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끝나고 라임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냐고 묻자 하지원은 "애가 넷, 다섯이 돼도 지금처럼 '어메이징한 여자'로 남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이훈구기자 ufo@donga.com
▶"찡그린 미간 눌러줄 남자, 내게도 필요"
-DVD가 나온다면 드라마에서는 편집됐지만 이 장면만은 꼭 넣어달라고 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엄청 고생하면서 찍은 액션들이요. 1회에서 자동차를 타고 달아나는 소매치기 일당을 자전거로 추격하는 장면은 짧은 영화 한 편이라고 해도 될 만큼 공을 들였어요. 영화 스태프들까지 동원됐고 3일 밤을 꼬박 새면서 찍었어요. 드라마에서는 시간 상 3분의1 뿐이 못 보여드려서 아쉬웠어요."
-키스신에도 공 많이 들였죠? 6시간 찍었다면서요.
"조명 맞추고 세팅 맞추느라 오래 걸렸어요. 다양한 각도에서 찍었고요. 한 공간에서 찍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데 6시간 걸렸다고 해서 저도 놀랐어요."
-아쉽다는 평이 많았어요.
"정말 열심히 한 거예요. 반응보고 저도 충격받았어요. 내가 그렇게 못했나 싶어서 다시 봤는데 열심히 한다고는 했는데 발휘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하. 다음 작품에 키스신이 있으면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원래 서툴기도 하지만 라임이도 사랑에 서투니 감독님이 디렉션을 안주셨던 것 같아요. 라임이랑은 잘 어울린 것 같은데 그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할 껄 아쉬움은 있어요."
-길라임 꿈 속은 항상 험했어요. 하지원 씨 꿈은?
"새가 돼서 하늘을 나는 꿈. 바닷속에서 노는 꿈 등 판타지 꿈을 많이 꿔요. 그런데 드라마 하면서부터 내 꿈이 없어졌어요. 꿈 속에 김주원 오스카(윤상현)가 있고 길라임 꿈만 꿨어요. 작품을 할 때 간혹 촬영장 꿈을 꾼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매일 매일 작품 꿈만 꾼 적은 없어서 깜짝 놀랐어요. 라임이가 꿈꾸다 미간을 찡그리면 주원이가 손가락으로 눌러줬던 것처럼 제게도 그런 사람이 필요했는데 아무도 없어 아쉬웠죠. 하하"
-매 회 액션신이 있으니 부모님이 걱정 많이 하셨겠어요.
"그렇죠.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고요. 시나리오 보여드리면 액션 없는 것 골라주세요. 다쳐오면 속상해하시고… 그래도 일부로 '엄마, 여기 좀 봐봐'하고 멍든 거 보여 드려요."
▶"나만 살아남겠다? 드라마 전체적인 것이 최우선"
-'시크릿 가든'으로 '라임앓이' 시작한 팬들이 지원 씨 전 작품들을 많이 찾던데요. 어떤 작품부터 보라고 권하고 싶나요.
"역주행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가장 최신작인 '내 사랑 내 곁에' '해운대'에서 데뷔작 '학교 2'까지. 하하"
데뷔 후 쉬지 않고 작품을 했으니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하자 "좀 많긴 하겠다"며 '와하하하' 웃음보가 터졌다.
-지원 씨를 축구 선수와 비교하는 분들이 많아요. 포지션으로 치면 공격형 미드필더같다고 하고 쉬지 않고 활동하는 게 박지성 선수 같다고들 해요.
"박지성 선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박지성 선수는 직접 골을 넣기도 하지만 성공적인 골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에게 공을 넘겨주기도 하잖아요. 저도 드라마에서 '내 캐릭터만 보여줘야지'라는 욕심은 부리지 않으려고 해요. 드라마 전체적인 것이 최우선이죠. 주인공을 맡으면서 나만 살아남겠다는 것 보다는 드라마 전체를 보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예상치 못한 라임의 마음 고생도 참아냈단다.
"사실 '시크릿 가든'은 판타지 드라마라 더 밝고 재밌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회가 지날수록 라임이가 가슴 아파하고 마음고생을 많이 했죠. 근데 또 제가 마음고생을 많이 해야 드라마가 잘 된다는 거에요! 그래야 남자 배우도 더 멋있어 보이고요. 난 계속 아픈데…. 하하. 그래도 아파한 만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으니 다행이죠."
2009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그는 드라마, 영화 속 캐릭터로 사는 것이 정말 재밌어 현실의 삶은 재미없다고 했다. 재미는 찾았을까.
"마음대로 잘 안되더라고요. 여배우라 제약된 부분도 많고요. 그래서 재밌는 작품을 찾아 다녔어요. '시크릿 가든'도 재밌을 줄만 알고 찍었는데 아픔이 있어서 힘들었지만 재밌었죠."
아이쿠. 뼛속까지 배우인 이 사람. 이 '어메이징한 배우'에게 무슨 질문을 더 할 수 있을까.
-이제 라임이와 이별해야겠죠.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 설레인다. 헤헤."
연인을 마주한 것처럼 얼굴이 환해졌다. 주원을 바라보던 라임의 눈빛이었다.
"드라마 밖으로 나와서 라임을 보니 정말 멋진 여자인 것 같아요. 주원과 결혼을 했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끝까지 멋진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주원이 '내가 이러니 안 반해?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 그러잖아요. 아이가 넷, 다섯이 돼도 알콩달콩하게 살면서 '어메이징한 여자'로 남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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