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정청 수뇌부는 10일 일제히 새해 예산안 국회통과 및 후속조치 준비과정에서 나타난 공직사회의 ‘무신경함’을 질타했다. 청와대는 내년 예산배정 계획을 확정짓는 후속 국무회의를 이달 하순으로 잡으려던 당초 계획을 문제 삼았다. 여기엔 안보위기 속에 여야가 예산 처리를 놓고 국회에서 대격돌을 벌이는 비상한 상황에 걸맞은 공직사회의 책임감이 부족했다는 여권 수뇌부의 공감대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 ○ 여당 지도부의 불호령에 부랴부랴 추가지원 결정
안상수 대표가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중점적으로 문제 삼은 사업은 △템플스테이 지원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지원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사업 등이다.
안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불교계에 직접 약속한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된 데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당 차원에서 약속한 예산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관련 예산을) 깎았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것이 사실이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불교계의 강한 반발에 봉착한 여당은 1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관광기금에서 추가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사업성 기금은 증액이나 감액이 전체 기금의 20% 범위 내에서 이뤄질 경우 국회의 심사를 받지 않는다.
재일민단 지원 사업의 경우 올해 예산은 73억 원이었으나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는 18억8500만 원만 편성됐다. 그러자 외교통상통일위 예비심사에서 의원들은 올해 수준으로 예산을 늘릴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2012년부터 실시될 재외국민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8일 국회를 통과한 최종 예산안에는 최초 정부안보다 32억2500만 원 늘어난 51억1000만 원만 반영됐다. 결국 정부는 10일 재외동포재단 예산의 일부를 전용해 재일민단 지원 예산을 올해 수준에 맞추기로 했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의 경우 한나라당은 30억 원의 신규 예산 편성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최종 예산에서 이 사업 지원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한나라당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예산을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 차관회의 건너뛰고 국무회의 앞당겨
정부는 통상 화요일에 열리는 국무회의를 하루 앞당겨 월요일인 13일에 열기로 결정했다. 또 국무회의 안건 조율을 위해 사전에 열던 차관회의도 생략하기로 했다. 국회가 홍역을 치러 가며 통과시킨 예산의 배정계획을 하루라도 먼저 결정짓고 내년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청와대의 방침 때문이다.
청와대의 속도감 있는 후속조치 요구는 규정을 거론해 가며 ‘느긋하게’ 일정을 짠 행정부처의 일처리 방식에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제동을 걸면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사 “정부-여당 출입거부” 10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정문에 정부 관계자와 여당 의원들의 출입을 거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불교계는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 과정에서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국무회의 일정을 12월 하순으로 잡으려 했다. ‘차관회의=목요일’이란 관행 및 시행령에 필요한 입법예고 기간 등을 감안한 것이다. 정부는 처음에는 국무회의를 28일에 열 계획도 갖고 있었다. ‘난장판 국회통과’(8일) 후 무려 20일 뒤에야 내년도 예산배정 계획을 확정짓겠다는 이야기가 된다.
임 실장은 9일 이 같은 보고를 받고 “하루라도 빨리 예산을 확정짓기 위해 국회가 이런 일을 겪었는데 이래선 안 된다. 주말에 차관회의를 열어서라도 최대한 빨리 국무회의를 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내부 검토 끝에 ‘차관회의는 생략 가능하다’고 결론짓고 국무회의 날짜를 13일로 잡았다.
○ 김 총리, 공직기강 확립 촉구
김황식 총리는 이날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각 부처는 내년 예산이 조속히 집행되고, 중점법안 후속조치가 바로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금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안보상 엄중한 상황이고,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라며 “전 공직자는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책임감 있는 근무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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