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군 경쟁력은]<중>창의성-차별화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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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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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지자체 협력 ‘지리산 시너지’… 둘레길 일류상품으로
○ 산업 융합형 신모델
포도-인삼 생산서 관광까지…영동-금산, 알짜 브랜드 육성
○ 외부 수혈형 신모델
화천 산천어 공수 관광상품화, 자원없던 함평 나비타고 훨훨

‘지역 간 협력과 창의성으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공동으로 전국 163개 기초생활권 시군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역경쟁력지수(RCI)와 생활여건지수(LCI)는 단계적 지역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상당수 시군은 내부 역량에 주로 의존하면서 자체 특산물이나 관광자원만을 활용하는 초기형 발전모델을 실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시군은 지역 내 협력을 넘어 다른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었다.

○ 지역 간 협력·기존 자원 활용 모델

가장 많은 지역발전 모델은 지역 내 특산물이나 관광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얻는 모델이었다. 경북 상주시의 곶감과 경북 포항시의 과메기, 전북 부안군의 뽕과 고창군의 복분자 브랜드 등이 이 모델에 해당한다.

하지만 더 큰 도약과 성장을 위해서는 지역 간 협력으로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하는 전략이 바람직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계와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고, 시장에 더 큰 파급효과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북 영동군은 지역 내 경제주체들 간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포도의 고장’이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정구복 영동군수는 “전 지역민과 산·학·연이 긴밀히 협력해 포도 생산, 가공, 유통, 관광 등 1, 2, 3차산업의 융합을 이뤄내면서 브랜드를 육성했다”고 말했다. 영동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 간 협력을 토대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했다. 코레일 및 금산군과 협력해 인삼·와인열차를 운행해 소비자들에게 와인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건강식품인 인삼 쇼핑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전북 남원시와 장수군, 전남 곡성 구례군, 경남 하동 함양 산청군 등 지리산과 인접한 자치단체 7곳이 행정협의회를 만들어 둘레길 등 지리산 관광 개발 사업을 공동 기획한 것도 협력 모델을 활용한 사례다. 낙후지역 가운데 하나인 경북 봉화 영양 청송군은 지역 특산물 공동 브랜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외부 협력과 신시장 개척 모델

기존 자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단독으로 새로운 모델을 만든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 모델은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나비축제’로 잘 알려진 전남 함평군이다. 함평군은 자원이 없어 지역 경제가 침체하면서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석형 함평군수는 “10년 전만 해도 함평은 천연자원 관광자원 산업자원이 없는 ‘3무(無) 지역’으로 불렸다”고 말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생각해 낸 게 친환경 이미지의 ‘나비축제’였다. 적지 않은 반대가 있었지만 제주도에서 공수한 나비를 풀어놓았고, 관광객들은 환호했다.

궁극적으로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지역 간 협력을 토대로 창조적 브랜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는 지역 내 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 모델로 경쟁자의 추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원 화천군의 산천어 축제가 그 예다. 화천은 추위 외에는 별다른 자원이 없었다. 하지만 창의적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다른 지역에서 산천어를 공수해서 축제를 열었고 혹한기에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특히 일본 눈꽃축제 및 중국 빙등축제와 공동 마케팅을 벌여 국제적 축제로 진화하고 있다.

권해상 지역발전위원회 단장은 “획일적인 발전전략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전략과 인접 지역 간 협력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배극인 미래전략연구소
신성장동력팀장 bae2150@donga.com
▽미래전략연구소=조용우 박용 문권모 하정민 신성미 기자



■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 높은 산업 육성한 지자체
평창, 민박+레포츠 통해 年 1100만명 관광객 끌어
순창, 고추장 제조-수출-관광 연계… 장류 메카로
자원과 역량이 부족한 농촌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농촌 개발사업을 추진한 사례가 있다. 농촌 체험 관광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강원 평창군과 장류 클러스터를 구축한 전북 순창군이 대표적이다.

