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이병준 “배용준표 바람머리, 알 없는 안경 쓴 이유는…”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0일 14시 42분


코멘트
"안녕하세요우요우요우~"

인사 한 마디 나눴을 뿐인데 기가 눌린다. 인터뷰 룸을 동굴로 만들어 버리는 울림 가득한 목소리 때문이다.

배우 이병준(47)을 인터뷰한다고 하자 한 지인은 "좋겠다. 그 중저음 목소리를 혼자 들을 수 있어서…"라며 부러워했다. 그래서 SBS '시크릿 가든' 대사를 패러디해 물었다.

"선생님은 언제부터 그렇게 목소리가 좋으셨어요?"

"아버님 목소리를 물려받았어요. 한 때는 맑고 예쁜 맑은 목소리였는데 중 2,3 시절 변성기가 오면서 굵어졌죠."

'맑고 예쁜' 목소리라…, 그때를 상상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배우 이병준(47)에게 재밌는 포즈를 부탁하자 주저없이 한 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손가락 \'V\'는 물론이다.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배우 이병준(47)에게 재밌는 포즈를 부탁하자 주저없이 한 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손가락 \'V\'는 물론이다.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악역 이미지 싫어 애드리브 준비 중"

-SBS '시크릿 가든'이 끝나자 KBS '드림하이'로 옮기셨어요….

"'시크릿 가든'에서는 상무였는데 '드림하이'에서는 교장이죠. 원래 예술부장이었는데 정하명 이사장(배용준 분)이 떠나며 교장으로 승진해요. 승진했으니 좀 누려보려고요. 하하"

'시크릿 가든'에서 로엘백화점 박봉호 상무 역을 맡았던 그는 가수를 꿈꾸는 예고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림하이'에서는 기린예고 교장 시범수를 맡았다.

계략을 써 정하명 이사장을 좌천시키고 교장이 된 '나쁜 남자'다. 앞으로는 정하명의 추천으로 입학한 특채생 3인방(고혜미(수지) 송삼동(김수현) 진국(택연))을 괴롭힐 예정.

-5회부터 패션이 배용준 씨를 떠올리게 해요.

"애드리브로 준비한 것입니다. 배용준표 바람머리에 알 없는 안경, 머플러까지요. 대사톤도 비슷하게 해 볼 생각입니다. '배용준 따라잡기'로 보시면 되요. 어디까지 따라할 것인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굳이 배용준 씨를 따라하는 이유는 뭔가요.

"살아남기 위해서죠. 하하. 사실 '시크릿 가든'에서도 '드림하이'에서도 저는 악역이잖아요. '시크릿 가든'에서는 김주원 사장(현빈) 자리를 노리는 상무였고 '드림하이'에서는 계략을 써 정하명 이사장을 내치고 교장 자리에 앉았죠. 악역이고 딱딱한 역이라고 딱딱하게 연기하면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뉘앙스를 바꿔서 재밌고 허술하게 만들어 가려는 겁니다."

-'시크릿 가든'에서도 애드리브를 많이 하셨나요.

"허용되지 않았어요. 김은숙 작가가 김수현 작가처럼 토시 하나 틀리는 것도 용납안하는 스타일이에요. 대본에 '그랬습니다' 적혀있으면 '그랬습니다' 해야지 '그랬어요'라고 하면 NG 나는 걸요.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다가 표정이나 몸동작으로 표현했죠. '와이'같은 추임새도 간혹 넣었고요."
로엘백화점 김주원 사장이 회의에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크리스마스에 비나 확 쏟아져라’를 제안했을 때 박 상무는 딴짓하며 ‘크리스마스에 확 차여라’고 낙서한다.
로엘백화점 김주원 사장이 회의에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크리스마스에 비나 확 쏟아져라’를 제안했을 때 박 상무는 딴짓하며 ‘크리스마스에 확 차여라’고 낙서한다.

그는 김주원 사장이 회의에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크리스마스에 비나 확 쏟아져라'를 제안했을 때 '크리스마스에 확 차여라'고 낙서한 것도 대본에 적혀 있던 문구라고 했다.

"'비나'와 '쏟아져라'에 X 표시한 건 애드리브였어요. 그런 식으로 있는 그대로에 덧붙이려고 했습니다."

-'드림하이'는 어떤가요.

"맡겨주는 편이라 편안하게 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악역적인 부분이 강해서 '강한' 애드리브는 자제하고 있는데 인터넷으로 반응 살펴서 너무 딱딱하다고 하면 바로 애브리브 해야죠. 악역이지만 귀엽게 만들 겁니다."

2% 느끼하고 98% 귀여운 웃음을 짓더니 "악역 이미지가 강하면 CF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귀띔한다.

"양복, 세단 등 중후한 분위기 CF가 탐납니다. 그래서 의상도 깔끔하게 준비했고요."

-애드리브를 많이 하시니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이시겠네요.

"대본을 보다보면 지나치게 진지하게 흐르거나 지루한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애드리브를 툭 던지면 드라마가 살죠. 현장 분위기도 살고요. 그러다보니 스태프들이 기대할 때도 있어요. 감독님이 컷! 외쳐야 끝나는데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라고 시간을 주셔서 제가 '그만하시죠'하고 끊은 적도 있어요."

