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 해외유학생 U턴 코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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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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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의·치의학 입문시험 응시
외국학부출신 2배로 늘어

“美이공계 유학생 절반
한국 의전원 진학 준비”

“미국에서는 이젠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미 코넬대 생명공학과에 재학 중인 조모 씨(22)는 최근 한국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학부를 졸업한 후 귀국해 바로 의전원 준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의 해외 유학생 쿼터가 줄면서 한국 복귀를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미국에서 이공계열 학부를 다니는 학생 중 절반 이상이 한국 의전원 진학을 고려할 정도”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대학에 진학한 유학생들 가운데 졸업 후 국내로 돌아와 의전원 입학을 목표로 삼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전문학원인 프라임MD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010학년도 의학입문시험(MEET)과 치의학입문시험(DEET)’에 응시한 외국대학 학부 출신 학원 수강생은 83명으로 전년의 41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 분야 전문학원인 메가MD도 같은 시험에 응시한 외국 대학학부 출신이 147명으로 전년도 82명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학년도 고려대 의전원에 입학한 53명 중 14명이 외국 학부 출신으로 전체의 26.4%에 이르렀다.

해외유학파가 국내 의전원에 몰리는 이유는 미국에서 의전원 ‘진학길’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미 일리노이대에 재학 중인 유모 씨(23)는 “유학생이 미국 의전원에 들어가는 것은 원래부터 바늘구멍이었는데 그나마 있던 ‘유학생 쿼터’도 금융위기 이후에는 시민권자들에게 먼저 돌아가 유학생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미 유학생 사회에서는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영주권이 있어도 유학생은 의전원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국내 의전원들이 입시전형에 외국대학 졸업자 특별전형을 두고 있는 것도 미 대학 학부생의 국내 복귀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가천의과대, 강원대, 부산대, 중앙대 등에서는 수시모집 특별전형으로 외국대학 출신자 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 대학이 의전원 체제를 포기하고, 2015년부터 의대 전환 방침을 밝히면서 지금을 의전원 입학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한국 의전원 문을 두드리는 해외 대학 학부생이 부쩍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의전원 전문학원 관계자는 “해외 대학 출신자들의 국내 의전원 ‘U턴 현상’은 미국 명문대 재학생을 중심으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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