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커버스토리]‘눈의 꽃’ 그녀. J-POP 음유시인 나카시마 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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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30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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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올해의 첫 눈꽃을 바라보며
함께 있는 이 순간에
내 모든 걸 당신께 주고 싶어
이런 가슴에 그댈 안아요….

2004년 겨울. 이 노래를 거리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삽입곡인 '눈의 꽃'이다.

첫눈의 추억을 함께 나눈 연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담긴 가사는 드라마의 애절한 스토리와 잘 어울렸다. 박효신이 부른 이 노래도 드라마의 인기에 못지않게 그해 겨울 많은 사랑을 받았다.

'눈의 꽃'은 번안곡이다. 원곡은 일본 여가수 나카시마 미카가 부른 '유키노하나'(雪の華: 눈의 꽃)이다. 2003년 10월 발표돼 일본에서도 그해 겨울 많은 연인들의 마음을 하얀 눈꽃으로 덮으며 사랑을 받았다.


박효신의 번안곡도 물론 좋았다. 하지만 나카시마 미카의 원곡은 마치 시를 읊조리듯 애절하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언어의 국경을 넘어서서 국내 팬들까지 사로잡았다.

원곡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유키노하나'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이 노래가 담긴 그녀의 라이선스 앨범은 아무로 나미에, 우타다 히카루 등 톱스타들을 제치고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일본 가수 음반이 됐다.

나카시마 미카는 올해로 데뷔 10년째를 맞았다. 많은 히트곡이 있지만 아직도 그녀를 떠올릴 때 팬들은 '유키노하나'부터 떠올린다. 그 노래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도 나카시마 미카가 아닐까 싶다.


발라드 가수로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나카시마 미카는 가창력이나 기교가 뛰어나진 않다. 라이브 무대에선 억지로 쥐어짜내는 듯 노래를 불러 여러 차례 기대에 못 미치는 실력을 보여줬다. 그래서인지 곡에 따라서 팬들의 반응이 들쭉날쭉하며 꾸준히 사랑받는 가수는 되지 못했다.

연예인의 끼를 타고 난 것인지 원래 모델로 데뷔한 그녀는 연기자로도 활동했다. 가수 활동과 함께 몇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대표적인 작품은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NANA'(2005년).

나카시마 미카는 'NANA'에서 주인공 오오자키 나나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동안 긴 생머리에 하늘하늘 늘어진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르던 그녀는 이 영화에서 가죽바지를 입은 터프한 여성 록커로 등장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NANA'는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일본 영화로선 흥행에 성공했다. 이 영화에서 나카시마 미카가 부른 'GLAMOROUS SKY'는 싱글로 발매돼 44만4000여장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오리콘 주간차트 1위에 올랐다. 그녀의 첫 싱글 1위 곡이었다. '유키노하나' 이후 그녀가 다시 주목받게 된 계기였다.


하지만 두 노래에 버금갈만한 히트곡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인기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색 없는 비슷비슷한 느낌의 발라드 곡이 이어지면서 "식상하다"는 평가를 들었고 새 노래들이 잇따라 오리콘 주간차트 10위권 내에도 들지 못하자 "한 물 갔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처럼 오랜 슬럼프를 겪은 그녀가 지난달 25일 선보인 32번째 싱글 '가장 아름다운 나를'(一番綺麗な私を)로 자신의 매력을 다시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일본 음반시장이 갈수록 축소되는 가운데 아이돌 중심으로 바뀌면서 이 싱글의 판매량은 저조했다. 하지만 유선 종합 리퀘스트 차트 6주 연속 1위를 기록해 가요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음반을 적극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비록 적지만 노래 자체를 즐겨 듣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다. 일본에선 유선 종합 리퀘스트 차트 6주 연속 1위를 기록한 노래가 지금까지 없었다. 새로운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이 노래가 이처럼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일본 가요계에선 엔카풍의 멜로디와 세련된 편곡으로 남녀노소 팬들을 사로잡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옛 추억에 잠기게 하는 '7080'의 감성을 21세기 스타일로 잘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데뷔 당시 신비스런 이미지의 무서운 신인으로 불렸고 한국과 일본의 감성을 자극하는 '눈의 꽃'을 통해 톱스타로 부상한 그녀. '나카시마 미카'다운 발라드 곡으로 돌아와 정체성을 되찾으며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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