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소시·카라 출연? 日홍백가합전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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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2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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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카라, 빅뱅이 일본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할 것이란 보도가 한일 양국 언론을 통해 연일 나오고 있다.

올해 홍백가합전 출연자 명단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들의 출연이 확정됐다는 보도가 계속 전해지면서 그 결과에도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다. 해당 가수의 소속사 측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부인하면서 출연 여부에 대한 관심엔 더욱 불이 붙고 있다.

홍백가합전 출연자 명단은 매년 11월 마지막주에 발표돼 왔다. 지난해의 경우 11월 23일에 최종 명단이 공식 발표된 것을 감안할 때 올해 출연자 명단 발표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소녀시대, 카라, 빅뱅의 홍백가합전 출연 여부를 둘러싼 기사가 속속 보도되면서 국내에선 '홍백가합전이 도대체 어떤 프로그램이기에 이처럼 양국 언론이 나서서 들쑤시나'라며 의문을 갖는 이들도 늘고 있다.

12월 31일 열리는 제61회 NHK 홍백가합전의 공식 홈페이지.
12월 31일 열리는 제61회 NHK 홍백가합전의 공식 홈페이지.

NHK 홍백가합전은 매년 마지막날인 12월 31일 저녁에 톱가수들이 출연하는 일본의 대표적 연말 쇼 프로그램이다. 가수들이 홍조(紅組: 여성팀)와 백조(白組: 남성팀)로 나뉘어 번갈아 노래를 부르며 성 대결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쇼는 심사위원단과 관객, 시청자의 투표로 어느 팀이 더 잘했는지를 가려내며 끝난다. 가수들이 노래 이외에도 단체로 특별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여러 볼거리도 마련된다. 어느 팀이 이겼는지는 별로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일본 홍백가합전이 열리는 12월 31일을 비롯해서 매년 연말에 지상파 방송사에서 톱가수들이 총출동하는 대규모 쇼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하지만 홍백가합전의 경우 오랜 세월 타이틀이나 형식이 바뀌지 않고 전통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다르다.

1951년 시작한 홍백가합전은 올해로 61회째를 맞는다. 처음엔 연초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영되다가 1953년부터 매년 12월 31일에 방영하는 연말 쇼로 바뀌었다. 1953년엔 1월과 12월에 두 차례에 걸쳐서 열렸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유지해오며 전통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일본 가요계에선 홍백가합전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가문의 영광'처럼 여겨진다. 아이돌, 록밴드 등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가수와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엔카 가수들이 거의 반반씩 출연해 전 세대를 아우른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엔카 가수는 인지도나 화제성 등으로 출연 자격이 부여된다. 아이돌 등 J-POP 가수의 경우엔 음반 판매량, 대중적인 인기가 주요 조건이 된다. 출연자들은 한 해 동안 가장 인기를 모았던 히트곡이나 자신의 가수 생활을 대표할 만한 곡을 부른다.

일본 가수들은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경력을 통해 홍보 면에서도 많은 이점을 얻는다. '홍백 효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면 해당 가수가 부른 노래가 담긴 음반 판매량이 갑자기 치솟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매년 홍백가합전 출연자 명단은 가요 팬들의 관심을 받는다. 누가 출연하는지, 어떤 곡을 부르는지, 첫 무대와 마지막 무대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하나하나가 화제가 된다. 처음 출연하는 가수들은 따로 모여서 기자회견도 연다. 홍백가합전은 일본에선 톱가수라면 반드시 거쳐 가야할 등용문처럼 굳어져 있다.

물론 홍백가합전의 명성이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한 때 일본의 '연말 풍습'으로 통하던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계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1970~80년대엔 70~80%대에 이르던 시청률은 지난해 1부 37.1%, 2부 40.8%(비디오리서치 조사, 간토 지역 기준)로 떨어졌다.

2005년엔 NHK 비리사건의 핵심으로 홍백가합전 PD가 가수를 출연시키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것이 적발돼 신뢰도와 이미지가 실추됐다. 시대에 뒤떨어진 고루한 진행 방식도 매년 혹평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2006년엔 가수 DJ OZMA가 공연 도중 성기 모양이 달린 의상을 입고 돌발 퍼포먼스를 벌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방송사가 뚜렷한 기준 없이 출연자를 일방적으로 선정하는 방식 등에 반발해 섭외를 받고도 출연을 거부하는 톱가수들도 늘고 있다.

이처럼 악재가 끊이지 않았지만 홍백가합전은 아직까지 많은 일본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린다. 신인 가수로선 남녀노소를 불문한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리며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홍백가합전을 통해서 한 해 동안 일본 가요계에 어떤 트렌드가 있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이 현재 대중적으로 관심이 높은 J-POP 최신 유행코드를 분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1990년대 말에 J-POP계에서 '오키나와 붐'이 한창일 때 아무로 나미에, SPEED, MAX, DA PUMP 등 오키나와 출신 가수들이 한꺼번에 출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비슷한 시기에 일본 유명 프로듀서 코무로 테츠야가 프로듀싱을 맡았던 이른바 'TK(Tetsuya Komuro) 사단'이 인기를 모으자 아무로 나미에, globe, 카하라 토모미, 스즈키 아미 등이 총출동하기도 했다.

국내 가수로는 J-POP계에서 한류 붐을 일으켰던 BoA가 2002년부터 6년 연속으로 홍백가합전에 출연해 가장 많은 등장 기록을 세웠다. 동방신기도 2008년부터 2년 연속 출연했으며 계은숙, 김연자, 조용필, 이정현, Ryu 등도 무대에 섰다.


올해 J-POP 최고의 유행코드를 꼽자면 AKB48 등 '걸그룹 부상'과 '한류 아이돌 인기'를 꼽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녀시대와 카라의 경우엔 일찌감치 유력 출연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소녀시대는 일본에서 발매한 두 장의 싱글 'GENIE'와 'Gee'가 모두 10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Gee'는 오리콘 싱글 주간차트 2위에 올랐다. 카라 역시 '미스터'로 '엉덩이 춤' 돌풍을 일으켰고 최근 발표한 두 번째 싱글 '점핑'도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한류 걸그룹이 올해 J-POP 최신 유행코드인 만큼 NHK 홍백가합전이 흥행을 고려해 소녀시대와 카라 확보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석간후지는 17일 카라 등 한국 아이돌 가수가 대거 출연하며 '올해 홍백가합전은 한일가합전이 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언론에선 한국과 일본 방송사들이 소녀시대와 카라를 두고 쟁탈전을 벌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내 방송사로서도 소녀시대, 카라, 빅뱅 같은 톱가수가 출연하지 않을 경우 타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소녀시대와 카라는 어느 쪽 무대에 설 것인가를 두고 지금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홍백가합전에 출연하면 그동안 성원해준 국내 팬들이 서운해 할 것이기 때문. 그러나 세계 2위의 음반시장인 일본에서 장기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라면 홍백가합전 출연은 이들에게 놓칠 수 없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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