같은 원자력의 연료원도 매장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아니다”라며 “신재생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시장이 확대되면 가격이 싸지고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 수요 관리·에너지 효율 향상에 초점 맞춰야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은 지난해 9510kWh로 이웃 일본(8110kWh)이나 독일(7108kWh)보다도 많다. 문제는 전력의 절반가량(53%)이 산업용으로 쓰이고 있는데 산업용 전기요금의 원가 회수율이 92%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전력 부족 같은 사태의 원인을 개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에너지 수요 증가를 당연시하게 되면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원전 추가 건설이 답으로 제시되겠지만, 전력 수요는 수요 관리와 효율 향상을 통해 줄여 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산업 경쟁력 유지라는 명목으로 기업들이 계속 생산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받는 구조는 바꿀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원전 추가 건설 반대론자들은 독일을 사례로 원전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0년 독일의 여야 정치권은 ‘핵발전소 없는 사회’를 선언한 뒤 10년을 꼬박 투자한 결과 지난해에는 전체 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데 성공해 원전(17%)을 앞섰다.

윤 교수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신재생에너지를 그동안 다양한 정부 지원으로 대학교육까지 마친 성인 상태의 원자력과 비교하면서 경제성이 없으니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  
▼ “이래서 찬성한다” ▼


원전 추가 건설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낮은 생산단가에 국내의 대규모 전력수요를 충족시키는 에너지원은 원전이 유일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처럼 전력소비가 빠르게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9월 순환정전 사태와 같은 상황을 다시 맞지 않으려면 원전 추가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9·15 순환정전 후 한국은 비상전력 상태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에너지소비는 전년 대비 3.3% 증가했지만 전력소비는 5.2% 증가할 정도로 전력소비 추세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2024년까지 예상되는 전력수요량(1억1259만 kW)을 감안하면 반드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절약’ 같은 수요관리만으로는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장순흥 한국원자력학회장(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도 “지금 세계는 정보화, 자동화, 전기차 보급 등의 원인으로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전기화 사회’로 전환하고 있어 전력은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전을 논할 때 안전성은 항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 미국 스리마일, 옛 소련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례에서 보듯 원전사고는 국가적 재앙처럼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원전 사고로 일어나는 인명 피해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박영아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나라는 원전을 운영한 지 34년 됐지만 아직 심각한 사고가 없었고 일본 원전사태 이후 실시한 국내 전문가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며 “국내 원전 운영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믿을 만하다”고 강조했다.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기술 투자와 제도 마련도 진행되고 있다. 김 원장은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1조 원 이상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고 제도적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 효율성 측면에서 원자력이 최고


원전 지지자들은 원자력의 낮은 발전단가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2011년도 전력시장에서 거래된 정산단가는 kWh당 원자력이 40원, 유연탄 67원, 액화천연가스(LNG) 140원, 석유 220원, 신재생에너지 240원 수준으로 원자력이 가장 낮다.

김 원장은 “종종 환경단체 쪽에서 원전의 정산단가가 낮은 이유를 두고 사용후 핵연료 처리비용 등의 금액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원전 사후 처리비용을 현재의 2배로 높인다 해도 원자력의 정산단가는 kWh당 50원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석연료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추세에서 원자력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 의원은 “2011년 원료별 발전단가를 보면 원자력 발전은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석탄은 전년 대비 11%, LNG는 11%, 석유는 26% 증가했다”며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할수록 상대적으로 원전 발전은 더욱더 경쟁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경제성 및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대규모 도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의 대안이 될 만큼 기술 향상을 이루고 가격경쟁력을 갖추려면 적어도 2030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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