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는 세종시 시대]“세종시 생활 막막~하죠, 그래도 멀리 보면 기회 아닐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임충연 국무총리실 공보지원비서관

4일 세종시 첫마을 1단계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가 가게 앞을 정리하고 있다. 아직까지 상가 입점업체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대부분이지만 최근 입주민이 늘어나면서 세탁소 미용실 등 주민편의시설이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연기=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4일 세종시 첫마을 1단계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가 가게 앞을 정리하고 있다. 아직까지 상가 입점업체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대부분이지만 최근 입주민이 늘어나면서 세탁소 미용실 등 주민편의시설이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연기=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주말가족’ 택한 50대… 임충연 국무총리실 공보지원비서관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공직 입문 33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과 헤어지게 됐습니다. 어떻게 지내야 할지 걱정이 되네요.”

임충연 국무총리실 공보지원비서관(54·사진)은 세종시로 이전해야 할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요즘 걱정이 많다. 1979년 공직에 발을 디딘 임 비서관은 국방부와 총무처 등을 거쳐 1994년부터 총리실에 근무하고 있다. 1985년 결혼한 뒤 계속 서울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아왔다.

임 비서관은 ‘나홀로 세종시행’을 결정했다. 부인은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고 딸(26)과 아들(24)은 모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종시로 같이 가자’는 말은 꺼내보지도 못했다.

그는 “세종시로 간다는 게 실감이 든 것은 구체적인 부처별 이전 계획이 나온 지난해 말 이후”라며 “이제야 ‘주말 가족’이 된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고 토로했다. 임 비서관은 얼마 전 세종시에 아파트 분양을 신청했지만 당첨되지 않아 당장 집부터 구해야 할 형편이다. 세종시에는 전셋집·원룸도 부족해 인근의 충북 오송이나 대전 유성 쪽을 알아볼 생각이다. 그는 “국장급들은 대부분 혼자 내려가는데 친한 사람들끼리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집 얻어서 같이 살자’고 이야기하곤 한다”며 털어놨다.

[채널A 영상] 세종시 입주가구 속속 느는데…편의시설 여전히 ‘낙제’

현실적으로는 혼자서 어떻게 의식주를 해결할 것인지, 퇴근 후 시간은 어떻게 보낼지가 걱정이다. 그는 “어쩌다 일찍 퇴근하더라도 텅 빈 집에 가기는 싫을 것 같다”며 “대전이나 오송 청사에서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동료들에게서 혼자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회 관련 업무 등 서울로 출장을 와야 할 일이 많을 텐데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다”며 “세종시로 가는 공무원들이 모두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잘 적응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세종시 이전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임 비서관은 “세종시에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게 될 텐데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종시 이전은 공직사회에 획기적인 일인데 총리실이 가장 먼저 내려가는 부처인 만큼 세종시가 잘 정착되도록 도와야겠다는 의무감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아들딸이 공직에 들어와 가족들이 다 세종시에 모여 살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고 웃으며 말했다.

임 비서관은 후배 공무원들에게 “세종시 이전으로 공직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개인과 조직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세종시가 쾌적한 환경을 가진 첨단도시가 될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다섯식구 함께 40대… 주동철 농림수산식품부 주무관


“세종시로 갈 생각을 하면 가장 걱정되는 건 아이들 교육이죠. 그래도 세종시가 계획도시니까 5∼10년 지나면 생활여건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도 있어요.”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농림수산식품부 운영지원과 주동철 주무관(41·사진). 그는 11월 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맞춰 가족들과 함께 세종시로 생활 터전을 옮길 예정이다. 장모와 아내,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과 다섯 살 아들이 모두 세종시로 간다. 아이들이 어리고 아내도 전업주부이다 보니 가족 모두가 함께 옮길 수 있어 다행이지만 그는 미안한 마음이 적지 않다.

“처음 딸아이에게 ‘이사를 가야 하고 학교도 옮겨야 한다’고 말하자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나는지 ‘아빠 그냥 여기에 있으면 안돼?’ 하고 묻더군요. 동호회나 동네 친구들이 모두 경기 과천에 있는 아내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죠.”

