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통극 가부키의 공인 11대 배우이자 톱스타인 이치카와 에비조(33)가 집단폭력 사건에 휘말렸다.
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25일 새벽. 도쿄의 한 술집에서 가부키 동료 배우 등과 회식 중이던 그는 폭행을 당해 머리, 얼굴에 부상을 입고 귀가했다.
미녀 캐스터로 유명한 그의 아내 코바야시 마오는 피투성이가 돼 돌아온 남편을 보고 놀라서 구급대에 신고했다. 그는 곧바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고 입원한 뒤 치료를 받았다.
일본에선 '국민배우'로 통하는 이치카와 에비조가 폭력 사건에 휘말렸다는 소식은 곧바로 톱뉴스로 보도됐다. 그는 왼쪽 얼굴이 함몰되는 등 전치 2개월에 해당하는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그가 술을 마신 시점이었다. 이치카와 에비조는 24일 밤부터 25일 새벽까지 오랜 시간 동안 회식자리를 즐기다 사건에 휘말렸다. 그는 원래 25일 자신이 출연하는 가부키 새 공연의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취소한 것이 화근이었다.
"몸이 안 좋다면서 중요한 공식일정까지 취소해놓고 밤새 술 마신 것이 말이 되느냐"며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25일 가부키 선배 배우이자 아버지인 이치카와 단쥬로는 곧바로 아들을 대신해 공식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건 발생 나흘만인 지난달 29일 일본 경찰은 이치카와 에비조 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알려진 폭주족 출신 남성(26)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사건의 구체적 정황이 보도되면서 이치카와 에비조는 더 큰 비난을 감수하게 됐다.
25일 새벽 만취 상태로 술집을 찾은 그는 자리가 꽉 차 있자 5~6명의 모르는 남성들이 앉은 자리에 제멋대로 합석했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왔다. 이후 이들에게 술주정을 부리던 중 재떨이에 술을 따른 뒤 폭주족 리더 출신인 남성에게 마시라고 강요하는 등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것이다.
상대 남성이 이를 거부하자 일본의 국민배우로 통하는 이치카와 에비조는 "나는 인간문화재다. 네 연봉은 얼마냐?"며 상대의 심기를 계속 건드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같은 소동이 벌어지던 중 서로 치고받는 싸움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치카와 에비조가 상대 남성을 먼저 때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치카와 에비조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7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수술을 받고 얼굴은 그럭저럭 괜찮아졌지만 눈은 아직도 심하게 충혈된 상태였다.
그는 "인간문화재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목격자들의 증언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몸이 아프다"는 거짓말로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밤새 술을 마신 뒤 만취 상태로 폭력 사건에 휘말린 그의 말과 기억력을 신뢰하는 이들은 없었다.
하루아침에 일본 국민배우의 이미지는 땅으로 추락했다. 그가 출연하는 TV 광고가 전면중단 됐다. 전문가들은 이치카와 에비조가 이들 기업에 물어야할 손해배상금이 1억~5억엔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됐던 가부키 공연은 아예 취소됐으며 출연하기로 한 다른 작품에선 배우가 교체됐다. 내년 여름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영화도 촬영은 벌써 끝났지만 상영 여부는 불투명하다.
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과오에 대해 사죄하며 머리를 숙인 이치카와 에비조.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가부키 배우로선 물론, 연예계 활동도 무기한 자숙 기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배우 이미지에 먹칠을 한 대가이다.
이치카와 에비조는 과거에도 연예인 등 여러 여성들과 스캔들에 휘말려 이미지가 좋은 배우는 아니었다. 올해 7월 코바야시 마오와 초호화 결혼식을 올리고 가정을 꾸리면서 이미지를 쇄신하는 듯 했으나 거짓말과 폭력, 술이 얽힌 이번 사건으로 다시 추락하게 됐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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