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칼럼]<조벡의 할리우드 in the AD>‘잇걸’ 알렉사 청, 파파라치에 관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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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1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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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그지 커버를 장식한 알렉사 청.
영국 보그지 커버를 장식한 알렉사 청.

'알렉사 청'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지. 만약 한 번이라도 그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패션에 지극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칭해도 좋을 것이다.

'알렉사 청'이야말로 지금의 패션계에서 나름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소위 '패션 아이콘'이니까. 패션 아이콘으로서의 존재감을 알아보기 위해서 굳이 해외의 유명한 검색 사이트를 찾아볼 필요도 없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 '알렉사 청'을 검색하면 그에 관한, 특히 그녀의 패션과 스타일에 관한 방대한 정보들이 몇 페이지에 이어져 나열된다.

'이 시대의 진정한 패셔니스타' '365일 핫한 잇걸' '빈티지 패션의 아이콘' 같은 찬사와 동경이 가득한 헤드라인의 기사나 블로그의 포스트들에, 알렉사 백, 알렉사 신발, 알렉사 청바지 등 그녀가 들고 신고 입어서 유행하는 아이템이 된 각종 상품들의 상세정보까지, 그야말로 그의 패션과 스타일에 관련된 방대한 정보들만 모아도 책 몇 권은 거뜬히 완성될 정도다.

한국의 포털 사이트에서 한국 연예인이 아닌 외국 연예인이 이렇게 패션에 관해 지대한 관심을 받는 인물은 전무하다 할 정도로 알렉사 청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도 매우 뜨겁다.

영국 출신 모델 겸 방송인 알렉사 청(사진)이 들고 신고 입으면 한국에서도 뜬다.
영국 출신 모델 겸 방송인 알렉사 청(사진)이 들고 신고 입으면 한국에서도 뜬다.

특히 패션과 스타일에 대해서는 한국 톱스타의 영향력에 뒤지지 않을 정도인데, 그가 일상생활에서 착용하는 아이템들은 물론이고 파티나 시상식의 레드카펫 위에서 피로(披露)한 특별한 아이템들은 어느새 그의 이름이 붙어 유행 상품이 된다.

그의 영향력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착용한 상품은 완판이 되고 발 빠른 패션업체는 그 분위기에 편승해 비슷한 분위기의 상품들을 제작해 판매 전선에 뛰어들어 일순간에 '알렉사 청 스타일'이 거리를 휩쓸게 된다.

▶그가 파파라치와 블로거들에 관대한 이유

이렇게 알렉사 청 패션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것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이들은 어쩌면 파파라치와 블로거일지도 모른다.

물론 근본적으로 그 자체가 스타일이 좋고, 또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해석해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 기본 전제이기는 하지만, 그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 붙는 파파라치들 덕에 그의 스타일 하나하나가 이미지로 포착돼 인터넷을 떠돌게 된다. 이어 현재 패션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파워 블로거들의 레이더에 포착되어 블로그에 올라오는 통에 많은 대중들이 그의 스타일이 담긴 이미지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알렉사 청은 다른 스타들과 달리 파파라치 들과 블로거들에 다소 관대한 편이기도 하다.

"사실 제 주변의 파파라치들은 그리 거칠고, 짓궂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제 패션이나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소위 '거리의 스냅샷(Street Snapshot)'적인 파파라치 들이 대부분이예요. 블로거들도 제 사생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편은 아닌 것 같고요…"

파파라치에 찍힌 알렉사 청.
파파라치에 찍힌 알렉사 청.

필자가 알렉사 청과 처음 만난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그가 미국의 캐주얼 브랜드 '메이드웰(Madewell)'과의 콜레보레이션 작업을 하게 되면서 진행하게 된 광고 작업을 통해서이니 채 2년이 되지 않았다.

그 당시에도 그는 앤디 워홀 세대의 '잇걸'로 불리던 에디 세즈윅(Edie Sedgwick)과 비교되는 차세대 '잇걸'로 불리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 자신이 '잇걸'이나 '스타일 아이콘' 혹은 '패셔니스타'라고 불리는 데 대해서 그리 익숙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저의 패션과 스타일을 보고 찬사를 퍼부을 때 마다 가끔씩은 부끄럽고 어딘가로 숨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패션을 사랑하고 즐기기에, 그저 평소 제가 입고 싶고, 신고 싶고, 들고 싶은 것을 표현할 뿐인데 그 칭찬들이 도가 지나치다 생각될 때는 부끄러워지거든요."

예상외의 겸손한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그래서 어쩌면 사람들이 더욱 그를 스타일리쉬하다고 칭송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소위 자신이 스타일리쉬 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그저 스타일리쉬 하기만 한, 전혀 힘주어 꾸미지 않았는데, 힘주어 꾸민 것 이상으로 패셔너블한, 바로 궁극의 스타일리쉬 함을 지니고 있기에, 그에게 많은 추종자가 생겨난 것 일 테다.

