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험문제지 줄줄 새는 교육현장’ 언제까지…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평가 문제지가 관리 소홀로 사전에 유출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 3월 EBS의 외주 제작사 PD가 시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지를 학원에 사전 유출했다. 지난달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모의평가 시험지가 학원 강사들에게 유출됐다. 평가원이 시험 하루 이틀 전에 시험장소인 학교와 학원에 보낸 모의평가 시험지를 학원 측이 복사해 강사들과 직원들에게 나눠주었다. 평가원이 일주일 전 학원장들을 모아놓고 ‘유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은 뒤 미리 배포했다니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다.

학생들에게 문제지 자체를 보여주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시험지를 미리 살펴본 강사들이 학생들에게 구두로 문제를 알려주었을 수도 있고, 유사한 문제유형을 풀어보게 했을 수도 있다. 수강생 유치경쟁을 벌이는 학원들로서는 시험지 사전 개봉이라는 반칙을 통해서라도 자기네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고 싶었을 것이다. 2007년 서울 양천구 목동 특목고 입시학원이 김포외고 입시문제를 빼내 학생들에게 풀어보게 한 것도 학원 간 과열 경쟁의 산물이었다.

평가원이 학원들의 속성을 몰랐다면 순진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무책임하다. 평가원 측은 모의평가를 담당하는 직원이 부족해 시험지를 당일 배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하지만 군색하다. 해당부서 직원들이 시험지를 직접 배달하는 것도 아닐 텐데 인력부족이란 핑계를 댈 일이 아니다. 평가원이 내년부터는 모의평가를 학원에서 치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니 재수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검토해봄 직하다.

시험은 공정한 관리가 핵심이다. 내신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모의고사라고 해서 허술하게 관리한다면 누가 시험 주관기관의 공정성을 믿을 것인가. 평가원은 문제 출제와 채점뿐 아니라 문제의 보안, 부정행위 방지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 9월 모의평가부터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원들도 반성이 필요하다. 모의고사란 학생들이 진짜 시험을 앞두고 자신의 성적 순위를 알아보고 공부 방향을 잡는 중요한 기회다. 학원들이 문제를 미리 알려주면 학생들이 자기 실력을 정확하게 검증할 수 없게 된다. 학원의 악덕 상혼이 학생을 평가정보의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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