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안함 공격과 황장엽 암살 기도 뒷전의 北정찰총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황장엽 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북한군 장교 2명이 침투한 사건은 2차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 김정일 집단의 대남(對南) 전략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검거된 북한군 소좌 김명호와 동명관은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의 공작원이다. 정찰총국은 천안함 사태의 배후로도 의심받고 있다. 김영철 총국장은 공작원들에게 “황장엽의 목을 따라”는 지시를 직접 내렸다고 한다. 1983년 아웅산 테러와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을 저지른 북한이 또다시 대남 국가테러를 기도한 것이다.

북한에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를 지내다 1997년 귀순한 황 씨는 북 정권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이고 싶은 존재일 수 있다. 그가 김정일 정권을 비판하는 행보를 미국과 일본 등 국제무대로 넓히자 북한 온라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얼마 전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번에는 암살단이 검거돼 무산됐지만 황 씨에 대한 북한의 테러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봐야 한다. 공안당국은 빈틈없는 경호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북한은 1997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인 탈북자 이한영 씨를 2명의 특수공작조를 보내 살해한 바 있다.

북한은 간첩을 남파(南派)하기 위해 온갖 술책을 동원한다. 황 씨를 겨냥한 암살단은 탈북자로 위장했다. 탈북자 심사를 강화해 의심이 가는 사람은 장기간 추적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 동포로 위장한 간첩도 있었다. 정부가 북한 테러범과 간첩 색출 대책을 갖춰야만 1만8000여 명의 한국 정착 탈북자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이후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며 우리 정부와 수차례 접촉했다. 그런 유화전술의 뒷전에서 작년 11월 암살단을 출발시켰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전면에 평화를 내세우는 북한에 속아 주적(主敵) 개념을 삭제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1997년 이후 우리 국민이 된 황 씨를 살해하기 위해 군 장교 암살단을 보내는 북한이 주적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2008년 노동당 작전부와 조선인민군 정찰국을 합쳐서 만든 정찰총국은 대남테러 활동과 공작을 지휘하는 사령부다. 군과 정보기관은 이 기구에 대한 감시활동에 한 치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