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로 유라시아 횡단-<19>]그리스의 황홀한 유적을 뒤로 하고 베네치아로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11:13수정 2010-09-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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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 그리스 아테네(7월31일)~이탈리아 베네치아(8월4일)
그리스 아테네 거리는 차 반 모터사이클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유럽 태반이 바이크 천국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각양각색의 모터사이클이 거리를 장악하고 있었고 젊은이들은 보기에도 편한 복장으로 모터사이클을 운전했다. 헬멧을 쓴 사람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았다. 반바지에 티셔츠….

우리처럼 라이더의 복장을 갖추고 있는 바이커들은 번호판을 보면 외국 사람들이었다. 도로에서 운전을 한다는 것이 자신만 잘 하면 되는 것이 아닌데 어떤 속도에서건 작은 충돌도 큰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모터사이클의 경우 위험천만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리스 도로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 갓길 주행이다. 운전자들은 2차선 또는 3차선 주행선 곁의 널찍한 갓길을 하나의 차선으로 사용한다. 고속도로는 속도제한이 없거나 제한 속도가 시속 130km 정도인데 1차선은 추월차선으로 텅 비어 있고 2차선 또는 3차선으로 달리고 있으면 친절한 트럭과 버스는 갓길로 피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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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모터사이클에게 너무 친절해서 고맙기도 했지만 나중에 보니 트럭이나 버스 같이 큰 차량들은 계속 갓길로만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갓길은 비상차량들이 잠시 정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방이 잘 보이지 않는 곡선주로에서 큰 차량의 갓길 주행은 대형사고도 부를 수 있기에 위험하다.
그리스 라이더복장 따라하기

■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그리스에서 하루 이틀 달리다보니 시속 100km 정도로 주행하는 우리도 앞차를 따라 자연스레 갓길로 가서 주행을 하게 되었다. 정규차선으로 주행을 하려면 조금 과속해서라도 잇달아 앞차들을 추월해야 할 것 같은 심적 압박이 생겼다.

그리스 신화를 담고 있는 아테네라는 도시는 그야말로 시 전체가 유적지였다. 묵었던 숙소의 뒷동산인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하여 아고라 광장과 여러 고대 그리스 건물의 잔해가 관광지로 보존되어 있다.

그럼에도 날씨가 덥고 습해 도보관광은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었다. 차라리 모터사이클을 타고 나와 관광을 했으면 시원하고 편하게 관광을 했을 것을…. 당초 주차난과 도난 우려로 모터사이클을 안전한 곳에 주차하고 도보관광을 결정했지만 막상 힘들게 걸어 다니며 도시곳곳에 세워져있는 모터사이클을 바라보니 우리가 사서 고생을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스 지중해 해변

유럽에서 모터사이클이란 경제성과 편리함 그 자체였다. 주행 중인 차들은 모터사이클에게 먼저 가라고 길을 터줄 뿐만 아니라 주차할때도 빈공간이 있으면 어디든 제한 없이 세울 특권이 있었다. 게다가 시민들은 외국 번호판이 달린 바이크는 살짝 구경이나 할 뿐 절대 건드리지 않을 정도의 시민의식을 갖고 있었다. 배에 승선할 때나 국경을 통과할 때도 차량은 길게 줄을 서 있어도 모터사이클만큼은 한 발 앞서 수속해 줄 정도였다.

처음에는 새치기 같아 어색했지만 다른 차량과 수속이나 통관절차가 다르기 때문이란 것을 알고부터는 어디든 차량 줄을 무시하고 자연스레 맨 앞으로 나아가기도 했다.

동유럽과 달리 그리스 물가는 독일수준에 근접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가난한 여행객이 되고 말았다. 바이크를 갖고 물가가 싼 나라와 비싼 나라를 번갈아 가면서 여행하다보니 귀족신분에서 서민신분으로 전환이 너무도 빨랐다. 심지어 아테네에서는 길거리 사기꾼에게 크게 당할 뻔하기도 했다.

