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학부모님, 학생들에게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7일 오후 6시 반 대전 유성구 대학로 KAIST 본부 4층.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서남표 총장(75)은 “(학생이나 학부모를) 뵐 낯이 없다”는 사과로 회견을 시작했다. 서 총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은 올해 들어 네 번째로 발생한 학생 자살에 대해 당혹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서 총장은 “연이은 (자살) 사건으로 KAIST는 개교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유를 불문하고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KAIST 구성원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있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애통함을 느끼고 있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서 총장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개혁 정책이 후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학생들이 자유롭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즐겁게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논의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 사건이 벌어져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잇달아 발생한 학생 자살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혀온 ‘징벌적 수업료’ 제도를 폐기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서 총장은 “일정 성적 미만의 학생에게 수업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다음 학기부터 없애는 게 KAIST 안”이라고 강조했다. 2007학년도 학부 신입생부터 적용해온 이 제도에 대해 전날까지만 해도 “폐지는 없다. 보완은 가능하다”고 밝힌 입장과는 사뭇 다른 얘기다.
전 과목 영어 수업방식도 일부 보완이 검토되고 있다. 이승섭 KAIST 학생처장은 “현재 영어 수업시간에 조교가 학생의 이해를 위해 돕고는 있지만 영어 강의라는 게 양면성이 있다”며 “올해부터 학생이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선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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