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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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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낮 외무성으로부터 총리와 15개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의 합동 인터뷰를 8일 오후에 총리 관저에서 하자는 제안이 왔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사전 질문을 5개로 추려 미리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인터뷰 대상자에게 사전 질문지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효율적인 대화를 위해, 그리고 한일관계에 미치는 총리 발언의 무게를 감안해 요청에 응했다. 사전에 보낸 질문들은 한일 과거사 문제 및 독도영유권 문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 대북정책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와 함께 특파원들은 총리 발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통역을 요구했다. 그러나 외무성은 “통역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특파원들은 회견 뒤 총리 발언의 정확한 한글 번역 표현을 서로 확인하자고 제안했으나 외무성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인터뷰 예정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외무성 측에서 갑자기 두 가지 제안을 해왔다.
“질문 내용이 너무 까다로워 수정하겠다”는 것과 “인터뷰 장소가 협소하니 6개사로 제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특파원들은 “질문 내용 수정은 검열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기자의 직업윤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과거 일본 총리들의 경우 한국 언론과의 합동 인터뷰 때 전 언론사가 참석했다”는 답을 보냈다. 총리 관저가 좁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외무성은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게다가 정확한 인터뷰 시간을 알려 달라고 특파원들이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7일 저녁까지도 시간조차 확정해주지 않았다. 특파원들은 “(외무성의 처사가) 예의에 벗어나는 일이며 예정된 인터뷰가 이뤄져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거듭 전했다.
그러나 7일 밤 10시경 외무성은 “총리 관저의 결정”이라며 “예산 편성과 태풍대책 때문에 인터뷰를 취소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담은 e메일을 보내왔다. 한마디로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다.
외무성 관료들의 처사를 납득할 수 없었다. 하토야마 총리가 관료주의 탈피를 외치는 데다 한국에 우호적인 행보를 취하는 데 대해 비협조적으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총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 대한 선의가 있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관료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결과적으로 총리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되고 한일관계 발전의 계기가 무산되었다면 아쉬운 일이다.
윤종구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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