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신년 좌담회]“北 진정성 보여야 대화 -교류… 필요하면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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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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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변화에 대한 기대 잔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방송사들이 공동 생중계한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개헌, 과학벨트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1일 방송사들이 공동 생중계한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개헌, 과학벨트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설 연휴를 앞둔 1일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방송좌담회는 청와대 접견실에서 90분 동안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정관용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수진 SBS 앵커와의 심층 대담을 통해 개헌 문제, 당청 및 여야 관계, 남북 한미 한중 관계를 비롯한 외교 안보 현안, 전세금과 기름값 대책, 복지 청년실업 대책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생각을 소상히 밝혔다 》

○ 남북 관계
“北변화에 대한 기대 잔뜩하고 있다”
“연평-천안함 없었던 듯해선 안돼”


이명박 대통령은 “무력도발이 아니라 진정한 대화를 하겠다는 자세로 나오면 북한과 대화를 할 것이고, 경제교류도 할 것이고, 6자회담에서도 얘기할 수 있다”며 6자회담 재개 및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북한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자세 변화의 단초를 발견하고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패널의 물음에 “그렇다. 그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남북대화와 6자회담의 선후 관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종합하면 남북 간 실무자급 접촉을 통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한 뒤 ‘베이징(6자회담)’으로 가겠다는 뜻을 깔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거꾸로 대화를 하는 척하며 “쌀 내놔라, 비료 내놔라” 하다가 도발하고 다시 대화하는 척하는 식의 패턴을 답습할 경우에는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을 것임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이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천안함 사건과 같은) 그런 일이 없었던 양 대화하자고 하니까 진정성이 있는가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적인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며 “북한에 진정한 변화를 요구한다. 기대를 잔뜩 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여야 소통
“연초니까 손학규 대표 한번 만날 것”
孫“영수회담 못할 이유 없어”


이명박 대통령은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다소 불편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여야 관계를 ‘통 크게’ 녹일 수 있는 비책이 없느냐는 질문에 “조금만 뭐하면 대통령이 사과하라고 하는데 여야가 우선 소통을 해야 한다. 대통령은 그 다음 차원이다”면서 민주당 측이 여야 대표 초청 청와대 간담회에 불참한 사실을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단독 처리에 대해 “누구의 뺨을 때렸다는 것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토론을 세게 하고 표결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빨리 (예산안 처리를) 해 달라는 것을 ‘대통령 지시다, 거수기다’라고 하는 것은 안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매년 연말 예산안 국회 통과 문제를 놓고 여야가 갈등을 겪는 것과 관련해 “국회법을 바꿔 예산 통과 기간을 길게 가져서 법정기한 내에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산 기간을 충분히, 6월부터 해도 되도록 바꾸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는 한나라당 때 같이 있었고, 외국(미국 워싱턴)에도 같이 있었다. 연초니까 한 번 만나겠다”며 회동 의사를 밝혔다. 손 대표는 서울역에서 귀성인사 도중 기자들과 만나 “진정성을 갖고 열린 자세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겠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회동 가능성이 높아졌다.
○ 인사 시스템
“개인 신상캐기식 청문회 방식 보완해야”
“취임 3주년 개각은 안해”


이명박 대통령은 ‘회전문 인사’ ‘오기 인사’ 지적에 대해 “일부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단임제로 5년 일하려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면서 “팀워크로 국정을 효율적으로 한다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지 (도덕성 등) 나머지를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니까 상임위원장이 여당인 곳은 통과가 되고 야당인 경우는 이제까지 한 번도 통과를 못 시켰다”면서 “미국은 개인의 신상 문제는 국회가 조사해 (가부를) 결정하고 공개적 청문회에선 개인의 능력과 정책만 다룬다”며 청문회 방식의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감사원장 후임 인선에 대해 “정말 감사원장으로 일할 수 있고 청문회도 무사히 통과할 사람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다. 내가 부탁을 하면 오히려 사양한다”며 인선난을 토로했다.

취임 3주년을 앞둔 개각설에 대해서는 “3주년이라는 정치적 동기는 없고 필요할 때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수 장관’ 교체 여부에 대해선 “내가 말을 하면 그 사람들이 일도 못할 것 아닌가. 필요할 때 할 것이다. 일 잘하면 오래하는 것이다”고 인사 원칙을 밝혔다.
○ 임기말 권력누수
“난 경제대통령… 레임덕 걱정 안해”
“벌써 4년차? 아직도 2년 남아”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처럼 권력을 행사한 사람들이 권력에 빠진다”며 “더 해야 할 일, 기초를 닦아놓고 떠나야겠다”고 말했다. 권력을 휘둘러 본 적이 없으니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도 있을 수 없다는 평소 소신을 피력한 것이다.

