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사라진 삼겹살’ 어디 갔나 했더니…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8분


가공공장 직원, 아내 정육점에 3000만원어치 빼돌려

올해 1월 2일 오후 유황돼지 삼겹살을 가공해 판매하는 대전 대덕구 오정동 A업체. 종업원 나모 씨(37)가 배달용으로 내놓은 돼지고기 40kg 박스에는 출구전표가 없었다. 배달 직원은 “왜 출구전표가 없느냐”고 물었다가 나 씨가 “이미 계산된 거니 걱정 말라”고 하자 별다른 의심 없이 인근 송촌동의 한 정육점으로 돼지고기를 배달했다.

이런 일은 이날 이후 7월 1일까지 42차례나 반복됐다. 나 씨는 또 부위별로 배달용 박스가 다른 점을 이용해 값이 싼 부위용 박스에다 비싼 부위를 넣어 같은 정육점으로 165회를 배달시켰다. 고기를 배달받은 곳은 나 씨의 아내(34)가 운영하는 정육점이었다. 나 씨가 이 같은 방법으로 빼돌린 고기는 3000여만 원어치에 달했다.

나 씨의 범행은 A업체 사장 한모 씨(52)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판매한 고기의 양과 매출액이 계속 차이가 나는 것을 이상히 여긴 한 씨의 신고를 받고 회계장부 등을 분석한 결과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나 씨는 경찰에서 “아내의 정육점이 잘 되지 않아 도와주려 고기를 빼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나 씨가 아내로부터 고깃값을 받아 승용차도 바꿨다”고 밝혔다. 경찰은 31일 나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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