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감성 마케팅, 고객의 우발적 감정도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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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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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을 접하는 순간의 기분이
마케팅 효과에 결정적 영향

소비자 감정과 비슷한 메시지 주면
상품 구매할 확률 크게 높아져


눈을 감고 다음 장면을 한번 상상해 보자.

‘홀로 편안한 자세로 욕조에 앉아 잡지를 읽고 있다. 은은한 촛불과 잔잔한 음악, 라벤더 아로마까지 곁들여진 안락한 시간이다. 잡지를 넘기는 순간 청룡열차나 바이킹 등으로 가득한 놀이공원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면….’

당신이 이 놀이공원을 방문해야겠다고 결심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평소 놀이기구를 타면서 아찔한 스릴을 즐기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그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반면에 같은 상황에서 안락하고 편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파 광고를 봤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놀이공원보다 방문하고자 하는 욕구를 더 강하게 느낄 것이다. 사람들은 욕조처럼 편안한 장소에 있을 때 안락함을 주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끌리듯이 자신의 감정 상태와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더 큰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서 마케팅이나 감성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광고가 제작되고 있다.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항공사의 기내서비스 광고,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와 결부시킨 맥주 광고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감성적 호소가 매우 강력한 설득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 상품 접하는 순간의 감정이 마케팅 효과 좌우

소비자들은 논리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메시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긍정적인 감성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효과적으로 자극한다. 따라서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의 긍지 흥분감 휴식 행복 만족감 같은 긍정적 감정을 강조하고 죄책감 분노 슬픔 지루함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과 소비자의 우발적 감정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부정적인 감정보다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광고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일 가능성이 높다.

또 감성 마케팅에서 상품이나 광고 메시지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과, 해당 메시지를 받는 순간 소비자가 느끼고 있던 감정이 서로 일치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본 여행에 관한 두 가지 광고를 생각해 보자. 하나는 평안하고 잔잔한 혜택을 강조한 반면에 또 다른 하나는 신나고 모험적인 여행을 강조한다. 흥분감과 안정감은 모두 긍정적인 감정이다.

필자는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 사람들이 흥분감을 느끼고 있을 때 신나고 모험적인 여행 상품을 더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잔잔하고 안정된 감정을 느낄 땐 평안한 여행 상품을 더 좋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소비자의 구체적인 감정 상태와 상품이 전달하는 감성적 메시지가 일치할 때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 목표 고객의 감정을 고려하라


연구결과 감성 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마케팅의 기본인 적절한 타기팅과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수라는 점도 밝혀졌다. 최근 많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해당 상품을 널리 알리는 ‘광고(廣告)’보다 목표 세분시장 소비자를 대상으로 해당 상품을 정확하게 알리는 ‘적고(適告)’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목표 고객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감성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목표 고객을 대상으로 적절한 상황에서 마케팅 활동이 진행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박진감이 넘치고 흥미진진한 야구장은 가족과의 편안한 휴식이나 명상을 강조하는 상품보다 모험과 흥미가 넘치는 휴가 상품을 홍보하기에 더 적당하다. 단순히 야구 관람객의 일반적인 선호와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외에도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느낄 감정과 흥미진진한 휴가 관련 상품이 유발하는 감정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박기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kiwanp@snu.ac.kr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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