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노벨상 ‘뜨거운 감자’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12일 02시 57분



“이상한 결정” 親오바마 언론까지 비판 가세
매케인-민주 지도부는 “미국인의 자랑” 환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놓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해 대선 때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던 언론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찮다. 대선 때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던 워싱턴포스트는 10일자(현지 시간) 사설에서 “모두를 당황하게 만든 이상한 노벨 평화상”이라며 “노벨위원회가 꼽은 업적인 ‘국제적인 외교와 협조 강화’는 결실을 본 뒤 수여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란의 불법 대선 시위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숨진 여대생 네다 씨와 같은 분명한 대안적 인물이 있었음에도 (노벨위원회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영문을 모를 일”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도 10일자에서 토머스 프리드먼 칼럼을 통해 “(대통령 스스로) 인정했듯이 이런 큰 상을 받을 만한 일을 아직 하지 않았다. 노벨위원회가 성급하게 상을 줌으로써 대통령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게 됐다”며 “대통령은 시상식에서 ‘나 대신 세계 평화를 수호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미 육군과 해군, 공군 및 해병대를 대신해 이 상을 받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최소한 3년 이상은 돼야 그의 ‘담대한 희망’(오바마 자서전 제목)을 달성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고 전임자보다 그를 훨씬 더 좋아하지만 취임 후 곧바로 왜 평화상을 받을 만한지 알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노벨상 수여 결정이 미국을 일부 쪼개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논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유엔 주재 대사를 지낸 존 볼턴 씨는 “대통령은 수상을 거부하고 3, 4년 뒤에나 다시 검토해 줄 것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인 보수 성향의 러시 림보 씨는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에 보낸 e메일에서 “세계의 엘리트층들은 노벨상을 통해 오바마에게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증파하지 말고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하면서 미국을 유약하게 만드는 의도를 계속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폭스TV는 “이렇다 할 업적이 없는 인물에게 평화상을 주는 것은 성급하게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오바마와 경합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CNN과의 회견에서 “미국 대통령이 권위 있는 상을 받는다는 것은 미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오바마 대통령의 지도력과 비전에 대한 입증이자 미국 가치에 대한 찬사”라고 반겼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 등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인사들과 민주당 지도부도 “당연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백악관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은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 문제와 연말이 시한인 러시아와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정 등 핵무기 없는 세상 실현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40만 달러의 노벨 평화상 상금은 복수의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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