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하필 MB 취임 3년 맞는 날에…” 곤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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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응 마땅찮아 “일단 관망”

이슬람채권법 논란이 개신교 원로목사의 ‘대통령 하야 운동’ 발언으로 이어지자 청와대는 25일 극도로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워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하야 발언의 당사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였다는 점에서 더 큰 당혹감을 표시했다. 한 청와대 참모는 “조 목사의 발언 수위도 감당하기 어렵지만 하필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는 날 언론에 보도됐다”며 난감해했다.

청와대는 24일 조 목사의 발언이 나온 뒤 내부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조율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반응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가 개신교계 원로목사인 만큼 어떤 반응을 내놓더라도 추가적인 논란을 부를 뿐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 목사의 발언이 나왔을 때 청와대 A비서관이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해 단상에 앉아 있었다.

한 청와대 참모는 25일 “청와대 내부로부터 어떤 반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 같다.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런 기조에 따라 이날 공식 브리핑에서 “청와대의 견해를 밝혀 달라”는 질문이 잇따랐지만 “오늘 이 문제로 별다른 논의를 한 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청와대에선 개신교계의 이슬람채권법 반대 기류가 쉽사리 잦아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금융 문제를 다루는 경제수석비서관실 관계자들이 교계 인사들을 수차례 방문해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 목사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맺어온 김장환 목사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에 절대적인 조달자금(100억 달러) 마련에 필요한 이 법안 추진을 중단하는 것도 예상하기 어렵다. 한 관계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개신교계와 청와대의 불편한 상황이 당혹스럽지만 일단은 차분히 사태를 관망해가며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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