평창은 주민 참여형 모델의 전형이고 순창은 관 주도 모델로 성공했다. 실행 방법은 달랐지만 이들 성공의 공통분모는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화 발전 전략이었다.

평창의 주민 참여형 모델은 위기의식 확산→조직화→예산 지원→혁신모델 실행 등 4단계로 구분된다. 평창에서 민박 등 숙박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2000년부터 펜션이 늘어나자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위기의식 확산). 이에 따라 2003년 민박업주 10여 명이 ‘농박협회’를 창립했다(조직화). 초기 경험 부족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자 평창군은 담당 부서를 신설하는 한편, 신활력사업 보조금을 지원했다(예산 지원). 이 과정에서 관련 업계 종사자들 간 협업을 통해 민박과 레포츠를 연결한 신상품이 개발됐다. 서비스 표준화가 추진돼 휴지통 규격까지 통일했고 호텔처럼 등급제도 시행하기로 했다(혁신모델 실행). 이런 노력에 힘입어 평창 방문객 수는 10년 전 연간 200만∼300만 명에서 올해 1100만 명이 예상될 만큼 증가했다.

권혁승 평창군수는 “공무원이 너무 앞장서면 주민들의 의타심이 커진다”며 “주민들에 대한 지원은 자생력을 길러주기 위한 동기부여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촌은 ‘시골다움’이 상품이자 경쟁력인 시대”라고 강조했다.

순창의 관 주도 모델은 기회 포착→예산 지원→조직 결성→혁신모델 실행 등 4단계를 거쳤다. 1990년대 중반 식품업체인 대상이 고추장 브랜드로 ‘순창’을 사용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지자 순창군은 장류 육성을 통한 지역발전 기회를 포착했다. 이후 전통 고추장 제조업체를 한곳에 모은 민속마을을 건립하고 장류 연구소를 개설했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영농조합법인 순창전통고추장 연합회’가 창립됐다. 이를 토대로 산업 영역을 된장 청국장 등 발효식품 전반으로 확장하는 한편 해외 수출, 관광산업과의 연계 등 혁신적 산업 발전 모델이 실행됐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인 강인형 순창군수는 “도로 뚫고, 건물 짓고, 다리 놓는 식의 지역발전으로는 후세에 유지관리 부담만 안겨주게 된다”며 “이제는 지역의 여건에 맞는 실리적인 발전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근 6개 시군과 공동사업 엄태영 제천시장
“관광-SOC투자 긴밀 공조… 예산 절약도”
엄태영 충북 제천시장(사진)은 1일 “지역 간 단절을 해소하고 지역이 함께 공동 발전하는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엄 시장은 강원 영월 단양 평창군, 경북 영주시 봉화군 등과 함께 2007년 ‘중부내륙중심권행정협의회’를 발족했다. 이후 단절되다시피 했던 이들 지역 간 교류가 살아나고 공동 사업이 이어졌다.

엄 시장은 “6개 시군을 관광패키지로 만들어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공동마케팅을 펴고 있다”며 “과거에는 ‘물싸움’까지 했던 인접 지역이 이제는 자매도시처럼 가까워지면서 공동체의식이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둘러싼 협의도 긴밀해지면서 예산까지 절약하고 있다.
■ 버스공영제 도입 박우량 신안군수
“섬-오지 교통불편 해소…상권 활성화는 덤”
1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전남 신안군은 창의적인 발상으로 공공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신안군은 주민 불편이 컸던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군내 14개 버스회사 중 13개를 사들여 올해 1월부터 직접 운영하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사진)는 “기존 버스회사들이 보조금을 받고도 수익이 나는 노선 위주로 운행해 주민 불편이 컸다”며 “군에서 인수한 후 65세 이상 무료 이용, 성인·학생 요금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군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버스비 부담에 나들이를 자제하던 노인들의 면 소재지 체육, 복지시설 이용이 급증하면서 지역 상권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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