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뮤직]‘걸그룹 장르’의 한 정점(頂点)…투애니원 ‘Ug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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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9일 23시 10분


코멘트

● 치밀함의 정점에 도달한 음원 온라인 비즈니스
● 완성도의 정점에 도달한 뮤직비디오 제작 시스템
● 단 2년만에 단독 콘서트 무기를 확보한 '투애니원'의 미래는?

투애니원의 신곡 '어글리'의 이미지. 이들은 강인한 비주얼과 세련된 음악으로 여성 걸그룹의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했다.(사진 YG엔터테인먼트)
투애니원의 신곡 '어글리'의 이미지. 이들은 강인한 비주얼과 세련된 음악으로 여성 걸그룹의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했다.(사진 YG엔터테인먼트)
2년 전 '여자 빅뱅'이란 애칭으로 데뷔한 '투애니원(2ne1)'을 주목한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데뷔시점이 절묘했다. 2009년이란 한국 가요계가 내수시장 회복은 물론이고 해외시장의 성공이란 자신감까지 되찾은 때였다. 게다가 이들에겐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빅뱅이란 후광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평탄한 성공을 예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멤버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개성이 강했다. 당시만 해도 케이팝 아이돌의 성공방정식은 '예능감'이 우선이었다. 수많은 TV예능프로램을 섭렵하며 인지도를 쌓고 이를 토대로 트렌디한 히트곡을 탄생시킨다는 '전통적 공중파 시스템' 아래 놓여있었던 것이다.

여성 아이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치'는 물론이고 '지나치게 튀지 않는 성격', 결정적으로 '무난하게 예쁜' 외모를 갖고 있어야 음악적 승부가 가능한 환경이었다. 상당수 아이돌들은 그런 성장 과정에서 '연기자'로 변신을 하는 경우가 왕왕 생겨났다. "뜨기 위해 가수데뷔를 택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게다가 여성아이돌 그룹은 지나치게 많았다. '소녀시대'가 데뷔하던 2007년만 해도 "이미 늦었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때문에 '투애니원'의 미래에 대해서는, "주목은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라는 평가가 정확했다. 10대 후반과 20대 중반이 뒤섞인 이들의 엇박자 구성도 논란이었지만 가벼운 댄스팝이 아닌 '힙합'을 하겠다는 시도자체가 우려를 가중시켰다. 무엇보다 이들의 외모는 거칠고 투박했으며 심지어 어떤이들에게는 무섭게 보일 정도였다.

■ 순식간에 '케이팝'을 대표하게 된 그룹 '2NE1'
투애니원의 세컨드 미니앨범은 3개월에 걸친 음원 및 뮤직비디오 공개 작업을 거쳤다. 그 과정에는 치밀하고 정교한 온라인 비즈니스 전략이 존재했다.
투애니원의 세컨드 미니앨범은 3개월에 걸친 음원 및 뮤직비디오 공개 작업을 거쳤다. 그 과정에는 치밀하고 정교한 온라인 비즈니스 전략이 존재했다.

그런데 이 순간, 그랬던 그들이 케이팝의 '무관의 제왕'에서 명실상부한 '대표주자'로 뛰어오르고 있다. 특히 아시아를 넘어선 유럽과 미주지역에서는 단연 '원 탑'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힙합이란 장르가 댄스팝보다 더 서구적인 탓이다"는 설명도 무색해졌다. 투애니원의 매력은 단순히 힙합의 장르적 특성이나 케이팝의 세련된 섹시함의 수준을 넘어선다. 이들에게는 기존의 서구(西歐)의 힙합에서 보지 못했던 동양적인 순수함과 한국적인 생동감이 함께한다.

이들은 마치 한국의 여자 스포츠 선수가 남성보다 훨씬 경쟁력있듯이 '소녀시대'와 함께 빠르게 케이팝이란 흐름을 전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트렌드로 만드는 주역이 돼버렸다. 그것도 데뷔 단 2년만에, 천편일률적인 국내 예능프로그램에서의 음악적 재능 소비 없이 이뤄냈다는 점에서 국내외 음악관계자들의 찬탄을 이끌어냈다.

올 여름 진행된 이들의 '2nd 미니앨범'의 공개 과정을 지켜본 대중음악인들은 이들의 행보에 경악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7월28일 공개된 '어글리(Ugly)'란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그 완벽함과 치열함으로 인해 "케이팝 아이돌 문화의 한 정점"으로 오랜기간 회자될 전망이다.

두말할 나위없이 현재 케이팝은 세계대중문화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과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유튜브'를 확인해본면 된다. 케이팝 컨텐트만한 경쟁력과 조회수를 기록하는 10대~20대 컨텐츠는 전통적 강자인 미국 팝이 유일할 정도다.

