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월드컵]조연, 주연이 되다

동아일보 입력 2010-07-13 03:00수정 2011-04-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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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함대 중원 이끈
‘패스 마스터’ 이니에스타

미드필드서 공격 지원하는 ‘찬스 메이커’…
연장 막판 한번의 슛으로 스페인 우승 이끌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는 평소처럼 그라운드를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12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월드컵 결승전. 그는 연장전을 포함해 14.028km를 달렸지만 경기 막판까지 슛을 쏘지 않았다. 드리블 아티스트, 패스 마스터로 불리는 그는 상대 진영을 휘저은 뒤 결정적인 패스를 하는 데 익숙한 찬스 메이커였다.

옐로카드가 난무했지만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2006년 독일에서처럼 승부차기로 챔피언을 가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을 때 이니에스타가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연장 후반 11분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 있는 그에게 공을 넘겼다. 패스할 곳이 더는 없었다. 이니에스타는 오프사이드 상황을 절묘하게 피한 뒤 골문 왼쪽을 향해 발리슛을 날렸다. 그가 이날 처음 날린 슛은 바람처럼 날아 상대 왼쪽 골 망을 흔들었다. ‘무적함대’로 불리면서도 월드컵에서는 ‘무관의 제왕’이었던 스페인의 설움을 씻어내는 역사적인 골이었다.

이니에스타는 골망이 출렁거리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유니폼 상의를 벗어든 채 질주했다. 드러난 그의 속옷에는 펜으로 쓴 ‘다니엘 하르케는 항상 우리와 함께 있다(DANI JARQUE SIEMPRE CON NOSOTROS)’는 스페인어가 적혀 있었다.

이니에스타보다 한 살 많은 하르케는 스페인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친한 동료였다. 프리메라리가 에스파뇰의 중앙 수비수로 활약하던 그는 지난해 8월 소속팀 훈련 중 이탈리아의 한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니에스타의 골 세리머니는 월드컵 무대를 함께 뛰지 못한 동료에게 바치는 것이었다. 상의를 벗는 세리머니는 경고 대상이다. 이니에스타는 곧바로 주심으로부터 옐로카드를 받았지만 그 순간 하늘의 하르케는 수많은 축구팬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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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더 매치’로 뽑힌 이니에스타는 “오늘 승리는 하르케와 우리 가족, 스페인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니에스타는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의 그늘에 가려 있었지만 유로 2008 우승 이후 스페인의 주축 멤버로 자리 잡았다. 170cm의 단신이지만 강한 체력과 현란한 드리블이 장점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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