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한국인 ‘시기·질투 지수’ 중국·일본인보다 훨씬 높아

동아일보 입력 2011-04-30 03:00수정 2011-05-08 15:4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 ‘절대 고독’ 코리아

한국은 동북아 3개국 중에서 고독한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다. ‘나는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는 항목(5점 만점)에 대한 한국인의 답변 지수는 3.12점이었다. 중국인(2.72점), 일본인(2.86점)에 비해 매우 높다. 일본 응답자의 30.8%, 중국 응답자의 21.9%가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 반면 한국에선 37.2%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했다. 여성(41.8%)이 남성(32.6%)보다 더 많이 외롭다고 답했다.

한국인은 왜 그렇게 고독할까? 주된 이유는 급격한 산업화와 이로 인한 경쟁 심화, 장시간 노동 등이다. 지나친 경쟁은 인간관계의 질을 떨어뜨린다. 장시간 노동은 가정과 직장 생활의 괴리를 커지게 해 당사자가 양쪽 모두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독은 우울함과 동의어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살과의 연관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서 외로움 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원래 20대가 불안정한 시기인 데다 최근에는 취업과 진로 등 젊은이들의 미래가 매우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여성은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끼는 계층이다. 무려 58.5%의 응답자가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고 토로했다.

주요기사

외로움의 정도는 20대 이후 줄어들다 50대에 들어서 다시 높아진다. 40대 남성은 23%만이 고독을 느낀다고 해 ‘고독 지수’가 가장 낮았다. 30대와 40대는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우면서 왕성한 경제 사회 활동으로 고독감을 느낄 새가 없다.

그러다가 50대에 들어서면 자녀가 성인이 되면서 다시 찾아온 한가로움과 신체적 변화 탓에 외로움의 정도가 커지게 된다. 같은 50대라 해도 남성은 27.4%만이 ‘잦은 고독’에 동의한 반면 여성은 43.2%나 됐다. 이는 여성의 자녀에 대한 애착이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 남의 눈치 보다 내 행복을 놓치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은 건물이나 길거리에 거울이 많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란다.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훨씬 민감하다. 이번 조사에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문항에 동의한 한국인의 비율은 34.1%였다. 중국인은 22.8%, 일본인은 22%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한국인이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비교·경쟁 지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높은 사회적 경계심(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걱정하는 성향)은 불필요한 시기와 질투심, 스트레스, 불평(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개인적 영역이 지나치게 없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지목했다. “한국 사회는 모든 것이 공개되어 있고, 사적인 영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덜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숨을 곳’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요.”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보기술(IT)의 발달을 원인으로 꼽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신과 남을 비교하게 되면서 타인을 의식하는 정도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한편 남의 시선에 대한 과도한 의식은 개인의 행복도를 떨어뜨린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남의 기준을 충족시키려다 보면 정작 자신의 행복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연령별로는 20대가 타인의 시선을 가장 많이 의식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정도는 나이가 들면서 낮아진다. 20대 여성의 긍정 답변 비율은 52.3%였으나, 50대 남성은 18.9%만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고 답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질문에 대해 지역별로는 광주 및 전남북 지역 응답자의 동의 정도(3.14점·35.3%)가 높은 편이었으며, 대전·충청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2.81점·22%)이 나왔다.

3. 경쟁 사회가 부추기는 시기·질투

한국인은 시기·질투심에서도 수위를 차지했다. ‘경쟁에서 누군가가 나보다 잘할 때 그 사람이 부럽다’라는 질문에서(5점 만점) 한국인의 지수는 3.7점으로 중국인(3.49점), 일본인(3.09점)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긍정 답변을 한 응답자가 전체의 71%나 됐다.

한국인들은 일찍부터 사교육과 입시 경쟁에 내몰리면서 경쟁을 먼저 배우고,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항상 자신과 남을 비교하고, 그 과정에서 시기·질투심에 사로잡힌다.

