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종인]주택대출 변동금리의 ‘두 얼굴’ 경계해야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코멘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제각각이다. 상반기 시장 여건과 정부의 금리인하 노력으로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해 말 연 4%대였다가 한때 연 2%대 초반까지 하락했다가 현재는 연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이 덧붙이는 가산금리가 연 3%를 넘어서고 있으며, 적용하는 가산금리가 서로 달라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시중은행의 주택대출금리는 연 5∼7%대로 은행마다 차가 크다.

경기회복 관련 각종 경제지표뿐 아니라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가계대출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경기회복과 함께 내 집 마련과 주거공간 확대를 위한 서민들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높은 금리에 익숙해진 국민들은 은행에서 제시하는 연 6% 내외의 금리수준에 대한 부담감이 별로 없는 듯하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회복 기조와 맞물려 향후 수년간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대출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결국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정책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등한시하는 느낌이 없지 않고 심지어 일부 은행은 ‘눈앞의 저금리’만을 내세워 대출 세일즈를 하는 실정이다.

필자의 경험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보이고자 한다. 수년 전 연 4% 후반의 금리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당시 적용된 연 3.5%의 CD금리에 가산금리가 연 1.5%였다. 비교적 저렴한 금리의 대출이었는데 점차 금리가 올라가 나중에는 연 7% 초반의 이자를 물게 되었다. 3년이 지난 후 원리금을 함께 상환하다 보니 그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졌다(물론 현재는 연 4% 초반의 낮은 금리를 부담한다). 어떤 사람이 지금 연 6% 정도의 금리로 대출받았다고 하자. 만일 지난해 금융위기 이전과 같이 CD 금리가 연 5%대로 높아진다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리는 자그마치 연 8∼9%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이는 필자의 경험보다 휠씬 큰 이자부담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 서민들에게 풀리는 주택대출의 대부분이 이러한 상대적 고금리를 적용한 것인데도 소비자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 가산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연초 CD금리가 하락하면서 기존의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은행들의 이윤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건이 호전되어 이러한 은행들의 논리도 설득력이 미약하다. 한마디로 신규대출 소비자의 이자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대출 규제강화의 여파로 새로 집을 구입하거나 규모를 늘려가는 경우 이자가 높더라도 대출이 가능한 제2금융권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 이 또한 대출조건과 금리조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대출을 받아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향후 CD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다.

새로 대출받으려는 소비자는 금리 등 대출 조건을 꼼꼼히 살펴보고, 향후 예상되는 금리상승에 대비해야 한다. 장기간 대출일 때에는 이자가 조금 높더라도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로 받는 것이 금리상승에 따른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은행들도 변동금리 대출을 권유하는 창구 관행을 지양하고 소비자들에게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 증가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책당국 역시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이 지나치지 않은지 감시·감독하고, 은행들의 자금조달 여건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를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종인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