▶모델 → 방송인 → 톱 모델, 게스트 디자이너

토크쇼 진행하는 알렉사 청(왼쪽)
토크쇼 진행하는 알렉사 청(왼쪽)

영국 햄프셔 출신의 알렉사 청이 처음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광고를 통해서다.

16세에 영국의 유명 모델 에이전시인 '스톰(Storm)'에 스카우트되어 다수의 TV광고에 출연을 하게 되면서 모델로서의 경력을 시작하게 된다. 그 후, 영국의 유명 보이밴드 '웨스트라이프(Westlife)' 의 뮤직 비디오를 필두로 다수의 뮤직 비디오에 얼굴을 드러내다 20세가 되자 모델일을 그만두고, 대학에서 패션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평범한 학생이 됐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평범한 학생으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알렉사 청이 23세가 되던 2006년 그는 영국의 한 TV 방송국의 대표 음악 프로그램 여성 사회자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 프로그램은 바로 영국의 인기 민영방송 채널 '채널4(Channel 4)의 팝월드(Popworld)이다.

이 팝월드의 사회자 이후, 알렉사 청의 인생은 모델로서 뿐만이 아닌 TV 프레젠터, 즉 사회자로서도 화려해지기 시작한다. 영국의 유명 방송 프로그램의 사회자 자리는 물론 단독 프로그램들을 거쳐 결국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까지 진행하게 되는 등 패션계 뿐만이 아닌 방송계에서도 '잇걸'로 등극했다.

최근에는 방송의 무대를 영국에서 미국으로 넓혀 MTV에서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고, 올해 가을부터는 미국의 거대 공영방송 네트워크 채널인 PBS을 통해 그의 전문 분야이기도 한 미국 전역의 빈티지 마켓과 창고 세일(Garage Sale)을 소개하는 방송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사회자로서의 성공은 다시금 모델로서의 인생을 열어주게 되는데, 이번에는 신인 모델의 자리가 아닌, 유명인이자 동시에 톱 급의 대우를 받는 모델로서 급 신분 상승을 하게 되었다.

패션 브랜드 DKNY의 모델을 시작으로 라코스테 페페 진즈의 광고에 기용되었고, 런던 패션위크에서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런웨이를 걷기도 했으며, 2009년부터는 영국의 유명 가방 브랜드 '멀버리'와 협업, 그의 이름이 붙은 '알렉사 백'이 출시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가방 디자이너로서의 타이틀도 얻게 되었다.

또한 2010년에는 미국의 거대 패션 브랜드 제이크루(J.Crew)의 자매 브랜드인 '메이드웰'과의 협업으로 자신의 이름이 붙은 라인이 론칭되는 등 패션 아이콘으로서의 자리매김도 확실히 진행하고 있다.

제이크루사의 대표인 '제나 라이언스'는 알렉사 청의 게스트 디자이너로서의 기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녀야 말로 패션계에서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몇 안 되는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녀이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것, 그녀이기 때문에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판단했기에 콜레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해 보고 싶었죠."

판단은 적중했고, 메이드웰의 알렉사 청 라인은 론칭 첫 해에 계획된 매상의 2배를 웃도는 결과를 낳아, 역시 알렉사 청이라는 이야기가 패션계에 더욱 널리 퍼지기도 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에서도 알렉사 청의 인기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상당하기에, 국내 패션 브랜드에서도 러브콜을 보냈다. 그 러브콜은 바로 LG 패션의 여성복 브랜드 MOGG로부터였는데, 당시 알렉사 청이 국제적인 패션 아이콘으로 발돋움하기 바로 목전에 광고 캠페인의 모델로 기용을 하는 혜안을 보여주어 다른 브랜드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또한 알렉사 청은 올해 3월에 자신이 디자인에 참여한 가방 브랜드 '멀버리'의 신제품 발표 행사를 위해 조용히 한국을 방문해 행사의 호스티스가 되기도 했었다. 그는 행사현장의 음악을 직접 디제잉을 하는 등, 행사 내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어 관계자들에게도 호평 일색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그녀에 대한 한국 패션계의 뜨거운 관심은 식을 줄을 모른다. 각종 한국판 패션지의 커버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한국판 보그의 커버를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는 그를 두고 '아름다우면서도 똑똑한, 이 시대의 표상 같은 여인이 바로 알렉사 청'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즈는 그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알렉사 청은 새로운 세대의 케이트 모스 같은 존재'라고. 그리고 미국판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그와 그의 스타일을 두고 '한마디로 경이로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감히 필자도 한 마디 그녀에 대해 표현해 본다. 알렉사 청, 그녀야 말로 진정으로 스타일을 이해하며 스타일을 표현할 줄 아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이라고.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조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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