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벼룩의 간을 맞춰야 만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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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9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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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을 향해 정조준을 하고 있는 진종오.
과녁을 향해 정조준을 하고 있는 진종오.
중국의 4대 기서(奇書) 중 하나인 삼국지, 수호지 등을 읽다보면 중국 사람들은 과장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삼국지에서 황충이라는 장군이 촉나라 유비 밑으로 들어가기 전 관우와 대결할 때, 말을 타고 달리면서도 활을 쏴 관우의 투구 끈을 끊어 놓는 솜씨를 과시하는 장면.

또 수호지에서 화영이라는 명궁이 날아가는 기러기 떼 중에서 자신이 지목한 기러기를 정확히 화살로 맞추어 떨어뜨리는 것 등이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과장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 사격장과 양궁장에 가본 뒤로는 많이 바뀌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국 사격과 양궁의 실력을 눈으로 직접 보고 나서였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도 않는 표적지의 중앙에 척척 총알과 화살을 꽂아 넣는 명사수와 명궁들의 솜씨를 보면 '아~'하는 탄성 밖에 나오지 않는다.

사격 권총의 표적지 직경은 155.5㎜. 사대에서 보면 표적지만 겨우 보인다. 만점을 받으려면 표적지의 직경 11.5㎜ 원 안에 명중을 시켜야 한다.

보통 60~90m 거리에서 경기를 하는 양궁의 표적지 직경은 122㎝.

사격 국가대표 이대명.
사격 국가대표 이대명.
이것도 올림픽 경기 때의 70m 거리에서 보면 가물가물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10점 만점을 받으려면 직경 12.2㎝의 원안에 화살을 맞춰야한다.

이것보다 더한 것은 사격 공기소총 10m의 표적지로 그 직경은 45.5㎜다. 이 정도 크기의 표적지는 시력이 아주 좋지 않고는 10m 밖에서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런 표적지를 두고 10.9점의 만점을 받으려면 직경 0.5㎜의 정중앙 점에 명중을 시켜야 한다.

0.5㎜라…. 벼룩의 길이가 2㎜라고 하니, 가히 '벼룩의 간'을 맞춰야 할 정도다.

12일 막을 올리는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이번 대회에서 종합 2위 수성을 노리는 한국 선수단이 첫 금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이 바로 사격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KT). 진종오는 이변이 없는 한 13일 오후 2시(한국시간)부터 열리는 남자 50m 권총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진종오와 함께 이대명(한국체대), 이상도(창원시청) 등 남자 국가대표 사격 3인방은 14일 10m 공기권총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번 아시아경기 개최국인 중국은 한국을 의식한 듯 한물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까지 끌어 모아 막강한 사격 팀 전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양링(38)과 장샨(42) 두 베테랑이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위해 돌아왔다.

양링은 남자 러닝타깃 부문에서 세계를 호령했던 선수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이후 은퇴해 사격 교관으로 일하다 우연히 왕이푸 사격대표팀 감독의 현역 복귀 권유를 듣고 컴백했다고.

권총 전문인 장샨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바 있다.

이런 중국의 견제를 뚫고 한국의 명사수들이 첫 금메달 총성을 울리기를 기대해 본다.

아마 과장이 심한 중국인들은 이렇게 표현할 지도 모른다. "한국의 명사수들, 그들은 벼룩의 간도 명중시킨다"라고….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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