자녀 학교 문제는 주 주무관과 그의 아내가 세종시 입주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현재 세종시에는 지난해 완공된 첫마을 아파트 쪽에만 초등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완공 예정인 민간 아파트 인근 초등학교는 아파트 완공과 함께 개교할 예정이기 때문에 아직 마땅히 보낼 학교가 없다. 사교육 환경도 열악함은 물론이다.

“수학이나 영어 같은 사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게 아니에요. 아이가 어리니까 본인 취미도 살릴 겸 수영이나 미술, 피아노 같은 과외활동을 시키고 싶은데 현재는 그런 걸 배우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세종시에서 그런 걸 자유롭게 누릴 수 있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요.”

그는 “이런 점 때문에 교육 여건이 어느 정도 갖춰진 조치원이나 대전 쪽에 집을 구할지, 아니면 처음부터 세종시에 정착할지를 두고 아내와 많은 논의를 했다”며 “고민 끝에 아직 아이들이 어린 만큼, 일단 세종시에 집을 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그나마 아이들이 어린 주 주무관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현재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자녀들을 둔 동료들은 가족이 함께 세종시로 가는 것을 포기하거나 가더라도 조치원이나 대전 쪽에 정착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1, 2년만 학업 지장이 생겨도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 주무관은 “그래도 처음에는 혼자 세종시로 가거나 출퇴근하겠다는 동료가 많았는데 막상 실제로 갈 때가 다가오니 가족과 함께 가고 싶어 하는 이가 늘었다”며 “혼자 갈지, 가족과 함께 갈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직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공무원 부부 30대… 김승연 기획재정부 사무관


“주거 문제가 걱정이긴 한데, 집값만 놓고 생각하면 오히려 세종시에 가는 게 괜찮아 보여요.”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기획재정부 세제실 FTA관세이행과에 근무하는 김승연 사무관(30·사진)은 올 연말 세종시로 가야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은 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2010년 11월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터전을 옮겨야 하지만 여건은 나쁘지 않다. 남편이 재정부 예산실에 근무하는 ‘부내 커플’이라 남들처럼 주말부부를 할 일도 없고, 아이도 아직 없어 당장 자녀교육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과천청사 어린이집이 시설, 운영 면에서 전국 최고 수준인 점을 생각하면 수년 뒤에 닥칠 보육 문제도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김 사무관의 기대는 현실적이다. 선배 세대들은 신도시, 조합주택 등의 기회를 활용해 집을 장만했다지만 지금 새내기 공무원에게 수억 원이 넘는 서울 시내 아파트 장만은 불가능한 일이다. 반면 세종시 아파트 분양가는 3.3m²당 800만 원 안팎으로 웬만한 서울 전세금보다 싸다. 남편과 함께 총 7번 청약신청을 해 모두 떨어졌지만 앞으로 분양물량이 충분해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저처럼 공무원 생활을 막 시작한 사람에게는 세종시가 기회일 수 있어요. 현장은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아 조감도와 많이 다르긴 한데, 주변 분들 말로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하네요.”

서울에서 나고 자란 김 사무관은 30년간 한 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다. 2009년 행정고시 합격 후 정치권에서 세종시 부처 이전을 두고 논란이 한창일 때, 선배들은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자 모두 입을 닫았다. 재정부의 세종시행이 결정됐을 때,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음먹었다. 서울에 남는 부처로 가겠다는 선배, 동료들도 주위에 없지 않지만 그는 “옮길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젊은 세대답게 김 사무관의 큰 걱정 중 하나는 일과 사생활이 구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직장 상사와 퇴근 후 공원, 마트에서 마주치는 것은 누구라도 달갑지 않다. 도시 특성상 공무원들이 집단으로 몰려 살 수밖에 없는 세종시에서는 대단히 현실적인 고민이다. 세종시에 바라는 걸 묻자 “도시가 안착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과천청사가 생긴 뒤 오늘날의 과천이 되기까진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과천이 수도권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잖아요. 세종시도 좋은 사람들이 모여 가꿔갈 도시니, 잘될 걸로 믿어요.”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