우리가 흔히 팝스타로 알고 있는 '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 '비욘세' 정도가 현재 음원시장과 유튜브 뮤직비디오 흐름을 휘어 잡는 강자임이 분명하다. 유튜브에 등장하는 순간 조회수 1억 회, 댓글만해도 10만개가 순식간에 내달릴 정도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세계 정상을 지나치게 오래 차치한 '기울어진 달'에 가깝다. 이들 이외는 뚜렷하게 유럽과 아시아 젊은이들을 흥분시킬만한 신규 컨텐츠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빈틈을 케이팝이 성공적으로 메워가고 있으며, 바로 그 선두주자가 '투애니원'이라는 사실이다.
올 여름, 투애니원을 가장 뜨겁게 달군 노래 "내가 제일 잘나가"의 뮤직비디오 이미지.
올 여름, 투애니원을 가장 뜨겁게 달군 노래 "내가 제일 잘나가"의 뮤직비디오 이미지.

■ 유튜브를 좌지우지한 YG의 관리능력

이들의 올해 행보는 거침없다. '돈 크라이'(4월)→'론리'(5월)→'내가 제일 잘나가'(6월)→'Hate You'(7월)→'어글리'(7월) 등 최근 4개월간 유튜브를 배경삼아 등장한 투애니원의 신작 열전은 한국 팬들은 물론이고 세계음악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1년 전 '박수쳐' '고 어웨이' '캔 노바디'를 동시에 음원시장에 등장시켰을 때와는 한층 업그레이 된 충격이다. 1000만 클릭을 도달하는 기간도 1년에서 2~3달로 한층 짧아진 것이다. YG의 기획자들과 프로듀서들은 이번에는 3주에 한 곡씩 신곡을 발표하는 전략으로 지난 3개월을 온통 '투애니원'으로 뒤덮어 버렸다.

적절하게 '티저(Teaser)' 마케팅 기법으로 팬들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유지한 것은 물론이고 앨범 발표 중간중간에는 해외공연과 TV출연으로 침묵의 간극마저도 상쇄시켜버렸다.

이 것만이 아니다. 이번 미니앨범 발표가 진행된 4개월 간의 장기 프로젝트의 핵심은 '뮤직비디오'에 있었다. 과거에는 음원을 먼저 발표하고 차근차근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나갔다면, 이번 2집 앨범은 마치 뮤직비디오를 위해 음원 발표를 늦췄다고 해석해야 옳을 정도로 초점을 '비주얼'에 맞춘 모양새다. 이른바 "유튜브 최적화형 데뷔과정"을 치른 셈이다.

반응 역시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그 조짐은 박봄이 솔로로 부른 '돈 크라이'에서 엿보였고 '론리'에서 빠르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내가 제일 잘나가'(I am the best)에서 빠르게 절정을 치고 올랐다.

힙합 문화에 인도식 리듬과 빠른 댄스음악을 뒤섞어 버린 '내가 제일 잘나가'는 6월27일 공개한 다음 날 바로 세계적 히트곡이 되어버렸다. 하루 이틀 사이에 수만개의 댓글이 따라붙었다. 워낙 빠른 반응이 이어져 관계자들까지도 깜짝 놀랐을 정도다.

유튜브 메인화면 배치는 물론이고 1달만에 800만 조회수 댓글만 해도 6만여개나 따라붙을 정도가 됐다. 전세계에서 이를 따라한 '커버 영상'이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언어로 개사해 부르는 일도 비일비재해졌다. 국내 음악차트 '올킬'은 물론이고 아이튠즈 순위에도 진입하며 투애니원을 세계적인 뮤지션의 대열로 밀어넣은 것이다.

7월20일 발표된 'Hate you'는 애니메이션식 뮤직비디오로 신선한 충격과 함께 가볍게 6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앨범 커버로 등장한 4명의 멤버의 캐리커처를 활용한 자극적이면서도 참신한 디자인이라는 호평이 잇달았다.

그리고 7월28일 전세계 음원시장과 음반매장에는 이번 두 번째 미니앨범의 판매가 시작됐고 그리고 유튜브에는 '어글리'라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내걸렸다. 신곡을 접한 전세계 팬들의 반응은 '내가 제일 잘나가'를 순식간에 뛰어넘는 압도적 기세다.
7월28일 공개된 세컨드 앨범은 투애니원을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7월28일 공개된 세컨드 앨범은 투애니원을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 프로듀서 테디가 만든 '어글리'의 완벽함…

다가오지마 너의 관심조차 싫어 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소리 치고 싶어
이 세상은 거짓말

I think I'm ugly
And nobody wants to love me
Just like her I wanna be pretty I wanna be pretty
Don't lie to my face tellin' me I'm pretty … <2ne1 '어글리' 가운데>

투애니원의 2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 곡 '어글리'라는 노래는 듣는 이를 당혹하게 만든다. 이제까지 당당하게 자신들애 매력을 뽐내온 이들의 조금은 나약한 어조로 "나는 못난것 같다"고 되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당혹감은 잠깐에 머문다.