사건은 아테네 시내를 관광하고 한인민박으로 돌아오는 길에 민박집 근처에서 일어났다. 눈웃음이 선량해 보이는 그리스 남자가 둘째에게 말을 걸었다.
사기당한 그리스 펍

■ 그리스에서 처음으로 호객꾼에게 걸리다

"불 좀 빌리자, 어디서 왔냐?"
"한국이다."
"한국? 나도 한국 친구 많다. 내 친구가 근처에서 카페를 하는데 같이 가자. 그 친구가 좋아할 거다."

그는 다짜고짜 우리 일행을 끌고 간다. 낯선 이에게서 요청하지도 않은 친절은 의심을 해봐야하지만 둘째는 그 친절한 사람에 이끌려 이미 앞장서고 있었다. 시내 한복판에다가 오후 3시,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한 번 따라가 봤다.

사기꾼이 이끌고 간 곳은 조그만 바와 테이블이 세 개쯤 비치된 조그만 카페였다. 테이블에는 화장이 짙은 여자 둘이 앉아 있었고, 안쪽 테이블에는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앉아 있었다. 사기꾼은 우리를 바에 앉힌 후 주인인 것처럼 바에 들어가 우리에게 마실 것을 권했다.

"이건 내가 주는 거다. 뭐 마실래?"

괜찮다고 안마시겠다고 거절하는 우리에게 반강제적으로 음료수 하나씩을 내어 놓고 한국인 친구를 데려오겠다고 밖으로 빠져나간다. 사기꾼이 나가자마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자들이 우리에게 와 말을 건다. 어색한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보고 자기 마실 것 하나 사달라고 한다. 이 정도면 호객행위에 이은 바가지 영업인 것이 확실하다.
배안에서의 여유

일단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오는 우리에게 마신 것 계산하라고 요청했다. 한잔 당 8유로 모두 24유로(약 4만원)를 계산하고 나온 우리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20여 개국을 다니며 처음 당한 사기였지만 수업료치곤 그리 비싸지 않았던 것이 다행일 것이다.

민박집 사장님에게 얘기를 하니 그 사기꾼이 이곳 한인 민박손님을 노리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런 카페에서 술 한잔이라도 시키면 100유로 이상이 나온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미리 투숙 손님들에게 경고를 해주었으면 좋을 텐데….

다음날 우리는 아테네의 남쪽 수니온 곶으로 향한다. 이 곳은 백사장이 아름다운 휴양해변으로 유명하다. 지중해 해변에서 해수욕. 그간 러시아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오들오들 떨면서 바이크 운행을 하는 동안 마음은 언제나 지중해해변의 해수욕을 꿈꿨었다.

심지어 우리는 라이딩 복장 안에 속옷 대신 이미 수영복을 입고 있을 정도였다. 해변에 다다르자 우리는 백사장에 모터사이클을 세워 놓고 지중해 해수욕을 시작했다. 반나절동안 해수욕과 선탠을 반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뒤늦게 찾아간 캠핑장은 만원이라 더 이상 입장이 불가능했지만 일요일 저녁이었기에 근처에서 값싼 모텔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스 파트라에서 이태리 베니스로 가는 페리타기 전

■ 파트에서 배를 타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그리스 서쪽 파트라라는 항구도시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까지 페리를 타기로 하였다. 그리스로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는 것 보다는 원래 계획에 없지만 '운하'로 유명한 도시 베네치아를 보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배삯이 모터사이클 운임까지 포함하여 350유로 정도로 2000km를 넘는 여정에 드는 숙박비와 기름값을 생각하면 훨씬 경제적이다.
페리안에 DECK 2틀보냄

배는 자정에 출발했다. 핀란드에서 탔던 배보다는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불친절한 선원들로 무척이나 갑갑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배삯을 아끼느라 선실이 아닌 갑판좌석을 구매해 이틀이나 악조건에서 보내야 했다. 다른 이들은 갑판에서 서성이고 담배 피며 얘기하는데 그 옆에서 잠을 자려고 침낭에 눕고 나니 "이게 진정 노숙자 생활이구나"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둘째는 그게 어색했는지 실내 소파에서 새우잠을 택했다. 그렇게 이틀 밤을 갑판에서 보내고 아침 9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작성자 = 최태원 / 유라시아횡단 바이크팀 '투로드'
정리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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