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직원들 “드디어 올 게 왔다” 당혹… 그룹측 “崔회장 자금유용 안해… 수사에 적극 협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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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주가 하락… 인수 추진 하이닉스도 4.56%↓

8일 전격적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SK그룹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최태원 회장은 회사 자금을 유용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에서 열린 비즈니스서밋(B20) 참석 차 유럽에 머물던 최 회장은 이날 오후 김포공항으로 귀국했으나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SK그룹은 이날 “최 회장이 그룹 계열사의 투자자금을 유용해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최 회장이 선물투자로 본 손실은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며, 이 손실을 계열사가 메운 일이 없다”고 공식 해명했다. SK의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최 회장, 최재원 부회장 및 주변 인물에 대해 여러 혐의를 잡고 몇 달간 수사를 해왔지만 문제될 것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도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해 모든 의혹이 조속히 해소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의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온종일 압수수색을 당한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직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수사진이 들이닥치는 광경을 접한 직원들은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태’ 당시 검찰 수사의 악몽을 떠올린 듯 잔뜩 긴장했다. 압수수색 소식을 모른 채 출근하던 일부 직원은 로비에 몰려든 취재진을 보고 깜짝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날 압수수색을 당한 한 계열사 관계자는 “일부 직원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몇몇 직원은 최 회장이 2003년 구속됐을 때를 언급하며, 그 같은 사태가 재연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룹 일각에서는 SK가 최근 몇 년간 법조 출신 고위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법무팀을 강화했는데도 그룹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본사 건물이 압수수색까지 당하게 된 상황에 허탈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SK의 압수수색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SK㈜의 주가는 전날보다 0.68%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SK C&C는 3.21% 떨어졌다. SK텔레콤, SKC, SK가스, SK케미칼, SK브로드밴드 등 대부분의 계열사 주가가 하락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만 2.03% 올랐다.

SK텔레콤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도 덩달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 수사가 급진전되면 SK의 하이닉스 인수가 아예 무산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날 하이닉스 주가는 4.56% 급락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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