진행자인 정관용 한림대 교수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 단어(레임덕)를 듣는 느낌이 어떠냐”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특별한 감회는 없다”면서도 2006년 서울시장 임기를 마칠 때 마지막 날 오후 5시까지 일했던 경험을 얘기했다.

이 대통령은 “남들이 벌써 4년차라고 해서 여러 이야기를 하지만 나 자신은 다른 느낌”이라면서 “지금 해야 할 일이 많다. 아직도 2년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나는 정치인 출신이 아니고 대통령이 될 때도 ‘경제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이라 과거의 정치적 관습과는 다른 형태의 정치지도자”라며 “관행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레임덕, 자연스럽다. 시간이 지나면 이름을 레임덕이라고 붙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런 생각이 없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다만 임기 말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 등 신경 써야 할 점은 있겠다”고 덧붙였다.
○ 개헌-당청 관계
“개헌은 국회 몫… 난 매달릴 시간 없어”
“10년 野한 탓… 與, 정동기사태 착각”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헌법에 매달리면 다른 일을 못한다”며 개헌은 ‘국회의 몫’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면서 “디지털 시대, 스마트 시대가 왔다. 거기에 맞게 남녀동등권의 문제, 기후변화, 남북 관련에 대한 것을 손볼 필요가 있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개헌 문제에 대한 의중을 상세히 공개함으로써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집권 4년차에 개헌을 들고 나온 것은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작년 8·15광복절 때 개헌을 제안한 것도 굉장히 빨리 한 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대선 앞두고) 7개월 전에 제안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개헌이 특정 대선주자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누구한테 불리하고, 유리하고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과정에서 불거진 당청 갈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사전에 협의 없이 당에서 발표해 혼선이 왔다”면서 “집권 여당은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아마 10년을 야당을 해서 여당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금 착각했는지 모르겠다(웃음)”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내에서 제기되는 ‘당 중심론’에 대해선 “이 정권이 성공해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며 ‘당청 운명공동체’를 강조했다.
○ 한미-한중 관계
“한미 굳건한 동맹, 한중관계에 害안돼”
“FTA, 한미 차원서 더 넓게 봐야”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의 대외 관계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균형을 갖추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정부보다 한미 관계에 치중한 것이 남북 관계가 냉랭한 이유 가운데 한 요인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있겠다”면서도 “한미 관계가 강할수록 한중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 지도자를 만났을 때 “한미 관계는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동맹 관계이므로 한중 관계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해 왔다고 공개했다.

이명박 정부가 한중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 점을 상기시키며 한중 관계에 이상이 없음을 부각하려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한미, 북-중 관계를 이분법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대립 구도로 비치는 점을 경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에 관해 이 대통령은 “미국은 경제적 이유만으로 한미 FTA를 반대를 해서는 안 되며 한미 관계를 더 넓게 봐 달라”는 말로 FTA를 반대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요즘엔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이 ‘내가 그 논리로 (미 의회 반대파를) 설득했는데, 왜 한국에선 반대하느냐’고 묻는다”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냈다.
○ 경제 현안
“유류세 인하 검토… 주택 늘려 전세난 해소”
“日국가신용등급 하락은 복지때문”


이명박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이집트 (민주화 시위) 사건이 터져서 (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랐는데 추세를 좀 더 봐서 대기업(정유사)들이 조금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유가가) 내려가면 (국내 유가는) 천천히 내려가고 올라갈 때는 급속히 올라간다는 인상이 있다. 단정적으로 그렇게 보지는 않지만 국민 여론은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전세 대책에 관해서는 “나중에 장관이 발표할 내용을 먼저 말한다”며 LH(토지주택)공사가 재정에서 7조 원을 써서 다가구주택 2만6000가구분을 구입했고, 2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입주자를 공모한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구입한 뒤 내부를 수리해 전세를 주는 것”이라며 “대체로 20∼30평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부자를 포함하는 ‘보편적 복지’ 대신 소득기준 하위 70%를 상대로 한 ‘서민 복지’가 옳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일본도 국가신용등급이 한 등급 떨어졌는데, 아마 40여 년 만에 처음 당하는 일일 것이다. 복지 때문에 그렇게 됐다. 그리스나 스페인이 곤욕을 치르는 것도 결국은 놀고먹어도 좋다 해서 그렇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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