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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25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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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등한 미일관계 구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23일 미국 뉴욕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민감한 현안은 건드리지 않은 채 두루뭉술하게 끝났다.
지나친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할 말은 하겠다’고 강조했던 하토야마 총리였기에 이번 회담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35분간의 1차전은 탐색전으로 끝난 셈이다. 본 게임은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11월로 미뤄졌다.
오바마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미일동맹 강화, 지구온난화 대책, 핵 군축, 경제위기 극복 등 글로벌 이슈에 양국이 협력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서로 부담 없는 총론 수준에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양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오키나와(沖繩) 현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등 주일미군 재편방안과 일미지위협정 개정 문제, 인도양에서의 해상자위대 급유지원활동 연장 문제에는 특별한 언급 없이 넘어갔다.
양측 모두 처음 만나자마자 얼굴을 붉힐 수 있는 현안을 꺼낼 경우 미일관계가 시작부터 꼬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 방문이 국제무대 데뷔전인 하토야마 총리는 국내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할 정권출범 초기에 미일관계를 긴장으로 몰고가봐야 득 될 게 없는 상황이다. 그는 몇 차례나 “우선 오바마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도 건강보험 개혁 등 국내 현안이 산적해 있는 데다 지지율이 내려가고 있는 시점이어서 미일관계마저 삐걱거릴 경우 부담이 만만찮다. 두 정상이 이심전심으로 민감한 현안을 비켜간 것이다.
그렇다고 현안을 무작정 방치할 수는 없다. 하토야마 정권은 ‘대등한 미일관계’가 외교공약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다. 인도양 급유지원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아프가니스탄 지원을 늘릴 생각이지만, 미국이 납득할 만한 선물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에서 “앞으로 회담할 일이 많을 것이다. 11월 방일도 즐겁게…”라고 말해 11월까지 일본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한다는 뜻을 넌지시 밝혔다. 일본은 두 달 동안 머리를 짜내며 미국의 의중을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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