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8명 정부 정착금보다 재산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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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6일 03시 00분


■ 5년새 살림 나아졌나
영구임대아파트 거주 75%
초기 정착비용만 2000만원
만족도 10점 만점에 7.4점
투자 실패 - 사고로 몰락도

한국에 온 지 5년. 탈북자 468명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취재팀이 접촉한 탈북자 200명 중 150명(75%)은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이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39.96∼49.95m²(12∼15평) 규모로 200만∼3000만 원의 보증금을 주고 보증금에 따라 최고 20만 원의 월세를 내야 하는 곳이다. 영구임대아파트의 지역은 추첨으로 할당받았다. 이곳을 벗어난 사람들은 다른 아파트나 단독주택으로 옮겨가기도 했지만 돈이 필요해 임대아파트를 내놓고 월세 주택으로 바꾸거나 임대컨테이너, 원룸 등 주거여건이 더 나빠진 경우도 많았다.

5년이 지난 이들의 모습은 천양지차다. 어떤 이들은 빚더미를 안고 사는 반면 1억여 원의 재산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재산이 3억 원으로 가장 많은 강모 씨(28·여)를 포함해 1억 원 이상 재산을 소유한 4명 중 3명은 모두 한국 남자와 결혼한 사례였다.

탈북자 200명 가운데 재산(가구 기준)을 밝힌 149명 중 ‘1000만 원 미만’이라고 답한 사람이 45명으로 가장 많았고 ‘2000만∼3000만 원’이라고 답한 43명이 그 다음이었다. 1000만 원 이상 빚을 지고 있는 사람도 3명이나 됐다.

이들은 정부에서 3000여만 원을 지원받았지만 5년 뒤 재산이 3000만 원 이상인 사람은 24명(16.1%)에 불과했다.

재산이 3000만 원 미만인 사람이 125명(83.9%)으로 10명 중 8명은 정부에서 지원받은 정착금보다 재산이 적은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아파트 보증금(1000만∼2000만 원), 탈북비용(브로커 커미션) 200만∼500만 원 등 초기정착 비용으로 2000만 원가량을 썼다.

탈북자 대부분은 남한사회에 적응하면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유령회사에 투자했다가 3000만 원 가까이 사기를 당한 정모 씨(47·여), 아들이 정착금으로 세탁소를 차렸다가 화재로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김모 씨(68·여),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탈북자끼리 몰려다니며 싸움을 하고 다닌다는 최모 씨(20) 등 이들은 고단하고 방황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탈북자 200명의 평균만족도는 10점 만점에 7.4점으로 나타났다. 10점 만점이라고 답한 사람도 38명에 달했다. 남한에서 시행착오를 겪거나 편견도 있었지만 그래도 북한의 삶보다는 낫다는 뜻이다.
특별취재팀
팀장=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런던=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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