시기·질투심은 특히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났다. ‘내가 가질 여력이 안 되는 물건을 가진 친구를 보면 부럽다’라는 질문에 여성은 절반이 넘는 51.8%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의 응답 비율은 45.4%였다. 아울러 여성에게 열악한 사회분위기는 경제활동을 막 시작하는 20대 여성의 질투심에 불을 붙인다. 20대 여성은 자기에게 없는 것을 가진 다른 사람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비율(69.2%)이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았다. 가뜩이나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돌아오는 것이 더 적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은 높은 스트레스와 잦은 짜증(불평, 불만)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내포한다. 스트레스 정도는 불확실한 미래, 청년실업, 스펙 쌓기 등 과도한 경쟁 등으로 인해 20대(46.2%)에서 가장 높았다. 20대 여성(55.4%)의 스트레스 정도가 가장 높았다. 반면 50대 남성(28.4%)은 가장 스트레스를 덜 받는 집단이었다. 50대 남성은 29.5%만 시기·질투심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지역별로는 시기·질투 지수가 서울(3.3점)과 대구·경북(3.46점)에서 전국 평균(3.28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서울 지역 응답자의 57.3%,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의 57.4%가 시기·질투를 느낀다고 답했다. 대전·충청 지역(3.09점)에서는 시기·질투 지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4. 연봉 7000만∼8000만 원이 가장 행복


‘한국인의 마음 지도’ 조사 결과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드러났다. 바로 연 소득이 7000만∼8000만 원(월 소득 600만∼700만 원)인 사람이 가장 안정적인(아마도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박상태 대홍기획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일단은 돈을 제법 버는 사람들이라 금전적 압박을 많이 받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회사원의 경우 중간관리자급으로 일하면서 안정성과 성취감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임원은 돈은 많이 받지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과 노후 대비 등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 또 중간관리자급은 자녀가 대부분 초중학생이기에 입시 스트레스가 없다.

저소득층(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은 삶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체 응답자 중 남의 시선을 가장 많이 의식(41.9%)하며, 스트레스(44.9%)를 제일 많이 받는다고 답했다. 시기·질투(57.5%)와 불평(42.5%)의 정도도 다른 소득군보다 높았다. 이들은 외로움도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다(53.3%).

스트레스와 불평, 시기·질투의 정도는 소득이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패턴을 보이다 월 소득 600만 원 이상∼700만 원 미만 집단에서 가장 낮아졌다.

그러나 스트레스와 불평과 시기·질투의 정도는 월 소득 800만 원 이상 집단에서 다시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800만 원 이상 집단에서는 시기·질투를 느낀다는 사람의 비율(48.8%)이 절반에 가까웠다. 이는 성취욕이 높은 고소득층의 성격적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월 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사람들은 남의 눈치를 가장 적게 보는(17.1%)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집단은 남들과 다름을 보여주기 위해 독특함을 추구한다는 비율(53.7%)이 가장 높아 일종의 과시욕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호함을 참지 못한다는 비율(70.7%)도 가장 높았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 marnia@dku.edu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 여준상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동 대학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영학과 심리학을 접목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Advances in Consumer Research’ 등 세계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소비자 심리와 행동, 관찰조사 등이 주요 관심 분야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 5월 중에 선 보일 ‘한중일 마음 지도’
후속기사의 일부 소개 ▼

일본 20대 여성은 하이에나족(族)?

20대 일본 여성들이 ‘남성화’되고 있다. 한중일 3국 조사에서 일본 20대 여성들의 남성적 성향과 공격 성향은 동년배 남성들의 그것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현지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자신이) 수컷화되고 있다고 느끼나’란 질문에 25∼35세 여성 응답자의 무려 63%가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이는 아프리카에 사는 하이에나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이에나 암컷은 수컷보다 덩치가 크고, 무리의 우두머리 자리를 차지한다.

‘만만디’ 왕 서방이 한국인보다 스트레스 많아

‘만만디’로 유명한 중국인이 한국인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경제성장에 따른 경쟁 과열과 주택, 식품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이다. 앵거스 디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2006년 연구에서 “삶에 대한 만족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액수 사이에는 정(正)의 상관관계가 있으나, 경제성장률(%)은 행복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 바 있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