▶"'이 친구 여기에도 나왔었네'라는 말 듣기 좋아"

-프로필을 검색해봤더니 정말 많은 작품에 출연하셨습니다.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작품은 무엇인가요.

"감독들에게 눈도장 찍힌 것은 영화 '구타유발자'였습니다. 2006년 작품인데 지금도 '구타유발자'를 잘 봤다며 출연해달라는 감독들 연락이 자주 와요. 반면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 '공부의 신'부터인 것 같아요. 당시 딸이 중학교를 졸업했는데 딸 졸업식에 가서 딸과는 사진을 못 찍었어요. 사람들이 알아봐주시고 같이 사진 찍자고 하셔서요."

-요즘은 더 많이 알아볼 텐데요.

"그렇죠.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죠. 그래도 식당에서만은 아는 척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밥을 굉장히 와일드하게 먹는 편인데 쳐다보시면 조신하게 먹어야 해 힘들거든요."

-국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셨다고 들었어요.

"대학교 대학원에서는 연기를 전공했는데 꿈이 있어서 박사 과정은 국문학을 선택했어요. 지난해 1월에 수료했습니다. 논문을 빨리 써야하는데 자료 다 찾아두고 컴퓨터가 포맷되는 바람에 일단 접었죠. 하하. 이병준 이름으로 된 단체에 제가 대본쓰고 작곡하고 내 배우들로 채운 작품하는 것이 제 꿈이에요. 사실 박사는 부인이 먼저 땄어요."

부인 이야기를 꺼내더니 아차 싶었나보다.

"이런 얘기 하면 안 되는데…. 사실 아침방송 섭외가 많이 들어오는데 부인이 자기 얘기하면 바로 이혼한다고 해서 못 나가요. 누구의 아내로 알려져서 사생활 방해받는 걸 싫어해요."

-따님은 어떤가요.

"지금 고 1이에요. 딸은 '이병준 딸'이라고 알려지는 것에 거부감은 없어요. '공부의 신' 끝났을 때는 저한테 영어 수업받고 싶다던 딸 친구들도 많았어요. 절대 안된다고 거절했죠. 하하. 하나 슬픈 건 제가 나오는 드라마 보고 '아빠 좋아'가 아니라 '어우…. 현빈 슬퍼….'라고 하는 것이죠. 나한테서 나온 자식인데 아빠보다 현빈을 좋아하니…."

이병준은 2009년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아줌마 파마에 에어로빅복을 입고 춤추며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 선생님 '앤써니 양'으로 출연했다.

"'공부의 신'을 찍고서는 초등학생들이 '앤써니다~'고 알아봤다"는 그의 말처럼 희화화될 수 있는 역이었다.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서는 트렌스젠더 마담 역을 맡기도 했었다. 작품 선택 기준이 궁금해졌다.

"작품 선택 기준이요? 아직 없어요. 그보다 얼마나 많은 작품에 출연하느냐가 중요하죠. 사실 제가 일중독이거든요. 새벽까지 촬영하고 아침에 잠깐 자고 일어나서도 '나 일 안하고 뭐 하고 있지' 걱정할 정도에요. 매니저는 작품 끝나면 가족들하고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하는데 저는 작품 끝나기 전에 어서 다음 작품 잡아보라고 해요. 후배들도 '선배님, 다음 작품 뭐 하세요?' 묻는 게 인사입니다. '이 친구 여기에도 나왔었네' 그런 말 듣는 게 좋아요. 더 많이 경험하면 더 좋은 모습을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주변에서 건강 걱정 많이 하시겠어요.

"걱정없습니다. 환갑 때 백핸드(비보이 춤동작의 하나)를 한번 시도해볼 생각인 걸요. 나이 들면 살찐다고들 하는데 전 20년 동안 체중 변화가 2kg 안쪽이에요. 운동 스트레칭을 꾸준히 합니다. 이 나이에 식스팩까지 있으면 사람들이 욕할까봐 키우지 않지만 제가 벗겨놓으면 좀 괜찮습니다."

-뮤지컬, 영화, 연극, 드라마 등 모든 장르에 출연하시는데….

"모두 예능이죠. 내가 변호사 판사하는 건 아니잖아요. 같은 길이기 때문에 모두 하려고 합니다. 많이 하려면 많이 배워야 하고 그러면서 발전해가니까요. 뮤지컬이나 연극을 할 때는 무대에서 관객들 반응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체 움직임이나 대사 처리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요.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기도 하는데 학생들에게서 젊음을 배우고요. 다 배우는 과정인 거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음악과 학생도 사귀어보고 미술과 학생도 사귀어 보라고 권한"단다. 사귀면서 미술도 음악도 배우라는 뜻이다. 얼굴이 알려지며 곳곳에서 특강 요청도 많이 온다.

"특강도 자주 다니는데 학생들에게 장점과 단점이 중 무엇부터 사람들에게 보여주겠냐고 물어봐요. 대부분 단점을 알려주고 보완해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는데 나는 절대 아니라고 봐요. 장점을 보여주기에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단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철저히 장점화 시킨 후에 보여줘야죠. '안되는데 해볼까요?' 할 시간에 내가 잘 하는 부분을 보여줘야 하죠. 그러기 위해선 나를 잘 알아야하고요. 저도 노력 중입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