'어글리'에는 '돈 크라이(Don't Cry)' '아파(It Hurts)'와 '론리(Lonely)' 등 에서 보여준 알앤비(R&B) 창법은 물론이고 강력한 일렉트로닉 그리고 힙합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YG와 테디(33.본명 박홍준) 그리고 투애니원 조합의 절정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징표"와도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YG 소속 원타임 출신인 프로듀서 테디는 투애니원을 성장시킨 1등공신이다.(연합뉴스)
YG 소속 원타임 출신인 프로듀서 테디는 투애니원을 성장시킨 1등공신이다.(연합뉴스)


데뷔 초기 보컬에 불안함을 내비쳤던 산다라와 박봄은 이 노래에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냈던 씨엘(CL)의 음색은 보다 그 차분함과 파워를 더한 모양새고 어리게만 비쳤던 공민지는 어느새 성숙미와 세련미가 가미됐다.

"99% 자신의 만족도"를 추구한다는 프로듀서 테디는 물론이고 YG소속 작사작곡가들의 위력은 더욱 경이롭다. 1집 '파이어(Fire)'와 '아이 돈 케이(I Don't Care)'에서 보여준 리듬감은 흥겹고 경쾌했지만 정서적으로는 한국적으로 소화가 됐다고 칭송하기에는 지나치게 미국적 분위기를 풍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타이틀곡 '어글리'에서 이런 어색함은 완벽하게 극복된 느낌이다. 인트로부터 후렴구까지 4분30초에 이르는 상당히 긴 노래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 특히 영어로 된 절정 후렴구는 기존 어느 힙합곡과 비교해봐도 흥겨움이 떨어지지 않고도 세련됐다. 아마도 이 영문 후렴구는 해외 팬들을 겨냥해 만들어졌겠지만 젊은 한국인이 듣기에도 충분히 친숙하다.

가장 놀라운 대목은 뮤직비디오 '어글리'가 보여주는 화면의 완벽함이다. 기존의 카리스마 넘치는 '힙합전사' 이미지에 선배인 '빅뱅'이 쌓아올린 능수능란함, 그리고 전통적으로 뮤직비디오에 투자를 아끼지 안끼지 않는 YG의 과단성이 총집결했다. 국내에 그 어떤 뮤직비디오가 시조하지 못한 파격의 연속이며 신천지다.

기존의 케이팝 전범을 모두 파괴하겠다는 이들의 파괴적 내용의 뮤직비디오는 화면 곳곳에 숨겨진 장치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공미 넘치는 미인들을 상징하는 '플라스틱 존(Plastic zone)'이라고 쓰인 간판이 대표적이다.

■ 이제는 유튜브가 메인 무대…압도적 물량공세
뮤직비디오 \'헤이트 유(Hate you)\'의 한 장면. YG는 이번 앨범을 창의적이고 빛나는 뮤직비디오로 채워 전세계 음악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뮤직비디오 \'헤이트 유(Hate you)\'의 한 장면. YG는 이번 앨범을 창의적이고 빛나는 뮤직비디오로 채워 전세계 음악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밖에도 이들이 퇴락한 슬럼가를 배경으로 뛰어다니거나 지하철 환풍기 위에서 펼치는 움직임을 초고속 카메라로 느리게 잡은 장면들은 한 컷 한 컷을 편안하게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마지막 폭발 장면은 빅뱅의 '러브송'에서 차용한 장면이지만 충분히 압도적이다. 당분간 이보다 더 과감한 엔딩 장면을 '케이팝' 진영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교한 물량공세가 멤버들의 다부진 인상과 어울리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한 달 전 투애니원이 "내가 제일 잘나가"라고 오만(?)하게 선언한 순간, 알게 모르게 생겼을법한 안티팬들마저 '어글리'라는 노래에는 항복당한 모양새다. 발표한 지 3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어글리'에 대한 호평은 점차 그 기세와 위력을 더하고 있다.

순식간에 200만 조회수는 물론 아이튠즈 순위 2위에 올랐을 정도다. 당분간 '어글리(Ugly)'는 세계 케이팝 팬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며 투애니원이 평생 자랑할만한 대표곡에 그 이름을 올리게 될 지 모른다. 또한 투애니원은 기존의 히트곡들과 더해 이번에 발표한 신곡들로 무대를 꾸밀 수 있게 됐다. 약 2시간 정도의 공연은 무리없이 채울만한 히트곡을 보유한 것이다.

자연스레 8월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올림픽홀에서 이들의 첫 단독콘서트가 예고되어 있다. 국내 팬들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아마도 "우리는 세계적인 팝스타가 될 수 있다"고 선언하는 자리가 될 지 모른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거의 절대적이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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